사라지는 동해 오징어···갈치·고등어보다 기후변화 영향 더 받는 이유는

2024.04.28 14:21 입력 2024.04.28 17:53 수정

지난해 12월6일 강원 강릉시 주문진항에 오징어 조업 어선이 정박해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2월6일 강원 강릉시 주문진항에 오징어 조업 어선이 정박해 있다. 연합뉴스

“딱히 할 것도 없고, 벌어놓은 돈만 까먹고 있습니다.”

경북 포항 구룡포 연근해에서 40년 넘게 오징어를 잡아온 황우철씨(64)는 오징어 관련 뉴스를 볼 때면 한숨부터 나온다. 황씨는 최근 몇년 간 오징어 어획량이 크게 줄자 지난해 10월 조업을 포기하고, 47톤짜리 채낚기 어선을 감척(어선 폐선)했다. 한때 오징어 어획량 1위를 자랑한 구룡포에서는 채낚기 어선 50여척 중 절반 정도가 감척됐거나 감척을 신청한 상태다. 황씨는 “오징어 주어기(9~2월)에도 오징어가 잡히질 않는다”며 “조업을 나가도 기름값이나 인건비도 못 건지는데 무슨 수로 버티겠냐”고 했다. 감척으로 받은 폐업지원금은 빚 갚는 데 거의 다 썼다. 황씨는 “젊은 사람들이야 육지에서 일용직이라도 하지만 우리처럼 나이 먹은 사람들은 일자리 구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사라지는 동해 오징어···갈치·고등어보다 기후변화 영향 더 받는 이유는

동해 오징어가 사라지고 있다. 28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해 연근해 오징어 어획량은 2만3343톤으로 전년 대비 36.2% 감소했다. 오징어 연간 어획량은 2021년 6만880톤에서 2022년 3만6578톤 등으로 매년 급감하고 있다.

오징어 어획량 감소는 기후변화로 인한 수온 상승이 직접적 원인이다. 국립수산과학원의 ‘2023 수산 분야 기후변화 영향 및 연구 보고서’를 보면, 최근 55년(1968∼2022)간 한국 해역의 연평균 표층수온 상승률은 1.36도로, 같은 기간 전 지구 평균에 비해 약 2.5배 이상 높았다. 이 중 동해 표층수온 상승률은 1.82도로 국내 해역 중 상승 폭이 가장 컸다. 지난해 8월에서 10월 초 동해의 평균 표층수온은 25.8도였다.

오징어는 기후변화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 표층에 주로 서식, 저층에 서식하는 어종들에 비해 수온 등 환경 변화에 취약한 편이다. 김중진 국립수산과학원 박사는 “오징어 주 서식지인 연근해 동해 남부해역의 수심 50m 평균 수온(12~18도)과 표층수온(15~23도)이 과거보다 높아지면서 산란장 형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동해에 서식하던 오징어들이 러시아 등지로 북상하면서 어획량이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어선들의 남획도 오징어 어획량 감소 원인 중 하나다. 김 박사는 “코로나19 이전엔 주로 중국 어선들의 북한 해역에서의 오징어 남획이 두드러졌고, 최근엔 최대 산란장인 동중국해를 끼고 있는 일본, 북한, 대만 등도 경쟁적으로 오징어 어획에 나서면서 전체적인 자원량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반면 오징어를 제외한 연근해 주요 어종 대부분은 지난해보다 어획량이 늘었다. 멸치 14만8000톤(전년 대비 11.8%), 고등어 12만톤(8.3%), 갈치 6만톤(12.2%), 삼치류 4만6000톤(28.2%), 꽃게 2만7000톤(24.5%) 등으로 전년보다 증가했다.

기후변화 영향을 동일하게 받는 어종 간에 어획량 차이가 나는 이유는 어종의 생태학적 특성과 해류 변화 등 때문이다. 따뜻한 물에 사는 갈치의 경우 수온상승과 함께 발달한 동중국해 난류를 타고 북상하는데, 이로 인해 우리나라 해역에 개체 수가 늘면서 어획량이 증가했다.

김 박사는 “단년생(12~14개월)이면서 (동중국해와 러시아 해역 등) 회유 경로가 긴 오징어와 달리 삼치와 방어 등은 다년생이면서 회유경로가 짧고 덩치가 커서 오징어에 비해 수온 상승이나 수온의 급격한 변동 등에 대해 내성이 강한 편”이라며 “이러한 어종 특성이 개체수 증감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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