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운동 품고 미얀마와 연대…광주 넘어 나래 펴는 5·18

2021.05.18 15:44 입력 2021.05.18 21:03 수정

<b>나비 518마리 날갯짓</b>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18일 열린 제41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공연자들이 나비를 날리고 있다. ‘우리들의 오월’이란 주제로 열린 이날 기념식에선 오월 넋을 위로하고자 나비 518마리를 날려보냈다.  연합뉴스

나비 518마리 날갯짓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18일 열린 제41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공연자들이 나비를 날리고 있다. ‘우리들의 오월’이란 주제로 열린 이날 기념식에선 오월 넋을 위로하고자 나비 518마리를 날려보냈다. 연합뉴스

인권운동가에 주던 ‘들불상’
최초로 환경운동가가 수상
“환경문제, 삶과 직결된 인권”
심사위, 치열한 고민 끝 결론

미얀마 민주화 시위에 공감
옛 전남도청 앞엔 사진 전시
통일·영호남 화합 등 염원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18일 열린 제41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의 주제는 ‘우리들의 오월’이었다. 전국화와 세계화를 통해 5·18이 모두의 오월이 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다. 41주년을 맞은 5·18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환경운동과 독재에 저항하는 다른 나라 시민과의 연대 등 다양한 시대정신으로 확산되고 있다.

들불열사기념사업회는 이날 “ ‘제16회 들불상’ 수상자로 기후환경운동가인 이유진씨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올해로 16년째 이어지고 있는 이 상의 수상자로 인권운동가나 단체가 아닌 환경운동가가 선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들불상을 수상한 이씨는 1999년 녹색연합에서 환경운동을 시작했다. 그는 인류와 모든 생명들을 위협하는 기후변화를 멈추기 위해 지역공동체들과 대안을 만드는 활동을 펼쳐왔다.

들불상은 광주의 ‘들불야학’에서 활동하며 5·18을 전후로 민주화운동을 하다 숨진 7명의 열사를 기리기 위해 제정됐다. 5·18 당시 시민군 대변인이었던 윤상원 열사와 전남대 총학생회장이었던 박관현 열사 등이 들불야학에서 활동했다.

들불상 심사위원회는 “현재 우리 사회에 가장 절실하게 요구되는 시대정신으로 모두의 생존을 위한 기후 운동을 꼽았다”면서 “환경 문제는 삶과 직결되는 인권이고, 환경 위기는 사회적 약자에 더 가혹한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 주목해 수상자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김상호 들불열사기념사업회 상임이사는 “심사위원들이 치열한 토론을 통해 환경 문제를 인권의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면서 “5·18정신을 계승하고자 하는 시민과 단체들이 기후변화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동참하는 게 들불열사들의 뜻”이라고 설명했다.

군부 쿠데타에 저항하고 있는 미얀마 시민들과 가장 적극적인 연대활동을 펴고 있는 곳도 광주다. 미얀마 광주연대가 파악한 결과 5월 광주에서 진행됐거나 진행 예정인 연대 활동만 14개나 된다.

5·18을 겪은 한국 시민들은 날마다 쿠데타와 민간인 학살을 규탄하고 민주화를 응원하는 영상편지를 이어가고 있다. 유튜브 채널 ‘함께 미얀마’를 통해 전 세계에 공유되고 있는 편지에서 시민들은 노래와 편지 낭독, 악기 연주 등 나름의 방식으로 연대의 마음을 전하고 있다. 미얀마어 전공자들의 재능기부로 미얀마어 자막도 제공한다. 전국의 농민과 교사, 청소년, 공무원, 직장인 등이 참여하고 있다.

미얀마와 한국의 예술가들이 함께하는 전시는 옛 전남도청 앞 5·18민주광장 등 광주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광주민주포럼에서는 국제연대 방안 등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오는 23일에는 ‘미얀마를 위한 오월행동’을 통해 한국 시민사회단체가 광주에 모여 미얀마 민주화 투쟁에 대한 지지와 응원을 보낸다.

대구와 광주 지역 교사들이 두 지역의 대표적 민주화운동인 2·28민주운동과 5·18민주화운동을 학생들에게 함께 가르치는 ‘교육 달빛동맹’도 추진된다. 19일 전교조 대구지부와 광주지부는 5·18묘지에서 이 같은 ‘공동약속’을 발표한다.

매년 2·28과 5·18에 맞춰 교류행사를 갖고 학생들에게는 공동수업을 통해 두 지역 민주화운동을 제대로 알려주자는 게 핵심이다. 이 약속은 대구 지역 교사들이 광주에 ‘2·28이 5·18에게’라는 제안서로 먼저 요청하면서 성사됐다.

5·18정신은 시민들의 통일운동으로도 이어진다. 1980년에 태어난 광주 남구 공무원과 시민들은 22일 한자리에 모여 통일을 염원하는 ‘남구 오월 통일만보’ 행사를 갖는다. 광주의 푸른길에서 ‘1만보’를 함께 걸으며 한반도 모양을 본뜬 꽃길도 만든다.

조진태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5·18이 가진 고유의 가치는 민주주의와 인권이지만 이 정신은 환경 등 인류가 지향해야 할 가치로 얼마든지 확장될 수 있다”면서 “연대와 화합 등 다양한 시대정신으로 발현되는 것도 매우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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