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재명 ‘대표 연임’ 공식화, 일극주의 우려 직시해야

2024.06.24 19:00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국회에서 대표직 사퇴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국회에서 대표직 사퇴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대표직을 사퇴했다. 차기 당대표를 선출하는 8·18 전당대회에서 대표 연임 도전을 공식화한 것이다. 이 대표가 연임하면 대선 출마를 위한 ‘이재명 체제’의 마지막 단추를 채우게 된다. 그 자체가 당무와 국정을 책임 있게 이끌고 평가받겠다는 뜻일 수 있으나, 이 대표는 ‘이재명 일극주의’에 대한 우려를 무겁게 직시해야 한다.

이 대표의 전대 출마는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또대명(또 대표는 이재명)’ 분위기에서 발표만 남았을 뿐, 기정사실로 보인다. 이 대표는 22대 총선에서 친이재명계 의원들이 대거 당선되면서 당내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졌다. 친명계에선 171석 거대 야당은 물론, 범야권 192석을 이끌 적임자가 이 대표밖에 없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민주당은 최근 당헌·당규를 개정해 ‘당대표의 대선 출마 시 1년 전 사퇴’ 규정에 예외를 두고, ‘부정부패 연루 당직자의 자동 직무정지’ 조항을 폐지했다. 이 대표의 연임과 대선 가도에 장애물을 없애고, 차기 대선 직전까지 당 장악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번 최고위원 경선도 친명계의 독무대가 될 거라고 한다. 이 대표 연임으로 일극체제 구축도 마무리되는 셈이다.

공당이 다양성·포용성이 사라지고 한 사람의 뜻대로, 그의 정치적 미래를 위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은 1980~1990년대 ‘3김 체제’ 정당에서나 있던 일이다. 정당 민주주의의 퇴행이다. 요즘 민주당에서 “민주당의 아버지는 이재명”(강민구 최고위원), “이재명 대표 시대”(정청래 최고위원)같이 당대표를 떠받드는 표현이 스스럼없이 나오는 건 볼썽사납다.

민주당의 총선 승리는 민심이 윤석열 정부의 실정을 엄중히 심판하고, 제1야당에 힘을 실어준 결과다. 그런데도 이 대표와 친명계가 당과 국회에서 일방 독주한다면 오만하다는 소릴 듣을 것이다. 여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라고 공격하는 것에도 그런 배경이 깔려 있다.

이 대표는 “국민과 나라가 당면한 거대한 위기 앞에서 민주당과 저 이재명은 어떤 길을 가야 할 것인지를 깊이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이 유능한 수권정당이 되기 위한 전략과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 일극 체제 우려를 해소하고 지지층 확대와 당내 통합을 위한 실천적 방안도 제시하기 바란다. 이 대표는 민심에서 멀어지면 대권의 꿈 또한 멀어진다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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