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오븐에 2시간 구운 통삼겹살 “껍데기 부분 먼저 먹는 게 진리”

2018.05.02 21:43 입력 2018.05.07 00:46 수정
정유미 기자·사진 박민규 디지털영상팀장·영상 배동미 기자

토마스 리만 덴마크 대사가 소개한 삼겹살 요리 ‘플레스크스타이’

덴마크는 소소한 만남 속에 편안함과 안락함을 얻는 라이프스타일(휘게·Hygge)을 추구한다. 사랑하는 사람이나 친구와 따사로운 눈빛을 주고받으며 천천히 음식을 나누는 것이 덴마크 식탁 풍경이다.

덴마크는 소소한 만남 속에 편안함과 안락함을 얻는 라이프스타일(휘게·Hygge)을 추구한다. 사랑하는 사람이나 친구와 따사로운 눈빛을 주고받으며 천천히 음식을 나누는 것이 덴마크 식탁 풍경이다.
덴마크는 ‘휘게(Hygge)’의 나라다. 휘게는 덴마크어로 ‘일상의 소소한 만남 속에 안락함과 편안함을 얻을 수 있다’라는 뜻이다. 요즘 대세로 떠오른 소박한 삶을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이다. 덴마크 사람들의 밥상에는 휘게 방식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은은한 촛불 아래 사랑하는 사람이나 친구와 따사로운 눈빛을 주고받으며 천천히 음식을 나누는 것이 덴마크 식탁 풍경이다. 토마스 리만 주한 덴마크 대사(53)가 소개한 음식은 덴마크의 전통 오븐 삼겹살 로스트 요리인 ‘플레스크스타이(Flæskesteg)’와 청어·연어 오픈 샌드위치, 팬 케이크 등 4가지다.

[정유미 기자의 대사와의 만찬](4)오븐에 2시간 구운 통삼겹살 “껍데기 부분 먼저 먹는 게 진리”

대사를 만난 곳은 서울 이태원로에 있는 ‘미쉬매쉬(Mish Mash)’다. 덴마크는 2018년 미슐랭 스타를 31개나 받아 스칸디나비아 지역의 대표적인 미식 국가로 불린다.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삼겹살을 덴마크인도 즐겨 먹습니다. 재료는 같지만 조리방법이 다르지요. 기름기를 쫙 뺀 덴마크식 삼겹살은 먼저 ‘이것부터’ 맛보아야 합니다.” 리만 대사가 두툼한 삼겹살의 껍데기를 엄지와 검지손가락으로 가볍게 떼냈다. 포크도 나이프도 아닌 맨손으로 껍데기를 집더니 입안에 넣고 ‘바삭바삭’ 소리를 내며 톡톡 잘라먹었다. “과자처럼 아주 맛있다”는 대사를 따라 똑같이 껍데기를 발라 ‘오도독 오도독’ 씹었다. 짭조름하면서도 고소했다. 덴마크 편의점과 슈퍼 등에서는 껍데기만 따로 파는 포장제품이 인기라고 하는데,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덴마크 전통 오븐 삼겹살 ‘플레스크스타이’

덴마크 전통 오븐 삼겹살 ‘플레스크스타이’

메인 요리 ‘플레스크스타이’는 삼겹살에 소금을 뿌린 뒤 월계수 잎을 사이사이에 넣고 오븐에서 통째로 2시간 정도 로스트한다. 보쌈용 고기를 삶듯 오븐 밑바닥에 물을 조금 두는 것이 덴마크만의 전통 요리법이다. 촉촉하면서도 차진 고기는 씹을수록 단맛이 났다.

덴마크 하면 우유와 치즈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세계적인 낙농국가다. 그런데 메인 요리가 쇠고기가 아닌 돼지고기라니, 궁금했다. 리만 대사는 “덴마크인은 쇠고기도 즐겨 먹지만 지방이 적은 돼지고기를 더 좋아한다”면서 “덴마크 인구가 570만명인데, 돼지는 1300만두나 된다”고 말했다.

1년 내내 즐겨 먹는 ‘청어’ 오픈샌드위치.

1년 내내 즐겨 먹는 ‘청어’ 오픈샌드위치.

“오픈 샌드위치는 한국에서도 유명하지요. 고기, 생선, 채소, 과일 등 빵 위에 얹을 수 있는 토핑은 헤아릴 수 없이 많습니다. 예쁘면서도 먹음직스럽고 영양가도 높은 오픈 샌드위치의 종류는 그야말로 무한대입니다. 코펜하겐 식당에 가면 리스트가 10여 페이지에 달하는데, 메뉴 개발자의 이름을 딴 경우도 많습니다.”

