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 척추는 없지만 갑옷이 있고 등이 굽어 해로라고 불렸다

2017.01.13 20:58 입력 2017.01.14 11:24 수정
황선도 한국수자원관리공단 연구위원

바다의 어르신 새우

[전문가의 세계 - 漁! 뼈대 있는 가문, 뼈대 없는 가문] ④ 척추는 없지만 갑옷이 있고 등이 굽어 해로라고 불렸다

오래전 전남 영광군 가마미 해수욕장 앞바다에서 새우 자원조사를 할 때 기억이다. 주목망 어업으로 새우를 많이 잡아 오는 계마항 위판장을 지나가다가 대하 한 마리 맛보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 덤으로 얻어온 중하 한 움큼을 라면 끓일 때 넣어 먹으면 국물이 시원했다. 한번은 잘 아는 어민의 뱃전을 기웃거리는데, 얼룩말처럼 등에 줄무늬가 선명한 새우 한 마리를 까서 ‘먹어보라’고 권했다. 초고추장을 듬뿍 찍어 한입 물었는데! 그 맛이 기가 막혔다. 일명 ‘오도리’ 또는 구루마에비(クルマエビ, 車海老)라고 더 많이 불리는 보리새우(Penaeus japonicus)였다. 영어로 타이거프론(Tiger prawn)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갑각 표면에 호랑이 무늬가 선명하다.

새우는 예로부터 장수와 좋은 일의 상징으로 전해졌다. ‘해로(海老)’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새우의 굽은 허리를 보고 노인에 비유하여 생긴 말일 것이다. 게다가 부부가 한평생 같이 살며 함께 늙는다는 뜻의 ‘해로(偕老)’와 음이 같으니 재치마저 있다.

[전문가의 세계 - 漁! 뼈대 있는 가문, 뼈대 없는 가문] ④ 척추는 없지만 갑옷이 있고 등이 굽어 해로라고 불렸다

새우의 옛말은 ‘새요’ 또는 (▶왼쪽 글씨)였다고 한다. 이것은 오늘날 사투리 ‘새오’와 ‘새비’에서 그 흔적을 볼 수 있다. 새우가 몸을 감고 있는 모양새 때문에 ‘빙빙 둘러서 감는다’는 뜻을 가진 ‘사리다’의 옛말인 (▷왼쪽 글씨)에 어원을 두고 있다고도 하는데, 옛말을 공부하는 학자에게 확인해볼 필요는 있다.

새우류는 분류학상으로 절지동물문(節肢動物門, Phylum Arthropoda), 갑각강(甲殼綱, Class Crustacea), 십각목(十脚目, Order Decapoda)에 속한다. 분류 기준을 쉽게 풀어보면 척추가 없는 동물로 갑옷을 둘러쓰고 가슴에 마디를 가진 5쌍, 즉 10개의 다리를 가진 특징이 있다는 말이다. 새우류는 머리, 가슴, 배의 3부분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 중 머리와 가슴이 융합되어 두흉부를 이룬다. 두흉부는 두흉갑(頭胸甲, carapace)이 덮고 있으며, 두흉갑의 앞 끝이 이마뿔(rostrum)을 이루는 모양새를 보인다.

새우류는 그동안 분류학적 연구에 어려움이 많았는데, 최근 국립수산과학원 김정년 박사가 분류체계를 정리하였다.

십각목은 아가미 모양이 나뭇가지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수상새아목(Dendrobranchiata)과 범선의 돛처럼 생겨서 붙여진 범배아목(Pleocyemata)으로 나뉜다.

