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자베이커리…백종원도 반한 최고의 빵맛

2017.12.12 11:30
윤대헌 기자

서울시는 종로·을지로에 있는 전통 점포 39곳을 ‘오래가게’로 추천하고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지도를 제작했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전문가의 조언과 평가는 물론 여행전문가, 문화해설사, 외국인, 대학생 등의 현장방문 평가도 진행했다. 서울시가 ‘오래가게’를 추천한 것은 ‘도시 이면에 숨어 있는 오래된 가게의 매력과 이야기를 알려 색다른 서울관광 체험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에 경향신문은 이들 39곳의 ‘오래가게’를 찾아 가게들이 만들고 품고 키워 온 사람 사는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 서른 번째 가게는 ‘효자베이커리’이다.

‘세종대왕 나신 곳’ 표지석.

‘세종대왕 나신 곳’ 표지석.

인왕산 동남쪽에 터를 잡은 세종마을은 세종대왕이 태어난 곳이다. 그래서 옛 이름인 ‘서촌(西村)’을 버리고 세종마을로 개명했다. 영조가 이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백사 이항복과 추사 김정희도 삶의 흔적을 남겼다. 근대에는 화가 이중섭과 시인 윤동주, 소설가 이상도 이곳에 적을 두고 예술혼을 불태웠고, 지금은 고인이 된 소설가 박완서는 매동초등학교(필운동)를 나왔다.

조선시대 서촌은 북촌과 달리 전문직인 중인들이 터를 잡고 살았다. 사람냄새 물씬 풍기는 살가운 풍경이 지금껏 곳곳에 남아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일까. 과거와 현재의 시간이 포개진 이곳에 ‘효자베이커리’가 자리하고 있다. 바게트를 들고 서 있는 ‘아저씨 동상’이 대문을 지키고 서 있는 효자베이커리는 30년 역사의 ‘동네 빵집’이다.

서민들의 삶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통인시장 긴 터널을 빠져 나오면 우측으로 바게트 빵을 움켜쥔 동상이 우뚝 서 있다. ‘효자베이커리’라는 간판을 내건 3층짜리 하얀색 건물은 1층에 매장이 있고, 2층은 빵공장이다.

바게트 빵을 든 동상.

바게트 빵을 든 동상.

1987년 유재영 사장(62)이 문을 연 효자베이커리는 10년 넘게 청와대에 납품한 빵집으로 유명하다. 유 사장은 덕수제과와 뉴욕제과에서 빵과 인연을 맺은 후 독립해 지금의 가게를 차렸다.

빵집은 현재 유 사장의 아들 유성종씨(34)와 그의 친구, 사촌동생이 함께 운영 중이다. 유 사장은 일선에서 물러나 2층에 터를 잡고 빵 만드는 일에만 몰두한다.

유성종씨는 “사람들은 우리 가게가 20년 넘게 청와대에 빵을 납품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사실 13~14년 정도 경호실에 납품했다. ‘청와대에 납품하는 빵집’이라는 입소문 때문에 유명세를 탄 것은 사실이다. 최근에도 다시 납품을 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지만, 재료값이 너무 올라 2000~3000개를 납품하면 단가를 맞추기가 쉽지 않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장 진열대.

매장 진열대.

매장은 유명세치고는 규모가 작다. 비좁은 가게 안에는 대낮인데도 빵을 사려는 이들로 가득하다. 선반 위에는 먹음직스럽게 생긴 빵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고소하고 달콤한 냄새에 군침이 돈다.

빵집을 처음 방문한 사람은 각양각색의 빵을 코앞에 두고 무엇을 사야 할지 망설여진다. 하지만 고민할 필요가 없다. 조금이라도 머뭇거리면 눈치 빠른 종업원이 냉큼 달려와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게다가 시식도 할 수 있다. 효자베이커리의 ‘인기 톱5’는 콘브레드, 어니언크림치즈소보루, 무화과빵, 블루베리치즈번, 찰떡고구마빵이다. 갓 구워낸 빵은 선반 위에 올려지기가 무섭게 동이 난다.

효자베이커리에서 가장 인기가 좋은 ‘콘브레드’.

효자베이커리에서 가장 인기가 좋은 ‘콘브레드’.

효자베이커리의 명성은 예부터 자자했지만, 최근 요리연구가이자 방송인 백종원씨가 빵맛을 본 후 ‘감탄’하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평일 낮시간에도 손님들로 북적이고, 주말이면 줄을 서야 할 판이다. ‘청와대 빵’을 맛보려는 이들은 이런 수고도 마다하지 않는다.

