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로 집 잃은 가족 “마포하우징서 재기해요”

2021.09.01 20:36

위기의 50대, 마포구 주거보장시설에 50번째 입주하던 날

김태호씨(가명·오른쪽)와 성산2동주민센터 직원들이 8월 31일 주방가전 등을 집 안으로 옮기고 있다. 마포구 제공

김태호씨(가명·오른쪽)와 성산2동주민센터 직원들이 8월 31일 주방가전 등을 집 안으로 옮기고 있다. 마포구 제공

집 잃거나 어려움 겪는 주민
최대 1년간 임시거주 제공
구, 2018년부터 ‘106호’ 확보

주민자치회 등 생필품 기부
“도움의 손길 너무 고마워요”

불행은 한꺼번에 찾아왔다. 김태호씨(50·가명)는 한순간 ‘무직자’가 됐다. 아내가 대신 일을 시작했다. 중학교 1학년·초등학교 4학년 두 아들까지 네 가족의 생계를 이어가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서울 마포구 성산2동 주민센터에 기초생활수급 신청을 해 월 48만원 주거급여를 받았다.

그러나 주거비 지원을 받은 지 두 달여 만인 지난 7월21일 새벽, 세들어 살던 다가구주택에서 화재가 발생해 살림살이 전부를 태웠다. 월세보증금 4000만원이 있었지만 화재복구 비용 등으로 보증금을 돌려받을 가능성도 낮았다. 절망의 순간, 성산2동 주민센터와 주민들은 물론 마포구청이 손을 내밀었다.

“현장을 가보니 처참했죠. 냄비 하나 건질 게 없었어요.” 이인숙 성산2동 동장이 피해 현장을 직접 찾았다. 성산2동 주민자치회와 통장협의회, 새마을부녀회, 동지역사회보장협의체, 마을발전위원회, 방위협의회, 이삭 어린이집이 김씨 가족에게 필요한 물품을 구하기 시작했다. 냉장고, 김치냉장고, 전기밥솥, TV, 공기청정기, 세탁기, 선풍기, 냄비, 주전자, 각종 그릇 등이 순식간에 모였다.

유동균 마포구청장(맨 왼쪽)이 1일 김태호씨(가명) 가족의 집을 방문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마포구 제공

유동균 마포구청장(맨 왼쪽)이 1일 김태호씨(가명) 가족의 집을 방문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마포구 제공

마포구는 김씨 가족에게 가장 필요한 ‘집’을 마련했다. 김씨 가족은 1일 새로 마련된 집으로 이사했다. 화재 이후 구에서 제공한 임시주거시설에 한 달여 거주해오다 이날 성산2동에 있는 ‘MH마포하우징’에 입주한 것이다. 새집에는 주민자치회 등이 기부한 가구와 가전제품이 자리 잡고 있었다.

김씨 가족은 천천히 집 안을 둘러봤다. “갑자기 너무 많은 일들이 닥쳤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좋은 집에서 살 수 있게 되니 기분이 이상해요. 말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고맙고 감사합니다.” 김씨가 말했다.

김씨 가족은 MH마포하우징의 50번째 입주자다. 이들은 앞으로 최대 1년간 이곳에 머물 수 있다. 월세는 보증금 없이 매달 37만원이다. 김씨가 받는 주거지원금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1년 임시거주 기간을 채운 후에도 추가 지원이 필요한 경우 매입임대주택으로 연계도 가능하다. 매입임대주택은 최장 6년까지 거주할 수 있다.

MH마포하우징은 마포구가 서울 최초로 2018년 11월부터 추진해온 주거보장 사업이다.

철거나 화재, 가정폭력,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갑자기 집을 잃었거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주민들이 지원 대상이다. 시작은 구가 100% 구비로 집을 매입해 주민들에게 제공하는 방식이었지만,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참여하면서 현재 구 매입분 8호와 LH·SH가 유·무상으로 임대한 주택 26호 등 총 34호가 운영되고 있다.

취지는 단순하다. 갑작스럽게 어려움에 처한 주민이 적어도 거리로 내몰리는 일만은 막자는 것이다. 유동균 마포구청장은 “다시 일어서려는 사람들이 재기 준비 기간 동안 집 걱정만큼은 덜어주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포구는 8월 기준 106호까지 MH마포하우징 확보를 완료했다. 김씨는 “열심히 일자리를 찾고, 이곳을 나갈 때쯤에는 주거급여도 받지 않을 정도로 재기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추천기사

기사 읽으면 전시회 초대권을 드려요!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