수상새아목에는 보리새우, 대하, 중하 등의 보리새우상과 새우류(Penaeidea prawn)와 젓새우가 속한다. 이들 새우는 부화한 유생이 노플리우스(Nauplius) 6번 탈피와 조에아(Zoea), 미시스(Mysis), 후기유생(Post-larva) 단계를 거치면서 총 12번을 탈피한다. 이들은 알을 몸 안에 가지고 있으며, 형태적으로는 첫 번째 배마디의 옆판이 두 번째 배마디의 옆판을 덮고 있는 것으로 구분된다. 수컷은 첫 번째 배다리에 교미기(페타스마, petasma)가 있고, 암컷은 교접기(델리쿰, thelycum)를 가지고 있어 암수 구별이 쉽다.

범배아목에는 딱총새우, 자주새우, 징거미새우, 도화새우, 돗대기새우 등이 속한 생이하목 새우류(Caridea shrimp)와 닭새우, 가재, 쏙, 집게, 꽃게 등이 포함된다. 이들 새우들의 암컷은 알을 부화시켜 유생으로 발생할 때 조에아 단계를 거치지만 미시스 단계 없이 바로 후기유생 단계로 넘어간다. 생이하목 새우류는 두 번째 배마디의 옆판이 첫 번째와 세 번째 배마디의 옆판을 덮고 있다. 이는 알을 품기 좋은 구조이다. 그래서 이들은 알을 배다리에 품어 밖으로 노출시키는 특징을 가진다. 대하와 달리 눈에 띄는 교접기와 교미기는 달려 있지 않다.

영어로 프론(prawn)은 보리새우상과 새우류를 지칭할 때 쓰이는 학문적 용어이다. 일반적으로 유럽에서는 새우를 프론이라 부르는 반면 미국에서는 슈림프(shrimp)라고 부르며, 생이하목 새우류를 일컫기도 한다. 여기서 과학자는 또 궁금해진다. 두 단어의 정확한 쓰임새를 알아보기 위해 영어 전문가 조이스 박에게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물어봤다. 영국에서 큰 새우를 프론, 작은 새우를 슈림프로 부른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영국인들은 보리새우상과 새우류가 대체로 크고, 생이하목 새우류가 작다는 학문적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말인가? 역시 자연과학이 발달한 나라답다.

대하(Fenneropenaeus chinensis)는 세계식량농업기구(FAO) 공식 영어로는 플래시 프론(Fleshy prawn)이며, 오리엔탈 슈림프(Oriental shrimp), 차이니스 화이트 슈림프(Chinese white shrimp)라고도 부른다. 일본어로는 고라이에비(コウライエビ, 高麗海老), 다이쇼에비(タイショウエビ)이며, 중국어로는 대하(大蝦), 해하(海蝦), 홍하(紅蝦)라고 부른다.

대하는 보리새우과(Family Penaeudae)에 속하며, 몸 빛깔은 연한 회색으로 표면에 진한 회색의 작은 점무늬가 흩어져 있다. 머리가슴의 밑면, 가슴다리, 배다리 등은 황색 또는 주홍색이고, 꼬리부채는 짙은 주홍색이나 끝은 흑갈색이다. 이마뿔은 길고 위를 향하며, 이마뿔 위 가장자리에는 6∼9개의 뚜렷한 톱니 같은 돌기가 있고 아래 가장자리에는 3∼6개의 작은 톱니가시가 있다. 새우는 몸이 마디를 이루고 있어 쉽게 끊어져 탈락하므로 눈자루 기저부터 두흉갑 끝까지 갑각 길이인 두흉갑장을 측정기준으로 삼는다. 이 최대 두흉갑장이 수컷은 42㎜(체중 30~40g)이고, 암컷은 55㎜(체중 50~100g)라 암컷이 수컷보다 더 크다. 수명은 1년으로 추정된다.

대하 수컷은 제1배다리 기부에 ‘Y자’ 모양의 교미기가 길게 뻗어져 있고, 암컷은 배에 교접기가 있어 사람과 크게 다를 바 없다.

