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 ‘6가 혼합백신’으로 접종 횟수 줄여야”

2023.12.01 20:22 입력 2023.12.01 20:23 수정

최영준 고려대 안암병원 교수

개별 접종 땐 ‘시차 발생’ 시기 놓칠 수도…국가예방접종에 도입 필요
기존 5가 DTaP, 유럽·미국 등서 6가로 대체 추세…120억원 경제 효과
“한국 집단 보육 비율 높아 감염 취약…국가가 백신 현황 잘 파악해야”

최영준 고려대 안암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지난 11월21일 백신 예방접종을 주제로 인터뷰하고 있다. 고려대 안암병원 제공

최영준 고려대 안암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지난 11월21일 백신 예방접종을 주제로 인터뷰하고 있다. 고려대 안암병원 제공

여러 백신을 하나로 합친 혼합백신으로 부담이 줄긴 했지만 신생아를 키우면서 예방접종 일정을 빼먹지 않고 따라가기는 여전히 쉽지 않다. 최근 의료계에서는 기존에 주로 사용하던 5가 DTaP 혼합백신 대신 6가 혼합백신을 국가예방접종에 사용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나의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는 질환의 가짓수가 늘어날수록 여러모로 장점이 크기 때문이다. 6가 혼합백신 도입에 대한 쟁점부터 소아 백신 접종이 공중보건에 미치는 영향까지, 소아·청소년 백신 접종 전문가 최영준 고려대 안암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를 만나 들어봤다.

- 영유아 예방접종은 일정이 복잡해 부담을 느끼는 보호자들도 많다. 예방접종이 중요한 이유를 설명해달라.

“1950년대부터 대한소아과학회에서 어린이 국가예방접종 일정표를 제작하는 등 국내 예방접종 사업의 역사는 오래되었다. 과거에는 비교적 짧고 간결했다면 현재는 새로운 질환이 발견되고 백신도 개발되면서 접종이 추가됐기 때문에 점차 복잡해졌다. 그중 가장 기본이 되는 백신은 DTP(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 백신이다. 이 세 가지 감염질환은 영유아 시기에 감염되면 치명률이 굉장히 높고, 질병 부담도 크다. 각 질환별로 개별적인 백신이 개발됐다가 현재처럼 혼합백신이 개발된 지는 50년 정도 되었다.”

- 현재 국내에선 5가 혼합백신을 맞고 있다. 혼합백신의 장점이 있나.

“DTP에 소아마비 바이러스를 예방하는 폴리오 백신이 추가돼 4가 DTaP 혼합백신이 됐고, 뇌수막염을 예방하는 B형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 백신이 추가된 것이 5가 DTaP 혼합백신이다. 여기에 B형 간염 백신을 추가한 6가 혼합백신이 나왔다. 혼합백신의 가장 큰 의미는 접종 횟수의 감소이다. 국내 어린이 예방접종 일정표를 보면 출생 직후부터 만 12세까지 DTP 단독백신으로 접종했을 때는 접종이 30회를 넘었다. 그런데 점차 혼합백신으로 바뀌면서 총 5회로 줄었다.”

- 접종 횟수가 너무 많았을 때는 제때 접종시키지 못하고 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많았을 것 같다.

“혼합백신의 또 다른 장점은 바로 적기 접종률 향상이다. 접종 횟수가 많아서 하루에 미처 다 접종하지 못한 백신을 일주일 후에 맞는다면 시차가 생기고, 접종을 놓치는 계기가 된다. 이 시기가 잠복기가 되어 새로운 감염 환자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혼합백신은 공중보건 측면에서 이점을 가지고 있다.”

- 현재 국내에서 주로 사용하는 혼합백신은 5가 DTaP 백신이 대표적인데, 이외에 국가예방접종에서 사용하는 다른 혼합백신도 있나.

