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에 한 잔, 평양냉면에 한 잔…와인 얘기랍니다

2024.05.05 09:00 입력 2024.05.05 09:03 수정

긴소매 겉옷이 짧아지고 내리쬐는 햇볕이 뜨겁게 느껴질 때면 이제 찬 와인의 계절이다. 올해는 예년보다 더위가 일찍 시작될 예정이라고 하니 한발 빨리 여름 와인을 골라보는 건 어떨까. 부담 없이 가볍게, 냉장고에서 막 꺼내 기분 좋게 즐길 수 있다. 와인 전문가 3인이 추천하는 요즘 마시기 딱 좋은 와인 여섯 가지를 소개한다.

치킨에 한 잔, 평양냉면에 한 잔…와인 얘기랍니다

리슬링
이상봉 | 와인수입사 ‘나루글로벌’ 대표

대표 독일 와인인 리슬링은 새콤달콤한 맛과 풍부한 과일 향을 품은 매력적인 와인이다. 낮은 알코올 도수와 가벼운 보디감으로 무더위에 지친 여름날 시원하게 마시면 청량감을 느낄 수 있다. 어느 요리에 곁들여도 자연스럽게 어울려 와인계 ‘팔색조’라고도 불린다. 포도의 숙성 정도에 따라 사과, 배, 복숭아, 파인애플, 망고, 꿀, 건포도 등 다양한 과실의 풍미가 느껴지고, 드라이한 스타일부터 아찔하게 단 아이스와인까지 스펙트럼이 넓어 취향에 맞게 고를 수 있다. 알코올 도수가 낮을수록 잔당(단맛)이 있는 리슬링이니 고를 때 라벨을 살펴볼 것. 10% 정도면 당도와 산미가 적당하고 그보다 높으면(13~15%) 드라이한 스타일, 낮으면(6~7%) 디저트용으로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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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와인 베를린 리슬링(2만원대), 디히터트라움 리슬링 젝트(3만원대)

페어링 리슬링은 한식 한 상 차림에 곁들이기 좋다. 매콤한 제육볶음이나 새우젓이 들어간 음식을 비롯해 생선, 전, 튀김과도 매끈하게 어울린다. 프라이드 치킨과 가장 잘 어울리는 와인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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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제와인
김룡 | ‘와인나라’ 소믈리에

투명한 분홍빛을 띠는 로제와인은 여름에 빛을 발하는 와인이다. 유럽에선 기온이 오르기 시작하면 로제와인을 즐기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는데, 달콤한 디저트와인이라는 인식이 있으나 최근 대형 주류회사들이 투자를 늘리며 산미가 강하고 드라이한 스타일까지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당도와 스타일에 따라 식사 전후를 비롯해 식사 전반에 즐기기 좋고 피크닉와인으로도 안성맞춤이다. 레드와인과 화이트와인의 특성을 동시에 가진 로제와인은 차게 마실 땐 경쾌하고 상큼한 화이트와인 같지만 온도가 높아지면 은은하고 우아한 레드와인의 풍미가 살아난다. 냉장고에 넣어두었다가 꺼내 처음엔 차갑게 마시고, 이후 풍성해지는 맛과 향을 즐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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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와인 에이투지 오레곤 버블스 로제(3만원대), 샤또 루빈 리옹 앤 드래곤 프로방스 로제(6만원대)

페어링 과일과 샐러드, 해산물과 무난하게 어울린다. 보디감이 있는 로제와인은 스페인 요리인 감바스 알 아히요나 파에야, 한식으로는 양갈비 수육, 평양냉면과도 궁합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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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노 그리지오
김욱성 | 와인칼럼니스트

피노 그리지오는 화이트와인 중 국내에선 다소 낯선 품종이지만 가볍고 부담 없는 도수와 투명하고 은은한 매력으로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그리지오(Grigio)는 이탈리아어로 회색이란 뜻. 껍질이 분홍빛과 회색빛을 띠는 청포도 품종이다. 와인 색은 일반적으로 밝은 지푸라기 색상을 보인다.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피노 그리지오는 대부분 이탈리아산으로 가벼우면서도 산미가 좋다. 사과, 레몬, 복숭아 같은 밝은 과일 향과 상쾌한 식감, 깔끔한 마무리가 특징. 요즘 같은 날씨에 7~9도 정도로 차게 해서 마시면 가장 맛있다. 이탈리아에서는 가볍고 신선한 스타일을 만들기 위해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발효시켜 짜릿한 산미와 향긋한 과일 특성을 살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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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와인
산타 마게리타 피노 그리지오(3만원대)

페어링 각종 해산물과 샐러드, 조개류를 베이스로 한 파스타와 좋은 매칭을 이룬다. 깔끔한 맛의 피노 그리지오는 어느 음식과도 ‘반주’가 가능한 와인이다. 해산물뿐 아니라 돼지고기와 치킨, 구운 야채, 딤섬에 곁들여 마셔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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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낫
김욱성 | 와인칼럼니스트

날씨가 더워지면 스파클링이나 샴페인을 많이 찾게 되는데 투박하고 탁한 스타일의 펫낫(Pet-Nat) 와인을 즐겨보는 건 어떨까. 펫낫은 프랑스어 ‘Petillant Naturel’의 준말로 ‘자연스러운 스파클링’ 와인을 의미한다. 국내 내추럴와인 붐과 함께 부드러운 탄산과 달콤한 과일 향이 주목받으며 2~3년 전부터 여름 와인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알코올 도수가 11~12%로 낮은 편이다. 샴페인과 달리 한 번의 발효만 거치기 때문에 완전히 발효되지 않은 당분이 남아 약간의 단맛이 나는 경우가 많다. 병 바닥에 침전물이 일부 남아 약간 탁한 편인데, 마실 때 병을 흔들어 침전물이 와인에 고루 퍼지게 하거나 바닥에 남도록 조심해서 따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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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와인
뤼 들 라 수와프 로제 펫낫(7만원대)


페어링 레드 펫낫은 육류와, 화이트 펫낫은 회, 스시 등 해산물과, 오렌지 펫낫은 육가공품인 샤퀴테리 또는 해산물 요리와 마셔보는 것을 추천한다. 로제 펫낫은 샐러드와 치즈, 샤퀴테리, 닭요리 등과 고루 잘 어울린다.


Tip

화이트와인은 차가운 온도를 유지할 때 산미와 풍미가 살아난다. 보통 7~13도가 적정하다. 스파클링 와인은 그보다 낮은 4~7도, 로제와인은 10~13도에서 마시는 것이 좋다.

단 지나치게 차게 마시면 향이 가라앉고 감각이 무뎌져 와인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할 수 있다. 덥다고 와인에 얼음을 넣어 마시는 것은 권하지 않는다.

와인에 물을 넣으면 맛과 구조감이 희석돼 풍미가 사라질 수 있다. 냉장고에 1~2시간 정도 넣어두었다가 마시기 전 꺼내놓고, 꺼낸 후에는 얼음과 물을 담은 버킷에 와인병을 담가놓으면 서늘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다.

먼저 차갑게 마신 후 실온에서 온도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맛과 향을 즐기는 것도 좋은 방법. 요즘은 다양한 휴대용 칠링백이 판매되고 있으니 야외에서도 시원하게 즐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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