교미를 하고 나면 암컷의 생식공은 수컷 정포(스퍼마토포어, spermatopore)로 싸이고, 흰색의 교미전(스톱퍼, stopper)이 단단하게 덮여 다른 수컷들의 접근이 봉쇄된다. 교미전의 유무에 따라 처녀인지 구별이 되고, 새우에게는 일부종사하는 순정이 남아 있다. 인간이나 동물이나 사랑은 종족번식을 위한 것뿐만 아니라 설레는 아름다움이다.

20여년간 국립수산과학원에서 대하 종묘를 생산한 김종식 박사는 대하의 사랑 이야기를 전한다. 먼저 11월경에 수컷은 교미기를 이용해서 성숙한 정포낭을 암컷의 교접기에 붙여놓는다. 다음해 5∼6월에 암컷이 성숙한 알을 산란하는데, 이때 정자도 함께 내보내 체외에서 수정하게 하여 사랑을 완성한다는 것이다. 반면에 생이하목 새우류는 알과 정자를 체외수정하여 수정된 알을 배다리 사이에 품고 있다가 성숙하면 부화시키는 고등한 사랑법을 채택했다는 이야기다.

대하는 황해 및 발해만 등 북서태평양의 한정된 해역에 분포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광양만 서쪽의 남해안과 서해안에서 주로 서식한다. 대하는 8∼10월까지 연안에 살다가 수온이 10도 이하로 내려가는 11∼12월경에는 먼바다로 이동한다. 그리고 이듬해 4월 말 즈음 다시 연안으로 회유한다.

성숙한 어미 대하는 서해 연안 진흙질의 얕은 바다에서 5~6월경에 산란하고, 산란 후에는 자연 사망한다. 평생 한번 산란하는 이 순간, 한밤중에 서너 차례에 걸쳐 30만~40만개의 알을 낳는다고 하니 필사적일 것 같은 숙연함이 느껴진다. 대하는 아무것이나 먹는 잡식성인데, 어린 조개, 굴, 담치, 가리비 따위의 이매패류를 좋아하는 것으로 보고되어 있다.

새우류 유생의 발달단계 모식도.   한국새우도감

새우류 유생의 발달단계 모식도. 한국새우도감

정약전의 <자산어보>에서 대하(大蝦)는 ‘길이는 한 자 남짓 되고 빛깔은 희고 붉다. 등은 구부러지고 몸에는 껍질이 있다. 꼬리는 넓고 머리는 돌게(石蟹)를 닮았고 눈은 튀어나와 있으며 두 개의 붉은 수염이 있다. 수염의 길이는 그 몸의 세 배나 된다. 머리 위에 가늘고 단단하며 날카로운 두 개의 뿔이 있다. 다리는 여섯 개다. (중략)’라고 기술하였다. 선생은 다리가 6개라고 하였다. 대하는 십각류로 가슴에 10개의 다리를 가진 것이 특징적인데, 뭔가 잘못되었다.

여기서 과학자의 눈으로 <자산어보>의 기록을 현대의 분류법으로 재해석을 해보자. 대하는 네 종류의 다리를 가진다. 턱다리, 가슴다리, 배다리, 꼬리다리가 그것이다. 꼬리다리는 꼬리지느러미처럼 보이고, 배다리는 언뜻 보면 솔처럼 보여 일반인들의 눈에 다리라고 여겨지지 않을 수 있다. 곤충 다리처럼 마디가 나있는 절지는 5쌍, 10개의 가슴다리이다. 여기에 선생은 가슴다리를 닮아 눈에 잘 띄는 제3턱다리 1개를 추가한 듯하다. 또한 6개는 6쌍을 말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제 꿰맞춰졌다.

중하(Metapenaeus joyneri)는 중간 크기의 새우를 지칭하는 이름으로 알고 있는데, 그렇지 않다. 고유한 이름이다. 그렇지만 최대 두흉갑장이 수컷 27㎜, 암컷 34㎜로 대하보다 작고, 젓새우보다 크다. 그래서 중하인가? 우리나라 서해 연안에서 중하의 산란기와 교미기는 6∼8월이며, 연중 1회 산란한다. 산란에 참여하는 생물학적 최소체장은 20∼21㎜ 두흉갑장을 보인다.