“첫돌 때 접종하는 MMR(홍역·볼거리·풍진)도 혼합백신이다. 여러 백신을 하나로 합친 혼합백신은 장점이 많은데도, 간혹 여러 개의 백신을 섞었으니 효과가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백신의 효과와 안전성은 개발·도입 과정에서부터 검증을 거치게 돼 있고, 임상시험 후 허가 검토 시에 또 검증을 통과해야만 하므로 혼합백신에 대해 크게 의구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

- 현재 5가 DTaP 혼합백신이 잘 사용되고 있는데, 굳이 6가 DTaP 혼합백신이 국가예방접종에 도입돼야 할 필요성이 있을까.

“15년 전 3가 백신을 사용하다 현재 5가 혼합백신을 주로 사용하게 된 것은 접종 횟수를 줄이려는 의도 때문이다. 이는 앞으로도 지속할 흐름이다. 백신의 효과나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면, 혼합백신을 통해 접종 횟수를 줄이는 것이 의학적, 보건학적, 사회경제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은 당연하다. 아이는 주사를 덜 맞아도 되고, 보호자는 병·의원에 가는 횟수를 줄일 수 있다. 여러 장점이 있어서 ‘접종 횟수를 줄이는 것이 좋다’는 것은 당연한 명제라고 생각한다.”

- 접종 횟수가 줄었을 때의 편익과 효과를 금액으로 환산한 연구도 있는지.

“6가 DTaP 혼합백신 접종 시 발생하는 사회경제적 비용을 추산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120억원 정도 절감할 수 있다. 특히 생후 6개월까지는 접종 횟수가 많아서 하루에 다 맞지 못하고 며칠로 나눠서 접종하는 때도 있다. 이때 보호자가 직장에 휴가를 내거나, 접종 시 소요되는 교통비 등 비용을 추산한 것이다. 의료행위 측면에서 봐도 한 해 어린이 30만~40만명이 3~5회 접종할 경우 수반되는 의료행위는 수백만회에 이른다. 국내에서 사용되는 6가 DTaP 혼합백신인 헥사심은 주사기 하나에 모두 들어 있는 제형으로 백신을 재조합 없이 바로 사용할 수 있어서 접종 횟수도 줄이고, 의료진의 편의성도 높일 수 있다.”

- 6가 DTaP 혼합백신 도입이 세계적인 추세라던데.

“최근 10년 사이에 선진국에서도 기존 4·5가 DTaP 혼합백신이 6가 혼합백신으로 많이 대체되고 있다. 백신이 주로 유럽, 미국 등 선진국에서 개발·생산되는 점을 고려할 때 만약 현재 쓰고 있는 5가 백신 공급이 부족해지면 한국은 대처가 어려울 수도 있다. 백신은 일반 의약품보다 구성과 처방전이 복잡하기 때문에 공정 중 하나라도 잘못되면 글로벌 차원의 공급 부족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이러한 백신의 수급 불안정 이슈는 2~3년마다 한 번씩 발생하는데, 이 시기 아이들이 적기 접종을 많이 놓치면 통계상으로도 감염병과 환자 수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온다.”

- 소아·청소년 감염질환 전문가로서 예방접종 외에도 제언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어린이 감염질환에 대한 국내 환경은 불리한 점과 유리한 점이 모두 있다. 불리한 점은 태어나자마자 조리원부터 시작해 어린이집, 유치원 등 집단 보육체계에 있는 아이들의 비율이 다른 국가보다 상당히 높은 편이라는 것이다. 학교에서의 체류시간이 긴 중고교생 역시 감염질환의 위험에 노출되는 부분이 상당히 많다. 반면 유리한 점은 다른 국가 대비 병·의원 접근도가 괜찮고, 예방접종 인프라가 상당히 잘되어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도 많은 수는 아니지만 의료 인프라 이용을 기피하거나 접종을 회피하는 경우가 간혹 있는데, 이는 아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또한 국가가 예방접종 현안을 잘 파악하고, 글로벌 상황과 백신 개발 현황 등을 비롯해 국내 도입 방식 등을 함께 연구·논의하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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