⑥ 되게 맛있어서 대게? 대개는 잘 모르는 대게

2017.03.15 21:28 입력 2017.03.15 21:36 수정
이학박사 황선도

대게는 ‘큰 게’인가

[전문가의 세계 - 漁! 뼈대 있는 가문, 뼈대 없는 가문] ⑥ 되게 맛있어서 대게? 대개는 잘 모르는 대게

요즘 대게철인지라 그런지 TV 방송의 여행이나 먹는 프로그램에서 동해안 대게가 곧잘 등장한다. 잡아먹는 이야기만 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나름 생물에 얽힌 문화적 이야기도 다루곤 한다. 하지만 흔하지 않아 많이 접해보지 못한 대게를 대개는 알지 못한다.

대게라는 이름은 크다고 해서 큰 대(大)를 쓴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아직도 꽤 많다. 사실은 다리가 길쭉길쭉하고 중간에 마디가 있는 것이 마치 대나무처럼 곧게 뻗어있어 이름 붙여진 ‘죽해(竹蟹)’를 우리말로 ‘대게’라고 부른 것이다. 옛날 기록을 찾아보면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의 ‘자해(紫蟹)’라는 특산물이 대게일 것으로 추정된다. 자줏빛이 나서 붙여진 이름일 것이다. 암컷은 수컷보다 훨씬 작아 찐빵만 하다고 해서 특별히 ‘빵게’라고 부른다.

대게의 종류인 너도대게. 동해의 수심 450~600m에서 사는 너도대게는 대게와 붉은대게(홍게)의 잡종으로 청게로도 불린다.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신숙희 조사원 제공

대게의 종류인 너도대게. 동해의 수심 450~600m에서 사는 너도대게는 대게와 붉은대게(홍게)의 잡종으로 청게로도 불린다.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신숙희 조사원 제공

대게와 그 유사종은 분류학상 절지동물문, 갑각강, 십각목, 게아목, 물맞이게과에 속한다. 대게는 한 종류만 있지 않고 분화되어 대게, 너도대게(일명 청게), 홍게(일명 붉은대게) 등이 있다. 붉은대게는 학술적으로 홍게지만, 현지 어업인들이 선호하는 이름이다.

대게는 동해안의 영덕, 포항, 울진 앞바다에서 많이 난다. 영덕대게가 유명한 것은 고려 때 임금에게 진상하면서 특산품이 됐기 때문이다. 대게에 대한 지역 어민들의 자부심도 강한데 영덕 사람들은 강구와 축산 앞바다의 무화짬이라는 암초에서, 울진 사람들은 후포 앞바다의 왕돌초에서 대게가 많이 난다고 한다.

대게는 동해안의 영덕, 포항, 울진 앞바다에서 많이 난다. 영덕대게가 유명한 것은 고려 때 임금에게 진상하면서 특산품이 됐기 때문이다. 대게에 대한 지역 어민들의 자부심도 강한데 영덕 사람들은 강구와 축산 앞바다의 무화짬이라는 암초에서, 울진 사람들은 후포 앞바다의 왕돌초에서 대게가 많이 난다고 한다.

대게(Chionoecetes opilio, Snow crab)는 우리나라 동해를 포함하여 오호츠크해, 베링해, 알래스카 연안, 그린란드 해역 등의 북방 냉수역 깊은 곳에 서식한다. 우리나라 동해에서는 수심 120~350m의 깊은 바다 진흙 또는 모랫바닥에 산다. 갑각 등쪽은 대체로 편평하며 뒷부분 경사각은 완만하다. 옆 가장자리 아랫부분에 사마귀 같은 작은 돌기가 두 줄로 나있다. 등갑은 암갈색이지만, 배쪽은 희다. 암컷의 걷는다리는 수컷보다 짧다. 산란기는 1~3월이며, 수명은 암컷 9~12년, 수컷 13년으로 추정된다. 최대 갑각너비는 수컷 17.4㎝, 암컷 10.5㎝이다.