언뜻 보면, 대하처럼 생겨서 대하라고 속여서 파는 새우가 있으니, 흰다리새우(white leg shrimp, Litopenaues vannamei)이다. 자연산 대하가 부족하던 시절에 흰반점바이러스에 강하다고 해서 양식용으로 외국에서 들여왔다. 처음에 민간 양식업자가 수입했을 것으로 추정되나, 공식적으로는 국립수산과학원 장인권 박사팀이 하와이에서 선발 육종된 흰다리새우를 들여왔다. 광염성인데다가 환경 적응력이 뛰어나다.

흰다리새우

흰다리새우

지금은 대하 대신 흰다리새우를 양식한다. 다리가 하얗고, 이마뿔이 눈자루보다 약간 더 길어서 이마뿔이 충분히 긴 대하와 구분할 수 있다.

간장 새우 경향신문자료사진

간장 새우 경향신문자료사진

우리 속담인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를 뜻하는 고사성어인 ‘경전하사(鯨戰蝦死)’는 남의 싸움에 아무 관계도 없는 사람이 해를 입거나, 강한 자들 사이의 싸움에 약한 자가 끼어 피해를 입을 때 쓰는 말이다. 그럼 고래와 새우 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을까? 실제로 크기가 비교도 안될 만큼 차이가 나는 고래와 새우가 피·포식 관계를 맺고 있다. 고래는 큰 입을 벌려 물과 함께 다량의 새우들을 산 채로 빨아들여 머리빗 모양의 수염판으로 걸러 먹는다. 거대한 고래가 그 작은 새우를 얼마나 먹어야 배가 부를까 싶지만, 실제 남빙양에서 수염고래 한마리가 매일 수십t의 크릴새우를 먹어치운다고 하니 걱정할 일이 아니다. 이러한 속담이 생겨난 것으로 보아 과거에 조상들도 우리 바다에 서식하는 고래가 새우를 먹이로 삼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의서인 <본초강목(本草綱目)>에 ‘혼자서 여행할 때는 새우를 먹지 말라’고 언급하며, 새우가 스테미너 원천인 신장(腎臟)을 강하게 하는 강장식품이라고 하였다. 신장이 좋아져 혈액순환이 잘되면 기력이 충실해지니 양기를 돋게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항간에 새우는 콜레스테롤이 많아 좋지 않다고 오해를 받고 있지만, 좋은 콜레스테롤이 더 많고 타우린이 풍부하여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더욱이 갑각류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키토산인데, 혈액 내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고 하니 새우는 껍질과 함께 맛있게 먹으면 된다. 더욱이 대하는 동족공식을 할 때 머리부터 먹는다고 하니, 우리도 바싹 구워 머리까지 다 먹어도 좋겠다.

새우를 구울 때 색이 빨개지는 것은 껍질 속에 들어있는 아스타크산틴이라는 색소 단백질이 열에 의해 붉어지는 성질이 있기 때문이다. 이 단백질이 노화방지와 산화반응 억제에 효험이 있다고 하니, 강남 어느 의원의 인위적인 안티에이징 시술보다 맛있는 천연 새우를 권한다.

▶필자 황선도

[전문가의 세계 - 漁! 뼈대 있는 가문, 뼈대 없는 가문] ④ 척추는 없지만 갑옷이 있고 등이 굽어 해로라고 불렸다


해양학과 어류생태학을 전공했고, 수산자원생태로 이학박사가 된 토종과학자이다. 20년간 국립수산과학원에서 일하면서 7번이나 이사하는 등 주변인으로 살았으나, 덕분에 어느 바닷가든지 고향으로 여긴다. 지금은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연구위원으로 해양생태계 복원과 수산자원 조성을 위해 일하는 ‘물고기 박사’다. 50여편의 논문을 썼고 저서 <멸치 머리엔 블랙박스가 있다>가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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