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로 ‘우암공원’ 정문이 무너졌다…정문 사라지니 시민이 되레 반겼다

2021.04.27 21:24 입력 2021.04.27 21:30 수정

대전 동구 우암 송시열 사적공원에 도대체 무슨 일?

사고로 ‘우암공원’ 정문이 무너졌다…정문 사라지니 시민이 되레 반겼다

대전 동구 우암사적공원 정문(위 사진)은 지난달 29일 승용차가 돌진하면서 절반 이상이 무너져 내렸다.  장옥란 대전관광문화해설사 제공·연합뉴스

대전 동구 우암사적공원 정문(위 사진)은 지난달 29일 승용차가 돌진하면서 절반 이상이 무너져 내렸다. 장옥란 대전관광문화해설사 제공·연합뉴스

지난달 차량 돌진해 ‘와르르’
시선 가렸던 정문 사라지니
공원 내부 전경 훤하게 보여

전문가, 현장 방문 의견 청취
시민들 “공원 가까워진 느낌”
시, 건립 대신 개방 운영 결정

휴일인 지난 18일 오후 대전 동구 우암사적공원 앞. 화창한 날씨 속에 봄나들이에 나선 사람들로 공원이 붐볐다.

“어, 공원이 시원하게 뚫린 느낌이 드는데…. 뭔가 이상해.”

“몰랐나 보네, 얼마 전에 대형 교통사고가 나서 공원 정문이 사라졌잖아. 그래서 공원 안이 훤히 보이는 거야.”

이날 공원을 찾은 시민들의 대화를 듣고 있다보니, 왼쪽에 위치한 남간정사(대전시 유형문화재 제4호)는 물론 공원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과거 공원 앞에 대형 정문이 가로막고 있을 때는 밖에서 볼 수 없던 정경이었다.

“문이 사라지니까, 공원이 더욱 가까워진 것 같아요. 개방감이 발군인데요.”

매주 이 공원을 찾는다는 우송정보대 교수 A씨(65)도 달라진 우암사적공원을 크게 반겼다.

이 공원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지난달 29일 70대 운전자가 몰던 차량이 공원 앞 곡선 도로를 주행하다가 운전 부주의로 정문으로 돌진하면서 문의 절반 이상이 무너져내렸다. 당시 현장을 주행하던 다른 차량의 블랙박스에 찍힌 영상이 공개되면서 많은 시민들이 큰 충격을 받았다.

정문이 사라진 후 우암사적공원 전경. 왼쪽으로 대전시 유형문화재 제4호인 남간정사 등이 보인다.  윤희일 선임기자

정문이 사라진 후 우암사적공원 전경. 왼쪽으로 대전시 유형문화재 제4호인 남간정사 등이 보인다. 윤희일 선임기자

하지만 이후 상황은 크게 바뀌었다. 당국이 사고 잔재를 모두 치우고, 문이 있던 자리에 화분을 몇 개 갖다 놓고 나자 ‘문이 없어지니까 공원의 개방감이 높아지고, 시민과 더욱 가까워진 느낌이 든다’는 등의 의견이 쏟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사고 전 공원 앞에 있던 정문은 폭 13.2m, 높이 6.57m로 남간정사를 비롯한 공원 전경을 대부분 가리고 있었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마찬가지였다. 백남우 대전향토문화연구회 회장은 “공원 정문은 남간정사를 중심으로 한 공원 내부 경관을 완전히 가로막고 있어 문을 철거해야 한다는 생각을 이미 하고 있었다”면서 “비록 예기치 못한 사고에 의한 것이기는 하지만, 공원이 시민의 품에 안긴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이런 여론 속에 대전시는 지난 9일 문화재위원 등 전문가들과 함께 현장을 방문해 의견을 청취했다. 여기서도 문을 새로 세우지 말고 개방형으로 공원을 운영하자는 의견이 나오자 대전시는 정문을 다시 세우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임재호 대전시 문화유산과장은 “야간에는 문화재 보호를 위해 외부인의 출입을 막아야 하기 때문에 접이식의 간단한 철제문을 설치해 관리하고, 낮 시간에는 완전히 개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우암사적공원은 조선 후기 유학자인 우암 송시열(1607~1689)이 학문을 닦던 곳으로 송시열이 제자를 가르치고 학문에 정진하던 남간정사 등이 있다. 1991년부터 1997년까지 장판각, 유물관, 서원 등의 건물을 재현한 뒤 1998년 4월 사적공원으로 문을 열었다. 정문도 당시 세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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