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난독증과 학습장애, 심리장애

2009.08.12 17:41 입력 2009.08.18 10:01 수정
이준규 의학전문기자·보건학박사

똘똘한데 성적은 늘 중위권 “난 우둔해, 안돼…”

난독증은 분명 아이들의 학습능력에 장애를 초래한다. 하지만 분명 정상인과 똑같은 지능을 갖고 있고, 명석하고 지능이 뛰어나고, 생각이나 감정을 잘 표현할 줄 안다. 또 특정 분야에서는 두각을 나타내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평균 성적을 내보면 중위권 정도에 해당되는 경우가 많다. 흔히 난독증을 ‘중위급 성적의 증세’라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난독증 아이들의 학습·심리 행태

[난독증 극복하기](2) 난독증과 학습장애, 심리장애

난독증 아이들은 또래보다 어른스럽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다보니 구두시험 능력은 우수하지만 읽기, 쓰기 등에서는 많이 뒤처져 필기시험에는 좋지 않은 성적을 낸다. 선생님으로부터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다’ ‘집중력이 나쁘다’ ‘학습에 의욕이 없다’는 등의 평가를 듣는다. 하지만 체험, 증명, 실험, 관찰 등 창의력을 필요로 하는 분야에서는 적극성을 보이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연극, 음악, 운동, 기계기술, 디자인, 공학 등의 분야에서 뛰어난 재능을 나타내는 경우도 많다.

난독증은 심리적으로도 다른 아이들과 차이점을 보인다. 스스로 우둔하다고 느끼며, 자신감이 부족하고, 쉽게 좌절하면서 감정을 잘 드러낸다. 자신의 증상을 숨기거나 얼렁뚱땅 넘기려는 경향이 강하다보니 스스로 위축되기도 한다. 또 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자꾸 하라고 강요받기 때문에 방어기제가 강하게 작용하고 신경질적이며, 짜증스러워진다. 사춘기에 접어들수록 반항심리도 커진다. 하이퍼포먼스브레인 연구소 박형배 소장은 “난독증 아이가 제대로 된 지지나 교육을 받지 못하면 어려서부터 자신이 낙오자라고 확신해 버리기도 하고, 소외감이나 환멸 등을 느끼기도 하고, 스스로 학업을 포기하기도 한다”며 “자신감을 심어주면서 함께 지지해줄 수 있는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난독증 증상 개선은 자신감 회복이 중요

우리 아이가 읽기장애인 난독증이라는 진단을 받으면 많은 부모들은 가슴이 철렁한다. 엄청난 뇌의 장애로 여기는 탓이다. “우리 아이가 그럼 바보가 되는 것인가요”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가요”라는 등의 질문과 함께 크게 절망한다.

하지만 난독증은 큰 글씨는 읽는데 작은 글씨는 잘 이해를 하지 못하는 식의 작은 문제에서부터 아예 글자를 조합하지 못하는 심각한 단계까지 그 증상의 스펙트럼이 매우 넓다. 그렇기 때문에 적절한 학습을 통해 완치는 아니더라도 스펙트럼을 상향 조정할 수 있다.

실제 미국 코네티컷 주에서 1983년에 시작해 아직도 진행 중인 한 조사보고에 따르면 성인 및 어린이를 포함한 미국인의 20%가 매우 심한 부분에서 미약한 정도에 이르기까지의 난독증 분포를 나타냈으며, 그중 아주 심한 난독증 환자는 4%였다.

난독증 아이의 증상개선을 위해서는 부모의 따뜻한 지지와 적절한 처방이 필요하다. 크로마젠 렌즈를 활용해 책을 읽는 아이와 엄마의 모습.

난독증 아이의 증상개선을 위해서는 부모의 따뜻한 지지와 적절한 처방이 필요하다. 크로마젠 렌즈를 활용해 책을 읽는 아이와 엄마의 모습.

그러므로 학업에 대한 흥미를 잃지 않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지지해주면서 적절한 훈련을 시켜주면 아이의 증상은 충분히 개선될 수 있다.

박형배 소장은 “난독증은 학습이나 세상의 모든 정보를 받아들이는 방식이 ‘언어’가 아니라는 차이가 있을 뿐 장애인이 아니다”라며 “청각 난독증의 경우 특정 소리를 한 번이라도 제대로 들은 기억이 있다면 그 다음부터 그 소리는 제대로 들을 수 있는데, 이처럼 대부분의 난독증이 훈련을 통해 증상이 개선될 수 있다”고 말했다.

난독증 아이, 이렇게 지지해주세요

난독증 체크리스트(본지 8월6일자)를 통해 아이가 난독증인 것 같다면 전문의의 처방과 함께 다음과 같은 방법을 통해 가정에서 충분히 아이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먼저 아이의 듣기 능력과 말하기 능력을 키워줄 수 있어야 한다. 많은 이야기와 시를 아이에게 읽어주고,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도록 가능성을 열어준다. 반복적인 이야기를 통해 그 이야기의 뒷 이야기를 미리 말해 볼 수 있도록 기억력을 훈련시킨다. 여러 놀이들도 도움이 된다. 도미노 놀이는 숫자와 함께 맞추기에 도움이 되는 좋은 게임이다. 공놀이, 깡충깡충 뛰기 등 운동을 수반하는 게임을 많이 하도록 해주면 운동능력도 향상되고, 자신감도 높아진다. 아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늘 이야기해주고, 칭찬을 많이 해주는 것이 좋다.

난독증의 근본 문제인 읽기장애와 관련해서는 다양한 도움을 받아볼 수 있다. 강북삼성병원 정신과 신동원 교수는 “난독증은 읽기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시청각자료를 활용해 학습을 돕는 것이 필요하다”며 “난독증을 조기에 발견해 테이프, CD, 컴퓨터 등 다양한 시청각자료를 활용해 학습을 도우면 성인이 됐을 때 예후가 매우 좋다”고 말했다.

만약 아이에게 여러 색의 투명 필름지를 통해 책을 읽도록 했을 때, 도움이 된다고 한다면 색 렌즈로 된 안경을 찾도록 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우리나라에는 최근 ‘크로마젠’이라는 난독증 착색렌즈가 출시됐다. 이는 시각세포가 서로 전송속도를 맞춰 일치할 수 있도록 대세포의 시각정보 속도를 늦춰주는 방법이다. 크로마젠의 제조사인 영국 ‘캔토&니셀’의 연구에 따르면 크로마젠을 이용한 결과 90% 이상이 읽기, 쓰기, 이해력에서 눈에 띄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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