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늙고 작은 반려견‘기관지허탈증’조심해야

2013.07.01 09:53 입력 2013.07.01 09:59 수정
헬스경향 황철용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

원무과를 통해 진료실로 다급하게 한통의 전화가 연결된다. 일반적으로 일과 진료시간인 경우에는 직접적으로 외부 전화연결이 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나 (반려동물 주인 입장에서는 답답할 수 있지만 하루 진료환자가 많은 수의과대학 동물병원에서는 수의사가 일과 시간 중 전화를 받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 수화기 너머 울먹이는 목소리만으로도 절박함과 간절함이 느껴진다. 오랫동안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는 ‘유나’네 집에서 걸려온 급한 전화였다.

“우리 유나가 어제 집에 손님들이 다녀가신 후 갑자기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한 문장을 채 끝내기도 전에 울먹거리며 당황하는 아주머니를 안정시키는 게 더 우선해 보인다.“어머니, 진정 좀 하시고 유나가 지금 어떻게 좋지 않은 지 차근차근 말씀해 주시겠어요?”

몇 번의 흐느낌과 한숨 뒤 어렵게 대답이 들려온다. “바닥에 엎드려 고개를 들고 숨을 헐떡이는데 금방이라도 숨이 멎을 듯합니다. 우리 유나 어쩌지요?” 대답과 함께 중간 중간 컹컹 거리는 거친 소리가 수화기 너머 들려온다. “이 소리가 지금 유나가 내는 소리인가요? 유나를 조심스럽게 안아주시고 최대한 빨리 병원으로 와 주세요. 주차장에 도착하면 저희가 바로 응급실로 데려가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후 병원은 얼마 후 내원 할 유나의 응급처치를 위한 준비에 들어간다. 주차장 도착 즉시 산소를 투여할 수 있도록 휴대용 산소 공급장치와 아울러 체온 상승을 방지하기 위한 아이스팩들이 우선 준비됐다. 아울러 원활한 호흡을 돕기 위한 각종 약물과 흥분상태인 유나를 진정시키기 위한 진정제 (대부분 항정신성의약품으로 남용에 의한 중독과 범죄 예방을 위해 사용내역이 엄격하게 관리된다)도 준비됐다.

기관허탈증을 앓고 있는 애견의 방사선사진. 화살표가 표시하는 부위에 기관이 좁아져 있음을 볼 수 있다. (사진제공= 서울대 동물병원 영상의학과)

기관허탈증을 앓고 있는 애견의 방사선사진. 화살표가 표시하는 부위에 기관이 좁아져 있음을 볼 수 있다. (사진제공= 서울대 동물병원 영상의학과)

전화를 받고 한 시간여가 지나자 주차장으로 승용차 한 대가 들어온다. 유나가 타고 있는 차임을 확인한 진료진들이 달려가 차문을 열고 아주머니 품에 안긴 유나의 얼굴에 마스크를 씌워준다. 평소 같으면 마스크를 극도로 싫어하는 유나지만 이미 지쳐버렸는지 그토록 싫어하는 마스크에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는다.

곧 마스크에 휴대용 산소 공급장치가 연결되고 신선한 산소를 마스크내로 공급해 주었다. 마스크가 입과 코를 덮은 상태로 여전히 숨을 가쁘게 몰아쉬는 유나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두 눈으로 필자를 힘없이 쳐다본다. 순간 몸무게가 채 3킬로그램도 나가지 않는 이 작은 몸집의 요크셔테리어가 겪고 있는 고통이 필자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온다.

응급실로 옮겨진 유나는 호흡을 원활하게 하는 약물과 진정제를 투약 받고 곧바로 잠에 빠져 들었다. 얼굴에는 여전히 산소 공급줄에 연결된 마스크를 쓰고 있지만 호흡은 이전보다 훨씬 안정됐다. 다행스럽게 이날 유나는 위험한 고비를 무사히 넘긴 후 며칠간 산소가 공급되는 특수 케이지 내에서 치료를 받고 퇴원했다.

사실 유나는 몇 년 전부터 기관허탈증(tracheal collapse)이라는 질환을 앓고 있었다. 공기호흡을 하는 사람과 개, 고양이와 같은 척추동물은 입 안쪽 후두에서 폐로 연결되는 공기통로인 기관(氣管)을 가지고 있다. 정상적인 경우 기관은 연골로 지탱되어 일정한 직경을 유지하고 있는데 그 모양은 세탁기 배수구에 연결된 주름관과 아주 흡사하게 생겼다.

그러나 요크셔테리어, 포메라니안, 토이푸들과 같은 소형종 애견에서는 간혹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이 기관을 지탱하는 연골이 약해지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기관의 연골이 약해지면 기관은 숨 쉴 때마다 직경이 좁아지고 펴지고를 반복하게 돼 결국 숨쉬기가 힘들어 지게 된다. 또 숨쉬기가 힘들어 계속 입을 벌려 숨을 헐떡이게 되면 목이 붓게 되고 거위 우는 소리와 유사한 소리를 내게 되는 경우가 흔하다.

아쉽게도 기관허탈증은 유전적 소인을 가진 질환으로 알려져 있으나 증상발현을 예방할 수 있는 특별한 방법이 없다. 따라서 기관허탈증이 빈번히 발생하는 견종인 경우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평소 호흡을 힘들어 하거나 기침을 하는 경우가 없는지를 면밀히 관찰하는 것이 좋다. 또 기관허탈증 증상은 비만한 체형이거나 흥분하게 되면 더욱 악화되는 경향이 있기에 평소 기관허탈증을 앓고 있다면 체중조절과 아울러 애견이 쉽게 흥분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평소 기관허탈증을 앓고 있었지만 증상이 심하지 않았던 유나도 전날 낯선 손님들의 방문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고 흥분해 위급한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후 유나에게는 장기적으로 복용하는 기관지 확장제를 포함한 약물들이 처방됐다. 앞으로는 더 이상 유나가 응급실로 내원하는 경우가 없길 희망해 본다.

추천기사

기사 읽으면 전시회 초대권을 드려요!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