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 예금‘펀드’논란

2000.10.01 19:09

재정경제부가 2차 채권펀드 조성에 우체국 예금을 편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우체국 직원 및 체신노조는 물론 우체국 예금 관할 부서인 정보통신부도 반발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재정경제부는 1일 “신용도가 낮은 기업의 회사채를 매입해주기 위해 10조원 규모의 2차 채권펀드를 11월부터 조성하겠다”며 “이중 5조원은 우체국 예금과 연·기금으로, 나머지 5조원은 금융기관의 여유자금으로 충당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재경부 관계자는 “예금 부분 보장제(1인당 2천만원 한도)의 내년 시행을 앞두고 원리금 전액이 보장되는 우체국 예금에 돈이 몰리고 있다”며 “이 돈중 일부를 채권펀드에 편입할 계획이며 예금자의 원리금과 이자는 모두 보장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경부의 이같은 방침에 우체국 직원과 체신노조는 “우체국 예금은 정부 돈이 아니라 국민의 돈이기 때문에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우체국 예금을 회사채 매입에 끌어들이려는 정부 방침이 확정된 지난 9월 중순부터 직원들에게 수신액을 높이라는 압력이 내려오고 있다”며 “수신 실적이 낮으면 승진 등 인사에 불리하게 반영하겠다는 말에 직원들이 출장 수신업무까지 맡고 있는 실정”이라고 털어놓았다.

정보통신부 관계자도 “최근 우체국에 대해 수신액 확장을 독려하는 지시가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대출 기능이 없는 우체국 예금을 회사채 매입에 동원해 자금시장 안정을 꾀하려는 발상은 편법”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국책연구기관의 한 연구원은 “우체국 예금은 비록 정부 기관이 수신한 돈이긴 해도 엄격히 따지면 국민의 돈”이라며 “더욱이 대출 기능이 없는 보수적인 성격의 예금을 정부가 빼내가는 것은 편법”이라고 말했다.

민간 경제연구소 연구원도 “서민들이 최근 예금 안전성에 위기를 느껴 맡기기로 선택한 우체국 예금을 채권펀드 조성에 운용하다 부실이라도 발생하면 또다시 고스란히 세금으로 메워야 할 것”이라며 “우체국 예금의 대책없는 활용은 또다른 공적자금 조성을 부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판수기자 pans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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