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치료 초기에 ‘면역항암제’ 투여구토·탈모 부작용 적고 생존율 높아

2018.02.27 21:15 입력 2018.02.27 21:16 수정
변민광 | 강남세브란스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의술인술]폐암 치료 초기에 ‘면역항암제’ 투여구토·탈모 부작용 적고 생존율 높아

국내 암 사망률 1위인 폐암 치료 패러다임에 지난해 큰 변화가 있었다.

국내에서 새로운 기전의 면역항암제가 폐암 1차 치료제로 허가됐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기존 표적 치료제의 유전자 변이(EGFR 혹은 ALK)가 없는 약 60%의 비소세포폐암 환자들에게는 항암화학요법이 유일한 1차 치료 옵션이었다.

그러나 항암화학요법은 구토, 탈모 등의 전신 부작용으로 환자들이 감수해야 하는 불편이 없지 않고, 치료 전부터 두려움을 느끼고 치료를 중도 포기하거나 사망하는 경우가 3명 중 1명에 달해 안타까운 사례가 많았다.

지난해 3월 이후 면역항암제가 진행성(말기)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부터 상대적으로 부작용에 대한 두려움 없이 일상생활을 유지하며 폐암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폐암은 환자 약 40%가 진행기에 병을 진단받는다.

이 경우 수술적인 조기치료의 대상이 아니기에 처음부터 본인에게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폐암 1차 치료요법 선택에 따라 환자의 이후 경과(예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관련 임상연구의 최신 결과 발표에 따르면, 진행기 비소세포폐암에서 허가사항에 따라 면역항암제를 사용할 수 있는 환자(EGFR 혹은 ALK 유전자 변이가 없고 종양조직의 PD-L1 발현율 50% 이상)가 현행 표준 요법인 백금 기반 항암화학요법보다 면역항암제를 먼저 사용할 경우 전체 생존 기간(중앙값)이 두 배 이상 연장되는 결과를 보였다.

미국은 국가종합암네트워크 가이드라인에 비소세포폐암의 1차 치료 옵션으로 면역항암제를 이미 추천하고 있으며, 폐암 진단 시부터 면역항암제 투여 가능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동반진단검사를 기본검사로 권고하는 등 면역항암제가 폐암의 기본 치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첫 치료부터 면역항암제로 효과를 보는 사례가 생기고 있다. 필자의 환자 중 기침이 한 달 이상 지속되어 검사한 결과 비소세포폐암 진단을 받은 70세 환자가 있었다.

원격 림프절 전이가 있어 전신 항암화학요법을 받아야 했으나 탈모와 구토 등의 부작용이 두려워 항암 치료 자체를 거부하는 상황이었는데, 다행히 면역화학검사를 통해 PD-L1이 발현되어 있어 면역항암제로 1차 항암 치료를 받았다.

현재는 치료 3회 만에 종양 50%가 감소한 상태로, 환자가 두려워했던 전신적인 부작용 없이 일상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사례처럼 면역항암제를 1차 치료제로 사용할 경우 일부 환자들은 더 이상 드라마에서 보던 항암 치료의 고통스러운 부작용 없이 더 오랜 생존을 목표로 할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까운 사례도 있다. 1차 치료에서 면역항암제를 사용할 때 반응이 예상되는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아직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비용 부담 때문에 치료를 미루는 환자들이다.

한 환자는 동반진단검사를 통해 PD-L1 과발현이 확인되어 면역항암제를 사용할 수 있고 좋은 치료효과가 기대되지만, 현재 면역항암제는 1차 항암치료로 사용될 경우 보험급여가 되지 않고 1차 항암치료 실패 후 2차 항암치료부터 보험급여가 가능하기 때문에 일단 항암화학요법을 먼저 시작했다.

이 환자는 지금 항암화학요법 부작용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데, 처음부터 보다 더 적합한 치료 옵션을 선택했다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혁신적인 신약이 나왔는데도 비용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들을 보면 의사로서 매우 안타깝다.

많은 환자들에게 좋은 치료제의 접근성이 높아져 항암치료가 힘들고 고통스러워 치료를 포기하거나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례가 없어지는 날이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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