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본 ‘제주 접수‘ 가속도

여행사·호텔·식당도 중국 자본 독점 ‘그들만의 거래’

2014.09.28 22:22 입력 2014.09.29 15:54 수정

임대료 폭등 세입자 피해

지역경제 낙수 효과 없어

해안가 토지 3배나 올라

지난 26일 제주시 연동 바오젠(保健) 거리. 저녁시간대 거리를 활보하는 이들 대부분이 중국인이다. 제주시에 거주하는 고윤정씨(34)는 “이곳에 오면 점포이름도 모두 중국어인 데다 중국 관광객이 워낙 많아 중국인지 헷갈릴 정도”라고 말했다. 2011년 중국 바오젠 그룹이 1만명이 넘는 대규모 여행단을 보내자 제주도가 화답의 뜻으로 이곳에 5년간 ‘바오젠거리’라는 이름을 붙였다.

중국인 관광객이 즐겨찾으면서 ‘제주속 중국’으로 불리는 제주시 바오젠거리. | 강윤중 기자

중국인 관광객이 즐겨찾으면서 ‘제주속 중국’으로 불리는 제주시 바오젠거리. | 강윤중 기자

■ 중국 관광객 늘지만 지역업계는 ‘울상’

이곳은 주변에 관광호텔이 밀집하는 등 관광명소로 떠오르면서 외견상 활기를 띠고 있다. 하지만 지역 상인들의 표정은 엇갈린다. 폭등하는 임대료에 하루아침에 세입자가 내쫓기는 일도 있다. 상인 ㄱ씨는 “임대료를 지난해에 비해 25% 올려달라고 한다”며 “잘되는 가게 한두 곳이 임대료를 인상하면 덩달아 올리기 바쁘다보니 결국 세입자만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제주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은 2008년 17만4000여명에서 2013년 181만2000명으로 급증했다. 올 들어 8월 말 현재 194만8000명으로, 이미 지난해 규모를 넘어섰다. 하지만 중국인 관광객 유치는 중국·화교인이 운영하는 여행사 몇 곳이 독점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일부는 직접 숙박시설을 운영하고 쇼핑센터 개관을 준비 중이다. 중국계 자본이 운영하는 여행사·호텔·음식점·쇼핑센터를 순환하는 구조로 관광이 고착화할 경우 지역업계는 ‘낙수’도 못 건질 것이라는 걱정이 나온다.

[중국 자본 ‘제주 접수‘ 가속도]여행사·호텔·식당도 중국 자본 독점 ‘그들만의 거래’

■ 제주 부동산 투기 ‘과열’

중국인들은 중산간과 해안에서 최근 도심 지역으로까지 부동산 매입 범위를 넓히고 있다. 중국인의 제주 땅 소유 면적은 2009년 2만㎡에서 올 6월 592만2000㎡로 늘었다. 금액으로는 4억원에서 5807억원으로 1450배나 늘었다. 김태일 제주대 교수가 2004년부터 10년간 분석한 결과 중국인의 매입지역이 2010년부터 제주도 전역으로 확대됐다. 부동산투자 이민제 도입이 영향을 미친 것이다.

김 교수는 2012년부터 도심지인 신시가지, 서귀포시 중문, 중산간으로 투자지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일제강점기 및 한국전쟁 유적이 많은 송악산 일대도 중국인에 의해 매입됐다. 김 교수는 “제주 근현대사의 자취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송악산 일대가 리조트로 개발되는 사태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중국 자본 ‘제주 접수‘ 가속도]여행사·호텔·식당도 중국 자본 독점 ‘그들만의 거래’

중국인의 토지매입 러시는 땅값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를 높이면서 국내 자본까지 땅 사재기에 나서는 등 ‘투기과열’을 초래하고 있다. 김찬수 이어도공인중개사 소장은 “제주에서 희소가치가 있는 해안지역 땅값은 5년 전보다 3배가 올랐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중산간에 우후죽순처럼 들어선 골프장 중 상당수가 경영난에 시달리는 것에서 보듯 중국자본의 급속한 유입과 개발붐으로 지역경제가 활성화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후유증이 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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