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한 치료 받기 쉬운 심부자궁내막증

2019.03.05 20:57 입력 2019.03.05 20:58 수정
김도균 | 포항성모병원 산부인과 과장

[의술인술]엉뚱한 치료 받기 쉬운 심부자궁내막증

자궁내막증은 자궁강 내 위치해야 할 자궁내막 조직들이 자궁 외 주변장기인 난소, 복막, 방광, 직장 그리고 복막하 혈관 신경까지 진행하기도 해 여러 가지 증상을 호소하는 질병이다. 풍선과 같은 난소라는 공간에 침투한 병변은 증식을 하게 되고, 또한 생리혈이 저장되며, 생리를 거듭할수록 난소 내 자궁내막 병변이 만들어낸 ‘피풍선’은 커지게 된다. 이를 종양 같은 모양이라 하여 난소의 ‘자궁내막종’이라고 칭한다.

난소의 자궁내막종은 자궁외벽, 방광·직장·복막인대 등 다양한 곳의 병변들이 함께 자라서 침투하며, 증상(통증)을 일으키는 경우가 85% 정도이다. 다양한 통증들은 난소의 자궁내막종이 아닌 복막 아래 골반 주변장기 및 인대 신경 등을 침범한 심부침윤성 자궁내막증 병변 때문이다. 산부인과 의사가 난소의 자궁내막종을 진단하는 데는 특별한 어려움이 없다. 초음파 검사로 쉽게 확인될 만큼의 피풍선의 크기를 가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곳의 병변들을 제대로 진단하기가 매우 힘들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난소 자궁내막종처럼 특정한 공간에 생리혈이 저장될 수 없기 때문이다. 복막이나 특정 장기의 근층까지 침투한다 하더라도 병변에서 발생한 생리혈은 흡수된다. 주변조직의 염증반응이 만성화됨으로써 형성되는 섬유화 그리고 주변 근층의 비후 정도의 변화가 있어 초음파 검사로는 최소 2㎝ 이상이 되어야 결절 또는 덩어리로 보인다.

심부자궁내막증은 증상이 위치에 따라 매우 다양하다. 예를 들어 자궁경부와 연결된 질벽의 심부자궁내막증 병변은 성교통을, 자궁천골 인대의 병변은 요통과 다리저림을, 직장의 병변은 배변통을, 방광의 병변은 배뇨통을 호소한다. 이런 특징적인 위치연관 통증이 있는 경우 유심히 초음파 검사를 통해 그 부분을 확인하면 진단에 큰 도움이 된다.

심부자궁내막증 병변의 90% 이상은 자궁후벽과 직장 사이 병변이다. 두 장기 사이에 생리혈 염증 과정을 거쳐 직장과 자궁이 유착되며, 이로 인해 만성 골반통이나 밑이 빠지는 증상도 호소하게 된다. 드물지만 골반의 좌골신경까지 병변이 진행돼 기립 및 안정적인 보행의 어려움과 허벅지 및 종아리 후면의 신경병성 통증을 호소하기도 한다. 최근 필자의 조사로 병변이 자궁의 바깥쪽 복막을 침투해 근층까지 진행한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심부자궁내막증은 기존의 자궁내막증의 치료 및 선근증의 치료와는 다른 방식의 진단 치료에 대한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자궁, 난소 나팔관에만 국한된 병변 찾기에서 탈피해 자궁과 주변장기와의 유착, 자궁 주위 인대, 질벽, 방광, 직장 대장 등의 병변 찾기에 필요한 초음파 검사방식을 익힐 필요가 있다. 환자의 생리와 연관된 다양한 통증은 심지어 골반염, 장염, 방광염, 척추의 문제로 오해할 만한 증상들이다.

오랜 기간 적절한 진단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심부자궁내막증 환자들이 국내에는 얼마나 있을까? 전체 여성들 중 가임기 여성의 10%가 자궁내막증 환자이며, 그중 1% 이상이 심부자궁내막증이라는 보고를 근거로 하면 8만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그중 앞서 얘기한 난소의 자궁내막종이 없는 환자들은 골반염, 장염, 방광염, 척추질환으로 오진돼 엉뚱한 치료를 받는 경우가 흔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산부인과 영역도 소화기내과, 호흡기내과, 심장내과, 류마티스내과 등처럼 분화돼 자궁내막증 분야를 전문으로 진단·치료하는 세분화된 자궁내막증 전문의를 양성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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