홍게(Chionoecetes japonicus, Red snow crab, 어업인들은 ‘붉은대게’로 부른다)는 동해에서만 사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대게보다 더 깊은 수심 400~2300m의 부드러운 진흙 또는 모랫바닥에 서식한다. 등쪽과 배쪽 모두 진홍색이다. 갑각의 뒷부분이 부풀어 올라 경사가 급하며, 옆 가장자리 아랫부분에 돌기가 한 줄 나있고 예리한 가시가 있다. 산란기는 2~3월이다. 최대 갑각너비는 수컷 17.0㎝, 암컷 8.0㎝이다.

동해의 수심 450~600m에서는 대게와 붉은대게의 잡종인 너도대게(일명 청게)가 출현한다. 너도대게를 처음 접하고 이름을 붙일 때 육지에서 너도밤나무와 같은 연유로 붙였다고 한다. 대게같이 생긴 놈에게 “너도 대게냐?” 하고 물은 것에서 유래되었다는 후문이다. 등쪽은 연한 주홍색이다. 두흉갑 뒷부분에 돌기가 두 줄 나있고, 날카로운 가시가 있다.

시중에 러시아산 대게와 북한산 대게가 유통되는데, 사는 서식지가 다를 뿐 같은 종이다. 더 차가운 바다에서 산 놈이 더 맛있다고 하는데, 직접 비교해보지 못한 것은 아쉬움이다.

2015년 대게 어획량을 보면, 경상북도가 1625t으로 전국 생산량의 85%를 차지하여 최고이다. 누구나 대게를 ‘영덕대게’라고 부를 만큼 대게는 영덕군 강구항이 유명한데, 실제로도 위판량이 영덕군 축산항과 강구항, 포항시 구룡포항, 울진군 죽변항과 후포항 순이다. 영덕대게가 유명해진 역사적 배경으로, 고려 태조가 영동 지방을 순시했을 때 주안상에 오른 대게 맛에 흡족해하면서 이후 임금님께 진상된 지역 특산물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또한 오래전부터 대게는 강구와 축산 앞바다에 일명 무화짬이라는 수중암초 바닥이 최대 서식지라는 이야기도 전해온다.

그러나 울진에 가면 현지인들의 말은 좀 다르다. 울진군 후포 앞바다 20여㎞ 앞에 여의도 2배 크기의 왕돌초가 있는데, 이곳이 수산물 곳간이라고 할 정도로 대게의 최대 서식지라는 것이다. 예로부터 이곳 후포에서 대게 어획량이 많았으나, 지리적으로 오지라 교통이 더 나은 영덕으로 모였다고 한다. 어느 TV 프로그램을 보니, 울진에서는 상품가치가 없는 대게를 말려서 간식으로 먹고 죽을 끓여 긍휼 음식으로도 사용한 것으로 봐서는 생산량이 많았던 것은 분명하다.

최근 고급 식품을 추구하는 먹거리 문화 추세에 따라 대게 선호도는 점점 증가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대게 소비량이 많아지니 자원량은 점점 감소하고 있다. 대게는 주로 연안 홑자망, 근해 대게통발, 근해 외끌이저인망으로 어획하는데, 어획량이 2007년 4817t에서 2010년 2606t 그리고 2015년에는 1915t으로 줄어들고 있어 자원관리가 절실한 실정이다.

“흥행일 때가 위기이다”라는 말이 있다. 대게가 인기가 있고 소비요구가 많은 지금이 어느 때보다 조심스러울 수 있다. 해양생태계 변화뿐만 아니라 조업 어선 수 증가와 장비 현대화가 자원 감소를 가져오고 있는 실정이다. 그동안 이룬 영덕대게에 대한 좋은 명성을 후대에 물려줄 수 있어야 하고, 그 어업인과 지역민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자원을 보전하고자 하는 자세와 대책이 우선되어야 한다. 우리는 이미 명태 자원을 잃은 경험이 있지 않은가.

대게 자원을 보호하기 위해 수산자원관리법에는 연안은 6월1일부터 11월30일까지, 근해는 10월31일까지는 포획금지기간을 정해 놓고 어획을 못하게 하고 있다. 물론 산란자원군 보호를 위해 암컷 대게는 연중 잡을 수가 없다. 뿐만 아니라 갑장 9㎝보다 작은 어린 놈은 잡지 못하게 금지체장을 정해서 관리하고 있다. 산란에 참여하는 최소한 크기에 해당하는 생물학적 최소체장이 7~8㎝인 것을 보면, 적절한 포획금지체장이다.

