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 도약

(4) 정유숙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이사장 “소아청소년 정신장애, 꾸준한 치료가 답입니다”

2016.01.28 21:49 입력 2016.01.28 21:54 수정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틱장애, 발달장애(자폐스펙트럼 장애) 등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 문제들은 환자와 보호자가 인내심을 갖고 전문 의료진의 치료 방침을 따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러나 병의 특성상 치료기간이 길어지다 보니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에 현혹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습니다.”

국내 소아청소년의 주요 정신장애 실태를 보면, 800만명 중 최소 5%인 40만명이 ADHD인 것으로 학계는 추정하고 있다. 그 중 제대로 치료를 받고 있는 경우는 5만3000명(2014년 기준) 정도에 불과하다. 일시적 틱장애는 학령기(초등학교)의 10~15%, 심한 강도의 틱장애인 ‘투렛병’은 학령기 1000명당 1~6명(0.1~0.6%)이다. 발달장애도 2~3%에 달한다.

정유숙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이사장이 환자의 뇌진단 영상을 비교해가며 증상과 치료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 이사장은 “단기간에 병을 완치해 주겠다는 사이비 의료에 절대 현혹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정유숙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이사장이 환자의 뇌진단 영상을 비교해가며 증상과 치료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 이사장은 “단기간에 병을 완치해 주겠다는 사이비 의료에 절대 현혹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정유숙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이사장(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은 “소수에서 효과가 있었던 치료 사례,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을 적용하다 귀중한 치료 시기를 놓치고, 심지어 비의료인의 치료도 이뤄지고 있어 문제”라며 “인터넷의 그릇된 정보, 특히 인터넷에서 상위에 링크되는 정보가 마치 표준치료인 것처럼 오도되는 데 휩쓸리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이사장에 따르면 초등학교 저학년 때 진단이 많이 이뤄지는 ADHD는 꾸준한 치료가 필요하다. 그런데 단번에 고쳐준다는 말에 현혹돼 병원 치료를 기피하다 결국 증상이 악화돼 찾아오는 사례가 적지 않다. 또 단순한 틱은 비교적 용이하게 치료할 수 있지만 심각한 틱 장애인 투렛병은 단기간 내에 완치가 안될 뿐 아니라 호전과 악화를 반복해 장기전으로 가야 한다. 따라서 단기간 치료로 병의 완치를 장담하는 행태는 ‘사이비 의료’의 전형이 아닐 수 없다.

“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에도 국내 소아청소년 정신건강 관련 자료가 워낙 적다 보니 10여년 전부터 질병에 대한 올바른 정보 제공에 주력했습니다. 그 결과 국민들 사이에 질병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적절하고 검증된 치료법을 알려야 하는 시점입니다. 앞으로 잘못된 관행들에 대해 적극 알리고 그것들을 바로잡을 계획입니다.”

정 이사장은 “단번에 딱 좋게 한다”는 말에 현혹되어서는 안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과거에는 정보 부족이 문제였는데, 현재는 정보가 넘치고, 검증되지 않은 그릇된 정보가 많아 큰일이다. 개인적인 특별한 사례를 일반화하는 것은 오산이다.

[희망 & 도약] (4) 정유숙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이사장 “소아청소년 정신장애, 꾸준한 치료가 답입니다”

“ADHD나 틱장애 등을 치료하려면 어릴 때 일찍 발견해 약물치료와 부모 교육, 행동치료 등 전문적인 치료를 수행하는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합니다. 치료 시기를 놓치거나 제대로 치료받지 않으면 청소년기에 증상이 나빠져 결국 폭력성이나 우울증, 불안장애, 학업 부진, 부주의, 충동조절 장애 등 후유증이 심해지는 상황을 초래합니다.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비인증 방법에 많은 비용과 시간을 지불하게 만드는 유혹들이 많습니다. 언론도 문제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ADHD는 약물치료가 중요한 데 그동안 언론매체에서 약물에 대한 근거 없는 부정적 인식을 확산시키기도 했잖아요. 언론매체에서 약물치료를 부정적으로 다루면 치료가 절실한 다수의 아이들이 피해를 보게 됩니다.”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 문제들은 가정과 학교를 포함한 사회, 의료기관이 삼위일체가 되어야 해결할 수 있다. 가정에서는 자녀의 특성과 발달에 대한 부모의 이해, 자녀와의 교류가 필요하다. 학교는 어려움이 있는 학생들을 어떻게 대할지에 대한 지침을 마련해 시행해야 한다. 이는 가정과 의료기관의 연계 속에서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학교에서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정서행동특성검사 등에서 위험군으로 나온 학생이 편견 등의 불이익을 받지 않고 이른 시간 내에 전문 의료기관과 연결되는 시스템도 구축돼야 한다.

“질병에 대한 과학적 검증이 확보된 치료법에 대한 인식 확산, 공신력 있는 온라인 사이트 확보, 전문가들의 소견에 대한 지속적인 홍보, 보험가입 제한 등 사회적 불이익 철폐 등을 위해 모두가 힘을 합칠 시기입니다. 여러 직능의 전문가들이 아동청소년의 정신건강을 위한 최선이 무엇인지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정신건강에 어려움이 생겼을 때 이는 생물학적 요인과 사회심리적 요인들이 결합한 결과이므로, 가족이나 사회의 노력없이 단번에 완치할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는 사실을 학부모나 국민들이 꼭 알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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