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확보에 사활…알뜰폰 띄우고 배달앱 ‘땡기는’ 은행들

2024.05.08 06:00 입력 2024.05.08 06:12 수정

비금융 분야 앞다퉈 진출…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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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 알뜰폰 ‘리브엠’
비금융 부수업무로 정식 승인
신한은행은 배달앱 시장 진출
낮은 수수료율 등으로 차별화

수익·가입자 수는 미미하지만
대안신용평가 등 신사업 겨냥
이용 데이터 분석·가공 집중

은행이 예·적금 상품과 대출상품만 팔던 시대는 지났다. 이제 은행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알뜰폰에 가입할 수 있고, 배달 앱도 은행과 연계돼 있다. 금융의 벽을 넘어 은행들은 비금융 분야까지 발을 넓히고 있다.

KB국민은행의 알뜰폰 사업인 ‘KB리브모바일(리브엠)’이 지난달 12일 은행의 비금융 사업 중 부수업무로 정식 승인을 받았다. 국민은행은 2019년 4월 정부의 혁신금융서비스 1호 사업자로 지정되면서 알뜰폰 사업 리브엠을 시작했다. 혁신금융서비스는 최대 4년간만 운영할 수 있었으나 이번에 은행의 정식 부수업무로 인정되면서 다른 은행들도 앞으로 별다른 신고 절차 없이 알뜰폰 시장에 진출할 수 있게 됐다.

다른 시중은행들의 비금융 사업 추진도 활발하다. 지난해 11월부터 알뜰폰 사업 진출을 위한 전담 조직을 운영해온 우리은행은 지난달 15일 알뜰폰 사업 통신사업자 선정에 나서며 행보를 본격화했다. 이르면 올해 안에 알뜰폰 시장에 합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은행의 영역 ‘파괴’를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는 신한은행에서 찾을 수 있다. 신한은행은 음식주문 배달 앱 ‘땡겨요’를 2020년 12월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아 운영하고 있다. 소상공인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가맹점 수수료율을 2% 수준으로 책정하고 광고비 등을 받지 않는다. 일반 배달 플랫폼과 차별화를 노린 것이다. 체크카드 발급 시 배달비 무료 혜택을 주는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한다. 이 사업 역시 한시적으로, 올해 말 지정 기간 만료를 앞둔 만큼 부수업무로 인가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른 은행들은 아직 본격적인 비금융 사업 준비에 착수하진 않았지만, 이미 각 사 앱에서 부동산·자동차·쇼핑부터 티켓 예매·택배 예약 등 다양한 생활밀착형 비금융 서비스를 제휴기업을 통해 제공하고 있다.

은행들의 적극적인 진출 시도에 비해 성과는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국민은행 리브엠의 경우 2019년 출범 당시 100만 고객 달성을 목표로 삼았지만 현재까지 약 42만명을 유치하는 데 그쳤다. 신한은행 땡겨요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지난해 12월 기준 52만명으로 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 MAU의 0.15% 규모에 불과했다. 비금융 사업이 은행 전체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극히 작다. 올해 1분기 4대 시중은행의 전체 영업이익에서 비이자이익 비중은 9%에 머물렀다.

수익이 적은데도 은행들이 예·적금, 대출 등 고유업무를 넘어 통신·배달과 같은 비금융 분야로 부수업무 확장에 나서는 이유는 다양한 비금융 데이터 확보를 통한 고객과의 접점 강화에 있다. 금융과 비금융을 아우르는 생활밀착형 플랫폼을 지향하며, 고객을 새롭게 끌어들일 신사업 추진을 고민하는 은행들에 비금융 데이터 확보는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리브엠의 경우 국민은행 계좌가 있어야만 가입이 가능하며, 신한은행은 땡겨요 이용 고객·사업자를 위한 적금·대출 상품을 판매하며 금융·비금융 사업의 연계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은행들이 관심을 기울이는 대목은 ‘데이터’다. 당장 수익이 되지는 않지만 비금융 사업을 통해 장기 축적한 데이터를 향후 슈퍼앱, 개인화 금융서비스, 신용평가 등 다양한 사업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깔려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리브엠을 통해 궁극적으로 “금융·통신 데이터를 결합하여 대안신용평가 모델 개발을 추진하는 등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도 땡겨요 앱을 통해 “소상공인·배달라이더 등의 매출 데이터를 확보함으로써 이들을 위한 서비스를 새롭게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국민·신한 은행은 현재까지 축적한 비금융 데이터는 아직 대안신용평가를 비롯한 신사업에 활용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하지 않다고 보고, 일단은 데이터 분석·가공을 지속해간다는 방침이다. 하나의 앱 내에서 금융과 비금융을 아우르는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슈퍼앱’이 금융권의 신규 고객 유치 전략으로 각광받는 가운데, 비금융 데이터의 쓸모는 앞으로 더 무궁무진해질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은행의 비금융 사업 진출이 금산분리 원칙을 흔들 수 있다는 비판도 있지만, 아직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김상배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개인화된 맞춤 금융서비스가 주목을 받으며 은행들의 비금융 사업 개척은 앞으로도 계속되겠지만, 아직 성과가 미미해 금산분리 원칙을 흔드는 수준은 아니다”라면서 “금융당국은 비이자수익 확대에 연연해 금산분리 완화를 서두르기 전에 이자수익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을 정책적 목표로 가져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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