붉은대게는 금어기가 7월10일~8월25일로 여름 한 달여이다. 그래서 한여름을 제외하고는 조업이 가능하고, 거의 일년 내내 먹을 수 있다.

대게 가격은 마리당 매기는데, 일반적으로는 10만원 정도로 서민이 먹기에는 좀 비싸다. 심지어 탈피를 하기 전 최고로 살이 꽉 찬 대게를 현장에서는 ‘박달대게’라고 부르는데, 한 마리에 17만원을 호가한다. 붉은대게는 알배기가 3만원, 일반적으로는 1만원가량이지만 이 정도도 큰마음을 먹어야 살 수 있다.

대게를 맛볼 수 있는 제철은 역시 살이 꽉 찬 겨울 끄트머리이다. 대게는 삶는 게 아니고 찌는데, 살아 발버둥치면 다리가 떨어지거나 내장이 쏟아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죽이거나 기절시켜서 쪄야 한다. 게 내장이 쏟아지지 않도록 배를 위로 하여 찌는 것은 이제 상식이다. 잘 쪄진 대게는 다리의 껍질을 제거하고 속살을 발라 먹는데, 다리 관절 아래쪽을 살짝 비틀면서 부러뜨려 당기면 속살을 쉽게 분리할 수 있다. 몸통은 게딱지라고 하는 등껍질을 열고, 수저로 퍼먹거나 밥을 넣어서 비벼 먹으면 제맛이다. 다른 생선에서는 표현하지 않는 맛으로 대게 맛이 ‘달다’고 한다. 그 맛은 무엇일까.

“홍게” 하면 대게와 비교해서 “싸구려”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한때 외국산 홍게를 도시의 아파트 단지 입구나 국도변에서 팔았는데, 당시에는 대게에 비해 값도 싸고 해서 한번쯤은 사서 먹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실제로 산지에서 상품가치가 떨어지는 것들을 모아 도시 소비자에게 유통하였는데, 먹어보면 살도 없고 짜기만 해서 실망했던 기억이 있다. 사실 싱싱한 것이라면 홍게와 대게의 맛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고 한다. 이제 제대로 생산된 홍게가 스스로 실추된 신뢰를 회복시켜야 할 때이다.

일반인들은 수산과학연구자들이 아무 때나 손쉽게 수산물을 먹을 것이라고 상상하고, 부러워한다. 심지어는 생선을 공짜로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억울하고 슬프다. 우리도 먹으려면 돈 주고 사먹는다. 고백하건대, 1990년 초에 대게 조사를 하기 위해 시료를 구하러 수산시장에 갔다가 떨어진 다리 한 개 얻어먹은 게 지금까지 맛본 전부이다.

포항 죽도시장의 대게 풀빵.

포항 죽도시장의 대게 풀빵.

이번 겨울에 출장으로 포항 죽도시장에 가보니, 어시장에 온통 대게뿐이었다. 그런데도 주머니 사정으로 대게는 구경만 하고, 대신 ‘대게풀빵’을 사먹었다. 3마리에 2000원인데, 대게 향이 조금 묻어나니 ‘가성비’ 좋더라.

▶필자 황선도

[전문가의 세계 - 漁! 뼈대 있는 가문, 뼈대 없는 가문] ⑥ 되게 맛있어서 대게? 대개는 잘 모르는 대게


해양학과 어류생태학을 전공했고, 수산자원생태로 이학박사가 된 토종과학자이다. 20년간 국립수산과학원에서 일하면서 7번이나 이사하는 등 주변인으로 살았으나, 덕분에 어느 바닷가든지 고향으로 여긴다. 지금은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연구위원으로 해양생태계 복원과 수산자원 조성을 위해 일하는 ‘물고기 박사’다. 50여편의 논문을 썼고 저서 <멸치 머리엔 블랙박스가 있다>가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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