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

횡단보도에 단추형 신호등을 설치

2004.07.01 22:23

매미 소리 요란한 여름이다. 햇볕이 뜨겁다 보니 농사 일도 이른 아침이나 늦은 오후가 적당하다. 농민들은 새벽밥을 해 먹고 들에 나가서 일하다가 해가 중천에 뜨면 잠시 일손을 멈추고 집으로 들어온다. 그러다 햇살이 약해질 무렵이면 다시 들에 나가곤 하는 게 농촌 주민의 평균적인 여름철 일과다.

농민들은 이렇게 애쓰지만 농산물 수입 개방에다 수해·폭설 등으로 살기는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 그래도 새로운 농법을 공부하며 땅을 버리지 않고 열심히 농사짓는다.

휴대폰 등 공산품 수출을 위한 ‘살농(殺農)정책’으로 농촌 사정이 어려워졌다면 정부에서는 생활환경 개선 등의 정책적 지원이라도 해 이들에게 힘을 보태줘야 하는데도 그렇지 못해 유감이다. 농촌 생활에서 특히 아쉽게 느껴지는 것이 교통안전문제이다.

내가 살고 있는 칠곡군 약목면만 하더라도 신호등없는 횡단보도가 많다. 농민들이 농사짓기 위해 아침, 저녁으로 적어도 하루 네 차례를 지나 다녀야 하는데 신호등이 없다 보니 알아서 건널 수 밖에 없다. 왕복 2차선 정도야 이리저리 살피며 건널 수 있다지만 4차선 이상 되면 길을 건너기가 여간 신경 쓰이지 않는다. 어린이나 걸음이 느린 노인들은 더욱 힘들다.

당국이 비교적 사고 우려가 높다고 판단한 곳에 비보호 신호등을 설치했지만 이런 곳도 위험하긴 마찬가지다. 약목역 주변 4차선 우회도로의 경우 철도 건널목으로 빠지는 샛길까지 있어 세 방향을 살피며 건너야 해 여간 위험하지 않다.

이런 연유로 농촌에선 마을마다 교통사고로 다치거나 숨진 주민이 한 두 명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국에선 농촌 특성상 보행자 수가 적어 신호등을 마을이 있는 곳 마다 잇따라 설치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하겠지만 농촌 주민의 안전을 보행자와 운전자의 주의 의무에만 맡기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횡단보도마다 도로를 건너려는 사람이 신호를 조정할 수 있는 단추형 신호등을 설치하는 것은 어떨까 싶다.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이 단추를 누르면 횡단보도에는 안전한 초록불이 들어오고 도로상에는 빨간불이 들어와 자동차가 멈출 수 있도록 한다면 주민이 편안하게 농사지으러 다닐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하면 신호등이 많다고 해서 차량 소통에 지장주는 일도 없을 것이다.

물론 예산은 제법 들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정부가 일방적으로 농촌의 희생을 강요해온 점을 생각한다면 적어도 이 정도의 지원은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농민들의 안전과 직결된 문제가 아닌가.

또 당국에선 기술적으로나 운영 관리상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할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그에 따른 보완책을 마련해 시행하든지 아니면 다른 안전 대책을 적극적으로 세워줘야 할 것이다. 정말 농촌을 사랑한다면.

〈권미강 경북 칠곡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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