유씨는 “아버지의 노하우는 무엇보다 옛 맛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다. 맛이 변해 버리는 순간 단골은 사라지기 때문이다. 하루에 수천개의 빵을 만들고 수십 종류의 빵이 있지만, 인기가 제일 좋은 것은 신상품이 아닌 초창기 시절의 빵이다. 한 자리에서 장사를 오래 하다보니 단골들이 많고, 그분들은 옛 맛을 잊지 못해 항상 먹던 빵을 찾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2층에서 만들어진 빵은 시간 대에 맞춰 거의 하루 종일 매장으로 공수된다. 갓 구운 따끈하고 신선한 빵은 그 자체로 감동이다. 한 입 베어 물면 입 안에서 살살 녹는다. 빵 맛에 반해 이곳을 찾는 연예인과 일본인도 적지 않다. 맛은 물론 ‘친절함’에 반한 일본인들이 입소문을 내면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찾아온다.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의 동네 상권 공략에도 30년을 꿋꿋하게 버텨온 이유다.

효자카페.

효자카페.

효자베이커리는 매장이 협소해 앉아 먹을 수 있는 테이블이 없다. 매장 주변을 걷다 보면 ‘효자베이커리표’ 빵을 들고 다니며 먹는 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효자카페’다. 효자베이커리의 ‘계열사’쯤 된다. 베이커리 바로 맞은편에 자리한 효자카페는 아담한 커피전문점이다. 커피와 다양한 음료, 간단한 간식을 판다. 효자베이커리에서 빵을 구입해 이곳에 오면 커피값을 20% 할인해 준다.

30년 역사의 ‘잘나가는’ 빵집, 프랜차이즈 사업에 대한 유혹은 없었을까.

유씨는 “사실 그동안 여러 곳에서 프랜차이즈 사업을 제안받았다. ‘효자베이커리’라는 브랜드를 더 키우기 위해서는 프랜차이즈 사업에 뛰어들어야 하는 게 맞지만, 문제는 ‘빵맛’이다. 모든 가맹점에서 과연 본점과 똑같은 맛을 낼 수 있을지가 걱정됐다. 그래서 내린 결론이 포기다. 아버지께서 늘 말씀하셨던 ‘한결 같은 맛’과 ‘친절함’을 보장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선반 위에 놓인 맛깔스러운 빵.

선반 위에 놓인 맛깔스러운 빵.

올해로 7년째 가업을 잇고 있는 유성종씨는 대학에서 스포츠산업학과를 전공했다. 전도유망한 학과를 졸업하고 전공을 포기한 이유는 무엇일까.

유씨는 “사실 전공을 포기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고민도 많이 했지만, 당시 매장일을 하셨던 어머니께서 무릎을 수술하신 후 아버지를 돕는 것이 어떠냐고 권유해 고민 끝에 가업을 잇기로 결심했다. 외아들로서 가게를 지켜야 한다는 의무감도 있었다”고 말했다.

유씨의 꿈은 ‘언제 어디서 누가 찾아와도 한결 같은 빵맛을 선사하는 것’이란다. 매장을 나오니 좌측에 나무정자가 눈에 띈다. 정자에 걸터앉아 콘브레드 한 입 베어 문다. 어린아이 엉덩이처럼 생긴 고놈 참 맛있다.

한편 세종마을은 자하문로를 가운데 두고 왼쪽에 사직단과 필운대, 이상 옛집, 이상범 가옥, 통인시장, 윤동주 시인의 언덕, 우당기념관, 선희궁 터, 송강 정철 집 터 등이 자리하고 있다. 우측에는 경복궁 담장을 사이에 두고 대림미술관, 진아트갤러리, 통의동 백송, 보안여관, 쌍홍문 터가 있다. 개량 한옥 사이사이에는 갤러리와 카페, 음식점이 줄줄이 들어서 있어 걷기여행에 나서야 구석구석 둘러볼 수 있다. 통인시장의 ‘도시락’과 ‘기름떡볶이’도 놓치면 아쉽다.

통인시장

통인시장

‘효자베이커리’는?

개업연도 : 1987년 / 주소 : 종로구 필운대로 54 / 대표재화금액 : 콘브레드 5000원, 오징어먹물치아바타 5000원 / 체험요소 : 구매 문의하면 다양한 종류의 빵을 시식할 수 있음 / 영업시간 : 오전 8시~오후 10시 / 주변 관광지 : 서촌, 통인시장, 경복궁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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