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추신경계의 ‘월드컵 과유불급’

2010.07.01 17:33
조현상 교수 연세대 세브란스 정신건강병원

월드컵 열기는 밤잠을 설치게 하고,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지르게 만든다. 평소 얌전하던 사람들도 집중과 열정으로 가득 차게 된다. 이런 월드컵 분위기에서 우리 생각과 열정을 담당하는 중추신경계는 어떤 반응을 할까?

현실적이고 이성적이던 대뇌피질, 특히 전두엽(대뇌반구 앞쪽에 있으며 기억력·사고력을 관장하는 뇌)의 역할이 순간 순간 약화된다.

이는 우리의 감정이나 공격성 등의 본능을 불러일으키는 변연계(대뇌반구 안쪽과 밑면에 존재하며 감정과 기억을 담당하는 뇌)의 영향 때문이다. 이런 본능은 평소에는 전두엽에 의해 잘 통제된다. 즉 우리의 평소 마음은 전두엽이 변연계를 잘 통합하거나 균형을 이루는 것으로 잘 유지되는 것이다.

그러나 변연계는 이성과 통합을 관장하는 대뇌피질의 아래에 깊숙이 있으면서 외부 환경 변화에 반응하여 열정과 공격성이라는 폭탄을 터뜨림으로써 전두엽 기능, 즉 현실 인식과 냉정을 마비시키기도 한다. 이 본능적인 열정은 기본적으로 도파민과 같은 뇌의 신경전달물질 증가로 인한 쾌감을 동반하게 되는데, 이 쾌감은 변연계와 전두엽의 관계를 역전시키려는 유혹과 흔적을 남겨두게 된다.

이러한 유혹과 흔적은 정상적으로는 아주 긍정적이다. 적절한 배출 경험과 감정 해소가 있고 동시에 이성과 감성을 대표하는 전두엽과 변연계의 관계를 건강하고 돈독하게 만들어 향후 사회생활이나 개인 발전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이다. 월드컵과 같은 놀이문화의 발달이 중요한 게 바로 이런 이유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두뇌영역의 관계 현실화가 신속히 이뤄지지 못해 변연계의 여진(餘震)이 계속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특정 경기장면이나 결과가 계속 머리에 떠오르고, 월드컵 결과에 과도하게 집착하고 상심한다. 또한 붕 뜬 기분이 지속되어 일이 손에 안 잡히기도 한다.

이러한 집착과 흔적의 지속은 상처를 남길 수 있다. 과거 자신의 경험을 살려 월드컵의 관심을 스스로 조절하는 것이 향후 정신건강에 도움이 될 것이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말도 있듯이 열정도 너무 지나치면 좋지 않다. 스포츠는 우리를 위해 존재하는 게임이고, 단지 스포츠는 스포츠일 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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