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흐름과 정책 타이밍

2024.05.14 20:24 입력 2024.05.14 21:49 수정

정부가 경제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는 수단은 매우 다양하다.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금리결정과 관련된 통화정책은 한국은행의 독립적인 권한이고 현재 한·미 간 금리 차이가 2%포인트이므로 정책공간은 매우 협소해 논외로 하자. 예산지출이나 조세수입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재정정책이 정책개입을 통해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표적인 정책이다. 물론 산업정책, 금융정책, 규제 등 많은 정책개입이 있지만 경기상황이나 경제안정에 직접적이고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재정정책이 단연 앞선다. 최근 경기상황과 재정정책의 정책적 개입과 관련된 몇 가지 중요한 경제지표가 발표되었다. 2023년 국가결산회계, 2024년 1분기 국민소득 속보치, 2024년 3월까지의 국세수입 동향이다.

우선, 2023년 국가회계 결산이다. 2023년 국세수입 결산은 예산 대비 56조4000억원의 세입결손(오차율 -14.1%)을 보여 재정운용의 큰 어려움을 가져다주었다. 이런 세입결손에 대해 재정당국의 대응은 ①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국세의 약 40%) 불교부 ② 전년도 세계잉여금 조달 ③ 불용예산 처리하여 미집행 ④ 20조원 정도를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에서 공자기금으로 조기상환 후 일반회계 전출 보전 등으로 대응하였다. 특히 ④의 방식은 외국환평형기금 고유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을 뿐더러,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고려할 때 언제든 공자기금으로부터 다시 예수금을 받아 적립해야 할 수도 있다. 이는 (i) 국회의결을 통해 확정된 예산에 대해 행정부가 재량적으로 재정규모를 축소한 것으로 결과적으로 국회의 예산편성 과정에 대한 권한 침해이고 (ii) 외평기금 전입을 통해 일반회계 적자를 보전함으로 일견 국가채무비율을 늘리지 않았지만 실질적으론 이와 동일한 효과를 미래로 이연시킨 꼼수회계이며 (iii) 재정운영의 투명성과 효과성을 낮추는 방식으로 작동하여 정책신뢰성을 낮췄다는 점 등에서 문제가 있다. 무엇보다 세입결손 시 지출감액 혹은 국채발행을 통한 세입경정을 하든지 국회와 논의하지 않고 정부 재량에 의해 재정지출 규모를 임의로 감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둘째, 2024년도 1분기 GDP 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1.3%를 기록하였다. 이는 대내외 어려운 여건에서도 2021년 4분기 성장률 1.4% 이후 가장 높은 깜짝 성장률이라 긍정적 신호를 준 게 사실이다. 특히, 민간의 성장기여도(1.3%포인트)가 정부의 성장기여도(0.0%포인트)에 비해 높은 점, 내수의 성장기여도(0.7%포인트)가 순수출의 성장기여도(0.6%포인트)에 비해 높다는 점 등은 정부 당국자에게 경제가 정상적 흐름으로 돌아왔다는 낙관주의에 들뜨게 만들기도 하였다. 하지만 우리 경제엔 다음의 하방위험 요소들이 있다. 미국의 높은 고금리 지속과 달러 강세에 기초한 고환율 지속 가능성은 여전하고, 불확실한 국제 지정학적 정세와 고유가 역시 해소되지 않았다. 또한 잡히지 않는 물가 특히, 농수산물 물가와 생필품 물가의 고공행진은 서민경제에 깊은 주름을 패게 한다. 한국은행의 국민소득 통계와는 다소 차이가 나는 통계청의 2024년 3월 산업활동동향은 여전히 지그재그 횡보(2024년 1월 -0.3%, 2월 0.5%, 3월 -0.8%)를 보이고 있어 불안한 요소가 지속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눈여겨볼 경제지표는 2024년 3월까지의 국세수입 동향이다. 우리는 작년 매우 큰 세입결손을 목도했다. 올해는 어떤가? 2024년 3월 누계 국세수입은 84조9000억원으로 매우 낮았던 2023년 대비해서도 2조2000억원 줄었으며, 국세진도율도 작년의 25.3%보다 낮고 최근 5년치 평균(25.9%)보다도 낮은 23.1%를 보이고 있다. 이들 지표를 통해 볼 때 2024년 역시 험난한 국세수입 실적이 예상된다. 또한 2022년과 2023년의 감세정책이 본격화할 가능성 역시 배제하지 못한다. 따라서 올해 경기가 설령 회복된다 해도 이들 감세조치로 인해 세입결손이 생길 가능성이 충분한 것이다. 세입기반 약화와 감세정책으로 현 정부가 내세운 건전재정의 가치는 고사하고 재정의 지속 가능성마저 흔들리고 있다.

이러한 경제흐름에 비추어 어떤 재정정책 스탠스를 취할 것인가? 정책 타이밍은 늦어도 안 되고 빨라도 안 된다. 적시에 적절한 규모의 재정개입이 필요하다. 현재의 경기흐름은 지표상으로 개선된 듯 보이지만 실제 국민들이 체감하는 경기는 매우 좋지 않다. 재정 개입의 수단이 되는 세수실적이 여전히 좋지 않다는 사실에 손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새로운 국회가 개원해서 경기흐름에 대한 판단과 민생회복 개입의 빠른 의사결정이 필요하다. 그것이 추경이든 민생회복지원금 툭별법안이든 뭔가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한 시점이다.

류덕현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류덕현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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