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

아~ 언제 다시 가볼까나…묘향산

2005.11.01 15:38

방북 이틀째날 묘향산에 올랐다. 평양에서 묘향산까지는 150㎞로 버스로 2시간 만에 도달했다. 묘향산은 평안북도 향산군과 자강도 회천시, 평안남도 영원군 3개 도·군에 걸쳐 있는 큰 산으로 강이 푸르고 맑다하여 붙여진 청천강이 산을 끼고 흐른다.

[트래블]아~ 언제 다시 가볼까나…묘향산

묘향산(妙香山)은 이름 그대로 묘한 향기가 나는 산이다. 향나무와 측백나무가 많아서 산에 향기가 진동해 붙여진 이름. 예전엔 연주산, 태백산, 서산 등으로 불렸다. 서산대사의 ‘서산’은 바로 묘향산이다. 일찍이 서산대사는 “금강산은 아름답지만 웅장하지 않고 지리산은 웅장하지만 아름답지는 않다. 구월산은 아름답지도 웅장하지도 않은데 묘향산은 아름답고도 웅장하다”는 말로 묘향산의 모습을 설명했다. 서산대사의 과장이 있을지언정 묘향산은 정말 아름답고도 웅장했다. 최고봉인 비로봉(1,909m) 등 화강암들로 된 웅장한 봉우리들과 기암괴석들, 깊은 골짜기와 벼랑들이 어우러져 절경을 이루고 있었다. 묘향산은 외향산과 내향산으로 나뉘는데 각각 구향산·신향산으로 불리기도 한다. 관광객이 주로 찾는 곳은 내향산. 이곳에는 만폭동·비로봉·칠성동·상원동·천태동 코스가 있는데 방문단은 1만개의 폭포가 있다는 만폭동(萬瀑洞)으로 올랐다.

입구에서 400m 올라 처음 만난 것은 서곡폭포. 1만개 폭포의 ‘서곡’을 알리는 폭포다. 날이 가물어서 폭포의 웅장한 맛은 떨어지지만 화강암을 타고 떨어지는 물줄기는 위에 있을 아름다운 폭포들에 기대감을 갖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발을 부지런히 놀리니 얼마 안가 하무릉폭포가 나온다.

“무릉폭포 아래 있어서 하무릉폭포인데 두갈래로 흐르는 물줄기가 사랑을 속삭이는 청춘남녀 같다고 해 사랑폭포라고도 불립네다. 안 그렇습네까.” 꿈보다 해몽이 좋은 안내원의 설명이 연방 이어진다.

얼마 안가 거대한 화강암 바위가 눈에 띈다. 등산로 옆 무릉폭포가 암반을 타고 27m 비탈진 벼랑으로 떨어진다. 등산로는 약간 험하지만 위험할 정도는 아니다. 자세히 보니 화강암 바위에 홈을 파서 계단으로 만들었다. 일일이 화강암을 쪼았을 북한 인민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찡해진다.

은선(隱仙)폭포까지는 금세 도달한다. 먼 옛날 하늘의 8선녀가 무더운 여름 목욕을 하고 은선폭포에서 물을 마신 뒤 유선폭포에서 놀다가 하늘로 오르곤 했는데 무릉폭포에서 나무꾼 8형제를 만나 결혼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일행이 조금씩 처지기 시작하니 안내원은 만폭대에서 한곡조 뽑으며 숨을 돌린다. 안내원의 노랫가락이 만폭동 골짜기에 꾀꼬리처럼 울려퍼진다. 앞의 커다란 바위에는 ‘묘향산은 천하제일 명산’이라는 김주석의 글이 새겨져 있다. ‘천하제일 명산인 거 알거든?’ 자연만은 제발 있는 그대로 내버려뒀으면 하는 안타까움이 든다.

은선폭포에서 유선폭포까지 가는 길에 놓인 유선다리는 60m 벼랑 위에 아슬아슬하게 걸려있다. 묘향산의 오작교로 불리는데 안전하다고는 하지만 휘청대는 것이 내심 불안불안하다. 다리 위에서 바라보니 묘향산의 전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조금만 더 올라가면 9층 폭포와 단군의 탄생설화가 전해지는 단군동굴이 있었지만 일정상 그만 내려와야 했다. 오르면서는 숨이 가빠 느끼지 못했던 묘향산의 향이 폐속에 진하게 아려온다. 언제쯤 다시 올 수 있을까. 가슴앓이는 한동안 계속될 듯하다.

〈묘향산|글·사진 김준일기자 ant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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