덴마크인들이 가장 많이 먹는 청어를 올린 오픈 샌드위치가 나왔다. 청어는 여름철 덴마크에서 많이 잡히지만 한국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비싼 생선이다. 덴마크는 1년 열두달 청어를 먹는데, 주로 간고등어처럼 청어에 소금을 뿌려 2~3주 정도 절인 뒤 소금과 설탕, 식초를 넣고 피클처럼 담가 먹는다. 노르웨이나 아이슬랜드도 청어를 많이 먹지만 덴마크는 삶은 계란과 생양파를 함께 먹는 것이 특징이다. 식이섬유가 풍부한, 살짝 시큼한 호밀빵 위에 얹어진 청어 샌드위치를 조금 잘라 한입에 넣었다. 비린내가 나지 않을지 걱정했지만 말끔했다.

허브를 넣고 숙성시킨 ‘연어’ 오픈샌드위치.

허브를 넣고 숙성시킨 ‘연어’ 오픈샌드위치.

이번에는 연어가 올려진 샌드위치를 맛보았다. 청어와 마찬가지로 소금과 설탕에 후추를 넣고 연어를 절이는데, 허브와 함께 숙성시켜서 그런지 부드러웠다. 한국의 김치와 비슷한 적배추는 달콤하면서도 상큼했다. 주로 점심에 먹는다는 오픈 샌드위치는 한끼 식사로 거뜬해보였다.

덴마크 소주 ‘스납스’를 들고 건배하는 리만 대사.

덴마크 소주 ‘스납스’를 들고 건배하는 리만 대사.

“덴마크식 소주 ‘스납스’입니다. 도수가 47%를 넘는데, 음식을 소화하는데 도움이 되지요. 한국은 소주잔을 받은 뒤 몸을 살짝 옆으로 돌려 마시는 것이 예의입니다. 덴마크에서는 반드시 두 눈을 마주해야 합니다. 서로에 대한 존경과 신뢰를 표하는 덴마크만의 예법이지요. 한 모금 마신 뒤에는 술잔을 절대 내려놓아서는 안됩니다. 자, 스콜(건배)!” 리만 대사를 따라 독주를 머금었는데, 과일향이 강했다. 대사가 눈빛을 마주하더니 또다시 “스콜”하며 잔을 부딪혔다.

리만 대사는 덴마크의 유명한 맥주인 ‘칼스버그’를 유리컵에 따라주었다. 독주와 맥주를 함께 마신다면 한국의 폭탄주와 다를 바가 없지 않을까.

대사는 “한국의 폭탄주를 잘 알지만 위험하다”라면서 “덴마크는 섞지 않고 독주를 마신 뒤 맥주를 들이켠다. 각기 다른 본연의 술맛을 음미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덴마크 국기가 꽂힌 팬케이크.

덴마크 국기가 꽂힌 팬케이크.

디저트가 나올 때는 깜짝 놀랐다. 미쉬매쉬의 민지 셰프가 명함보다 작은 덴마크 국기를 가져오더니 싱싱한 딸기와 아이스크림 팬 케이크 위에 꽂았다. 민지 셰프는 “안데르센의 ‘인어공주’ ‘벌거벗은 임금님’ ‘미운 오리새끼’ 등 상상 속의 동화의 나라여서인지 덴마크 식탁은 항상 흥미롭다”고 말했다. 리만 대사는 “코펜하겐에 있는 동상 ‘인어공주’ 동생이 1년6개월여 전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 왔다”면서 “내년이면 한국과 덴마크가 수교를 맺은 지 60년이 되는데, 서로 다양한 문화교류 행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사에게 가장 좋아하는 한국 음식이 무엇이냐고 묻자 “김치, 삼계탕, 비빔밥, 불고기, 갈비탕 등 너무 많다”며 “특히 코리안 바비큐는 불판 위 고기를 서로 구워가며 나누는 것이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덴마크는 음식을 개인 접시에 담아 ‘이건 내 것, 이건 네 것’ 하는데, 한국은 김치찌개건 반찬이건 모든 음식을 나누어 먹는다는 것이 참 좋더군요.”

덴마크는 복지국가로 유명하다. 질병에 걸려도 무상 의료체계가 잘 갖추어져 있어 근심이 없다. 교육비는 대학원까지 무료인 데다 공부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한 달에 100만원의 생활비도 보조한다. 고용·노동보험도 잘돼 있다. 2012년부터 유엔에서 발표하는 세계행복보고서(World Happiness Report)에서 덴마크는 지구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이 사는 나라로 3차례나 1위에 올랐다.

“덴마크의 ‘휘게’는 멀리 있지 않습니다. 좋은 사람과 눈빛을 나누며 건강한 음식을 편안하게 먹는 것이 휘게이지요. 격의없이 대화를 나누다 보면 안락함과 편안함이 느껴집니다. 양초를 준비하면 낭만까지 챙길 수 있어요. 덴마크는 집이든 식당이든 창문과 식탁 등에 양초를 놓습니다. 크리스마스트리에도 진짜 초를 매달지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초를 소비하는 나라가 덴마크일 겁니다.”

리만 대사가 책 한 권을 선물로 주었다. ‘행복지수 1위 덴마크의 식탁입니다’라는 띠지가 있는 한국판 요리서적 <휘게라이프 스타일 푸드>였다. 덴마크는 행복이 넘치는 식탁을 가진 ‘휘게의 나라’였다.

