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기획 - 여론조사

1년 전보다 보수 8.7%P 늘고 진보 6.8%P 줄어… 이념 지형 우클릭

2013.01.01 22:02 입력 2013.01.01 22:36 수정

한국사회의 보수화 경향 심화

한국 사회에 보수화가 강해지는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 경향신문이 현대리서치연구소에 의뢰해 지난달 28~29일 실시한 신년 여론조사에서 감지되는 현상이다.

보수가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모두 승리한 정치·사회적 요인과 함께 세대적 특성이 반영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자신의 정치적 성향이 어느 쪽에 가깝다고 생각하는가’라는 물음에 응답자의 37.5%가 자신을 ‘보수’라고 대답했다. ‘중도’는 36.0%였다. ‘진보’는 21.2%로 ‘보수’보다 16.3%포인트 적었다. ‘잘 모름’은 5.3%였다.

이는 경향신문·현대리서치연구소가 2011년 말 진행한 ‘2012년 신년 여론조사’와 비교할 때 보수는 28.8%에서 8.7%포인트 늘었고, 진보는 28.0%에서 6.8%포인트 줄어든 것이다. 중도는 37.2%에서 1.2%포인트 감소해 별다른 변화는 없다. 전체적으로 1년 전 중도를 가운데 놓고 ‘오른쪽’ ‘왼쪽’이 균형을 이뤘던 한국 사회의 이념적 지형이 이제 ‘오른쪽’으로 기운 것으로 볼 수 있다.

[신년 기획 - 여론조사]1년 전보다 보수 8.7%P 늘고 진보 6.8%P 줄어… 이념 지형 우클릭

▲ 보수 37.5%·진보 21.2% 응답
20~40대 ‘진보 이탈’ 확연
복지보다 경제성장을 더 선호

▲“야권이 진보 약화 요인 제공”
“고령화에 따른 현상” 분석도

세대별로 20~40대의 ‘진보 이탈’이 확연하다. 진보층은 20대가 40.7%에서 1년 뒤 29.6%로 11.1%포인트 줄어든 것을 비롯해 30대 37.9%→31.3%, 40대 31.2%→23.7% 등 6%포인트 이상 빠졌다. 중도층은 20대 37.4%→42.0%, 30대 39.3%→42.1%, 40대 39.8%→40.6%로 다소 두꺼워졌다. 반면 보수는 20대 16.5%→20.1%, 30대 19.4%→22.1%, 40대 21.7%→30.1%로 늘어났다.

결국 20~40대 진보 이탈층에서 중도로 흡수된 일부를 뺀 나머지는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진보에서 보수로 바꾼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50대와 60대 이상에서도 진보층이 각각 4.0%포인트, 2.3%포인트 줄고 보수층은 11.5%포인트, 12.0%포인트 늘었다.

자신의 경제적 계층을 서민층이라고 밝힌 응답자 중에서도 보수(34.0%)가 진보(22.2%)보다 11.8%포인트 많았다. 빈민층이라고 밝힌 응답자 중에서는 보수(45.8%)가 진보(20.3%)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경제적 상황과 이념적 성향이 일치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같은 보수화 흐름은 몇 가지 사례에서 구체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번 신년 여론조사에서 ‘경제 성장’과 ‘복지 확대’ 중 우선해야 할 과제를 묻는 질문에 ‘경제 성장’이 66.6%로, ‘복지 확대’(32.9%)보다 33.7%포인트 많았다. 이는 1년 전 ‘경제 성장’ 60.3%와 ‘복지 확대’ 38.7%보다 격차가 12.1%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20대에서만 ‘복지 확대’가 46.7%에서 52.7%로 6.0%포인트 늘었을 뿐, 나머지 세대에선 공히 ‘경제 성장’ 우선 답변이 6.9~8.3%포인트 증가했다. 일반적으로 경제 성장은 보수적 의제, 복지 확대는 진보적 의제로 분류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남북대화 재개 시기를 두고도 ‘천안함·연평도 사태에 대한 북한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후 대화해야 한다’는 답변이 60.2%로 집계돼, ‘조건 없이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37.5%)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남북관계에 대한 한국 사회 여론은 보수적인 셈이다.

박 당선인의 대학 등록금 공약인 ‘소득에 따른 차등 지원’ 방안에 대해서도 찬성 의견이 68.7%였다. ‘보편적 반값 등록금이 되어야 하기에 반대한다’는 답변은 29.6%로 그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진보 측의 ‘보편적 복지’보다 보수 측의 ‘차별적 복지’에 힘이 실려 있는 것이다.

이념적 지형 변화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20대다. 이 세대는 진보층(29.6%)이 보수층(20.1%)보다 많지만 1년 전과 비교하면 ‘탈진보, 친보수’ 흐름이 빠르게 진행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20대는 사안별로 보수와 진보를 넘나들면서, 특히 안보 분야에서 보수성이 두드러진다. ‘올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로 ‘안보’를 꼽은 비율이 30·40대의 3배 이상인 17.2%였다. 남북대화 재개 시기에는 74.0%가 ‘천안함·연평도 사태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후’라고 답변해 전체 세대에서 가장 답변율이 높았다. 반면 ‘경제 성장’과 ‘복지 확대’ 중 우선 과제에는 세대 중 유일하게 ‘복지’ 답변이 더 많았다. ‘안보 보수, 생활 진보’의 특성이 엿보이는 셈이다. 이런 20대를 두고 전쟁과 민주화 운동을 경험하지 않은 세대여서 이념 지향성이 낮고 북한 이슈에 대한 민감도는 크기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이념적 지표들에서 보수화의 흐름이 포착되는 것에 대해선 정치적 환경 변화가 작용하고 있다는 해석이 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집권 정치세력의 국정운영에 대한 민심의 평가가 보수·진보 응답 비율에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보수 정권인 이명박 정부가 일방적 국정운영으로 민심을 잃고, 그 반작용으로 진보의 흐름이 강해졌다면 ‘보수 정권’인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폭넓은 지지가 ‘반보수, 친진보’ 경향을 약화시켰다는 것이다.

민주통합당 등 야권이 진보적 흐름을 약화시키는 요인을 제공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명박 정부에서 여론의 공감도가 높았던 경제민주화, 복지 확대 등 진보적 의제는 19대 총선에서 야권 내부 요인으로 패배하면서 기대감을 떨어뜨렸고, 대선에서도 민주당이 진보적 정책을 부각시키지 못하고 패배했다는 것이다. 한국이 점차 고령화 사회로 가면서 ‘연령 효과’에 따른 보수화 흐름이 강화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설명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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