⑥ ‘고독사’ 막는 이웃들

2016.09.25 22:53 입력 2016.09.28 10:08 수정

“공동체 정신 회복…나홀로죽음 막아야죠”

지난 2월 서울 종로구 돈의동 사랑의쉼터에서 열린 마을장례식에 한 쪽방촌 주민이 ‘나홀로죽음’을 맞은 고인의 영정 앞에서 예를 갖추고 있다.  한겨레두레협동조합 제공

지난 2월 서울 종로구 돈의동 사랑의쉼터에서 열린 마을장례식에 한 쪽방촌 주민이 ‘나홀로죽음’을 맞은 고인의 영정 앞에서 예를 갖추고 있다. 한겨레두레협동조합 제공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에서는 한 달에 한 번 주민들이 ‘마을장례’를 치른다. 쓸쓸하게 세상을 떠난 무연고 사망자의 넋을 기리는 자리다. 한국구세군이 운영하는 ‘돈의동 사랑의쉼터’와 마을공동체 회복을 위해 결성된 ‘한겨레두레협동조합’이 지난 1월 시작했고, 3월부터는 주민들로 구성한 장례추진위원회와 사랑의쉼터에서 맡고 있다.

쪽방촌 주민 600여명 중 한 달에 평균 1~2명이 세상을 떠난다. 그들 가운데는 여러 날이 지난 뒤 주검으로 발견되는 경우도 있다. 장례를 치르는 데 필요한 교육을 받은 주민 추진위원 10명은 매달 장례 날짜가 정해지면 영정과 과일·포·밤 같은 제수를 준비한다.

이들은 조문객을 맞이하고 음식을 대접하는 등 다른 상주들과 다를 바 없다. 이제는 거의 모든 주민들이 마을장례를 알게 돼 보통 30~40명이 쉼터에 마련되는 장례식장을 찾는다.

장례추진위 회장인 박동기씨(61)는 지난 22일 “사랑의 쉼터 소장님과 단둘이 입관·화장 등 장례절차를 마친 게 여러 번이었다”며 “그게 너무 안타까워서 마을장례에 참여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마을장례로 홀로 사는 어르신들은 죽음 이후에 대한 불안감이 줄어들었다. 박씨는 “주민들이 찾아와 이웃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며 슬피 우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죽어도 저렇게 해주겠구나’ 하는 생각에 안심도 된다”고 했다. 이웃에 더 관심을 갖는 계기도 됐다.

쉼터 정민수 사무국장은 “그동안 쪽방에서는 어느날 누군가 안 보이면 ‘죽었나보다’ 생각하며 무관심했다”며 “이제는 주민들이 한 번 더 떠난 이웃을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나홀로죽음’을 예방하는 데도 함께하고 있다. 우은주 한겨레두레협동조합 사무국장은 “마을장례는 주민들이 이웃의 장례를 함께 준비하고 한자리에 모이면서 사라져가는 공동체 정신을 회복해, 나아가 나홀로죽음을 막기 위해 시작한 마을공동체 프로그램”이라며 “공동체가 활성화되고 이웃과 교류가 활발한 곳은 나홀로죽음이 훨씬 적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누구나 존엄하게 죽을 권리가 있다”며 “홀로 외로이 세상을 떠나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마을이 답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나홀로죽음은 증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무연고 사망자는 1245명으로 역대 가장 많았다. 4년 전인 2011년 682명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었다. 나이별로는 50대(29.6%), 60대(22.7%), 70대 이상(21.4%), 40대(13.8%), 40대 미만(4%)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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