레고·동화의 나라…안데르센 ‘인어공주’ 동상, 여의도에도 있답니다

■ 덴마크는

[정유미 기자의 대사와의 만찬](4)오븐에 2시간 구운 통삼겹살 “껍데기 부분 먼저 먹는 게 진리”


유럽 스칸디나비아 지역에 있는 나라로 독일, 스웨덴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 하나의 반도와 수백개의 크고 작은 섬으로 이루어진 덴마크는 해안선 길이가 7500㎞에 달한다. 장난감 레고의 본고장이자 ‘인어공주’ 등 안데르센이 태어난, 꿈과 희망이 가득한 동화의 나라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햄릿> 배경이 되기도 했다.

국토 면적은 한반도의 5분의 1, 인구는 570만명이지만 삶의 만족도는 높다. 무상 의료와 무상 교육으로 유명하며, 양성평등 국가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1991년 세계 최초로 해상 풍력에너지 개발에 나서는 등 친환경 녹색기술은 덴마크의 가장 큰 수출품목 중 하나다.

■ 한국 내 덴마크 식당

한국에는 덴마크 전통 음식점이 없다. 대사관이 추천한 덴마크식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은 3곳이다. ‘미쉬매쉬(02-6465-2211)’가 대표적이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55가길 21에 위치한 미쉬매쉬는 덴마크 전통 삼겹살 로스트 요리인 ‘플레스크스타이(Flæskesteg)’를 맛볼 수 있는 퓨전 레스토랑이다. 2018년 미슐랭 빕구르망 식당으로 소개돼 합리적인 가격에 훌륭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 가장 잘 나가는 ‘포키포크’는 보쌈을 덴마크식으로 조리하고 쫀득한 김치 마말레이드를 쌈장 대신 내놓는다. 2인분 3만원.

밀레니엄 서울 힐튼에 생긴 제과제빵점 ‘실란트로 델리(02-317-3064)’는 덴마크식 오픈 샌드위치와 패스추리 등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서울시 중구 소월로 50에 있는데, 올해 초 덴마크인 앤더스 그런험이 총주방장으로 오면서 덴마크 전통 음식을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재해석하고 있다. 패스추리는 3000원부터.

제주도 애월읍 하귀1리 379-1에 있는 ‘후거키친(064-712-7120)’은 덴마크식 미트볼이 잘 나간다. 문을 연 지 5년째. 매달 음식 메뉴가 바뀌는 레스토랑인데, 덴마크 가정식을 제대로 맛볼 수 있다. 메인 요리인 플레스크스타이도 먹을 수 있다. 미트볼은 1인분에 1만9000원.

■ 명소

덴마크 코펜하겐의 인어공주 동상

덴마크 코펜하겐의 인어공주 동상

덴마크를 대표하는 명소는 수도 코펜하겐에 있는 인어공주 동상이다. 1913년 덴마크 맥주 회사 칼스버그가 코펜하겐시에 선물했는데, 세계적인 관광지가 됐다. 2016년 서울시와 코펜하겐시의 협약으로 여의도 한강공원에 인어공주 동상이 세워졌고, 코펜하겐 시청 앞에는 광화문 미니어처가 설치됐다.

빌룬드시에 위치한 레고랜드도 유명하다. 50개 이상의 놀이기구, 레고 호텔, 미니어처 마을이 조성된 ‘미니랜드’, 어린 아이들을 위한 ‘듀플로(Duplo) 랜드’ 등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놀이공간이다.

티볼리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놀이공원이다. 놀이기구, 음악, 발레, 연극은 물론 멋진 공원과 맑은 호수, 맛집이 즐비해 보고 즐길 것이 많다.

셰익스피어 희곡 <햄릿>의 배경이 된 크론보르성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곳이다. 1600년대까지 왕족들이 거주했다. 성의 화려한 실내장식을 구경할 수 있는가 하면 매년 여름에는 성안의 뜰에서 <햄릿> 연극을 공연한다. 코펜하겐에서 기차로 약 40분 떨어진 헬싱외르에 있다.

니하운 항구는 코펜하겐의 알록달록한 건물과 항구가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는 곳이다. 더운 여름날 늦은 오후 항구 앞 카페에서 맥주를 즐기거나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나는 마켓과 카페, 레스토랑에서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

■ 덴마크에 가려면

한국에서 덴마크까지 가는 직항편은 없다. 도쿄, 베이징, 헬싱키, 프랑크푸르트, 뮌헨 등을 경유해야 한다. 인천공항에서 약 11~13시간 정도 걸린다. 화폐는 덴마크크로네(DKK)가 기본이다. 유로화와 달러 사용이 어렵다. 한국에서 덴마크크로네로 환전하는 것이 편하다. 시차는 4~10월에는 한국보다 7시간 느리다. 연평균 기온은 7.7도이며, 겨울에는 해가 짧고 추운 편이다. 한국과 비자면제협정이 체결돼 있어 90일간 무비자 체류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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