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본 ‘제주 접수’ 가속도

제주 허파 ‘곶자왈’도 잠식… 한라산 허리에 ‘차이나타운’

2014.09.28 22:22 입력 2014.09.29 15:50 수정

(상) 한라산 보호구역 위험

제주에서 오른쪽으로 한라산과 오름(제주에 분포하는 소형 화산체)을, 왼쪽으로는 바다를 끼고 서귀포시 표선면에서 동홍동 방면으로 1119번 지방도를 달리다 서귀포시 남원읍으로 접어들면 대규모 건설현장이 눈에 들어온다. 27일에도 이 일대에서는 이층주택 형태의 휴양 콘도미니엄을 짓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공사장 입구에는 ‘기린산장(麒麟山庄)’이라는 중국어 공사 가림막이 선명하다. 중국 백통그룹이 추진 중인 ‘백통신원 제주리조트 조성사업’ 공사현장이다.

중국 녹지그룹이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와 제주 서귀포시 동홍동 일대에 조성중인 제주헬스케어타운의 분양사무소 위에 지난 27일 태극기와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가 나란히 나부끼고 있다. 왼쪽으로 서귀포 앞바다에 섶섬이 보인다. 수년 전부터 제주도에 급격히 투자를 늘리고 있는 중국자본들이 한라산 기슭에서 대규모 개발을 벌이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제주 |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중국 녹지그룹이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와 제주 서귀포시 동홍동 일대에 조성중인 제주헬스케어타운의 분양사무소 위에 지난 27일 태극기와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가 나란히 나부끼고 있다. 왼쪽으로 서귀포 앞바다에 섶섬이 보인다. 수년 전부터 제주도에 급격히 투자를 늘리고 있는 중국자본들이 한라산 기슭에서 대규모 개발을 벌이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제주 |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b>붉은 물결</b> 지난 27일 제주 솔오름 정상에서 바라본 서귀포 일대 전경. 아래쪽에 중국 종합부동산업체인 녹지그룹이 제주 서귀포시 동홍동 일대에 조성 중인 제주헬스케어타운이, 그 위쪽 녹지 너머로 해안쪽에 제주 주민들이 거주하는 서귀포 시가지가 보인다. |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붉은 물결 지난 27일 제주 솔오름 정상에서 바라본 서귀포 일대 전경. 아래쪽에 중국 종합부동산업체인 녹지그룹이 제주 서귀포시 동홍동 일대에 조성 중인 제주헬스케어타운이, 그 위쪽 녹지 너머로 해안쪽에 제주 주민들이 거주하는 서귀포 시가지가 보인다. |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 헬스케어타운, 콘도 분양 먼저… 고도제한도 완화
시민단체 “숙박시설에 불과… 경관 훼손은 불가피”

■ 보존 필요한 중산간에 개발붐

2012년 11월 허가된 이 사업은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리 55만㎡에 콘도 472실과 관광호텔 200실, 맥주박물관을 건립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해발 260~320m 사이 중산간(中山間) 지대에 들어서는 대규모 관광위락시설이라는 점에서 초기부터 논란을 불렀다.

제주도의 해발 200~600m 지역인 ‘중산간’은 지하수 함량이 풍부한 원시림인 ‘곶자왈’이 분포해 보존가치가 높다. 하지만 중산간이 수년 전 국내 자본들의 골프장 개발로 수난을 겪은 데 이어 최근 들어 중국 자본의 집중매입 대상이 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자본인 람정제주개발이 추진 중인 신화역사공원 복합리조트도 곶자왈 지역이다. 2010년을 기점으로 투자를 급격히 늘린 중국자본들이 중산간 지역을 매입해 대규모 개발사업을 추진하면서 난개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제주의 청정자연이 돌이킬 수 없이 훼손당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 평화로 부근. 오름들이 물결무늬를 이루며 녹음을 자랑하는 중산간 지역에 붉은색 지붕을 씌운 주택이 수십채 건립돼 있다. 아덴힐 리조트다. 제주도가 부동산투자 이민제를 도입한 뒤 중국인을 대상으로 콘도를 짓기 위해 객실수를 지속적으로 늘려왔다. 2004년 사업 승인 당시 100실 규모였던 아덴힐 리조트는 현재 객실이 414실로 늘어났고, 이 중 293실이 중국인에게 분양된 것으로 보인다. 아덴힐 리조트 인근에는 중국 흥유개발이 콘도 636실과 호텔 544실, 어린이 테마박물관을 조성하는 ‘차이나비욘드힐’이 들어선다.

서귀포시 동홍동 일대에선 제주헬스케어타운 공사가 한창이다. 중국 녹지그룹이 153만9000㎡의 부지에 의료연구개발센터, 휴양 문화시설, 숙박시설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하지만 단순히 ‘대규모 숙박단지’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 어린 시선을 받고 있다. 휴양 콘도 분양 사업을 우선 실시하면서 고도제한 완화, 숙박시설과 상업시설의 면적을 늘리는 절차를 추진했기 때문이다. 건물 고도가 높아지면 한라산에서 서귀포를 잇는 경관을 훼손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 ‘개발과 보전’ 균형 잃은 제주

중국 분마그룹은 제주이호랜드와 합작해 이호유원지에 유원지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해수욕장 사유화 논란이 일고 있다. 중국계 자본인 오삼코리아(주)는 제주도의 절경인 섭지코지 일대에 콘도를 건설 중이다. 이를 포함해 제주 10여곳에서 중국자본에 의한 대규모 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제주도에 중국자본이 급격히 유입된 것은 투자 기업에 세금을 감면해주고 5억원 이상을 투자한 외국인에게 영주권을 주는 부동산투자 이민제가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투자유치에만 급급해한 결과 개발과 보전의 균형이 허물어지고 있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최근 제주개발 논란은 ‘중국자본’이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이윤 창출만을 노리는 대규모 자본의 공통된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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