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울산 신불산 모노레일’ 첫날 사고, 5년 방치 끝 철거···20억 날렸다

2023.12.11 15:46 입력 2023.12.11 16:05 수정

휴양림 이용객과 짐을 수송하려 2018년 준공

운행 첫 날 사고로 멈춰…끝내 재가동 못해

재설치에 44억 필요…4억원 들여 철거하기로

신불산 자연휴양림내 모노레일 승차장 입구에 11일 운영중단 안내문이 내걸려 있다. 모노레일은 2018년 첫 운행 당시 고장난 뒤 지금까지 5년 5개월여 동안 방치됐다. 백승목 기자

신불산 자연휴양림내 모노레일 승차장 입구에 11일 운영중단 안내문이 내걸려 있다. 모노레일은 2018년 첫 운행 당시 고장난 뒤 지금까지 5년 5개월여 동안 방치됐다. 백승목 기자

5년여 동안 가동을 멈춘 채 방치된 울산 신불산 국립자연휴양림 모노레일이 결국 철거 절차에 들어갔다. 산림청과 국립휴양림관리소는 모노레일 시설비용 20억원을 날렸고 추가로 철거비용 수억원도 떠안게 됐다.

11일 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에 따르면 신불산 자연휴양림 내 모노레일 철거를 위한 설계가 진행 중이다. 앞서 산림청과 휴양림관리소는 모노레일 처분을 놓고 전면 재설치, 보수 후 일부 사용, 철거 등 여러 방안을 검토했지만 결론을 도출하지 못한 채 그간 시설을 방치해왔다.

휴양림관리소는 설계 결과를 토대로 구체적인 철거비용 산출과 행정절차 등을 거쳐 내년 중 모노레일을 철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철거 비용은 최소 4억여원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찾은 울산시 울주군 신불산 자연휴양림 내 모노레일 매표소 문은 굳게 닫혔다. 바로 앞 승차장에는 가동을 멈춘 모노레일 차량이 파란색 방수포에 덮혀 있었다. 승차장 입구에는 ‘안전상의 이유로 운행이 중단됐다’는 안내 표지가 겨울 바람에 흔들렸다.

신불산 자연휴양림 내 모노레일이 11일 운행을 멈춘채 방수포에 덮혀 있다. 모노레일은 내년 중 철거될 예정이다. 백승목 기자

신불산 자연휴양림 내 모노레일이 11일 운행을 멈춘채 방수포에 덮혀 있다. 모노레일은 내년 중 철거될 예정이다. 백승목 기자

등산객들은 방치된 모노레일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김성훈씨(55·경북 경주)는 “쓸모없게 된 모노레일이 천혜의 자연경관을 망치는 것 같다”면서 “언제까지 저렇게 놔둘 것인지 참 답답하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동행자는 “잘 보수해서 사용하면 몸이 약한 어르신이나 어린아이들이 이동할 때 참 편할텐데···”라며 아쉬워했다.

모노레일은 산림청과 휴양림관리소가 20억원을 들여 2018년 7월 신불산 자연휴양림 하단에서 상단까지 왕복 3.5㎞를 운행하는 복선 구조물로 준공했다. 휴양림 이용객과 짐을 수송하는 게 목적이었다. 당시 8인승 모노레일 차량 10대가 이용객 1인당 왕복 8000원을 받고 하루 80회(배차시간 6분) 오르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 모노레일은 그 해 7월11일 운행 첫날 전원장치가 끊어지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멈췄다. 이후 재가동하지 못했다. 재가동에 앞서 지주·레일·차량 및 보안장치 등에서 다수 결함이 발견되면서 안전검사를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휴양림관리소가 화물차량을 동원해 이용객들의 짐을 휴양림 상단으로 실어나르고 있다.

휴양림관리소는 공사업체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벌여 지난해 4월 승소했지만, 해당업체가 파산해 한 푼도 돌려받지 못했다. 휴양림관리소는 시설비 회수가 불가능한 부분이 많은 것으로 파악되자 자산관리공사에 아예 채권업무를 위탁했다.

11일 신불산 자연휴양림 내 모노레일 매표소(오른쪽)와 승차장(왼쪽)에 오가는 사람없이 썰렁한 모습이다. 백승목 기자

11일 신불산 자연휴양림 내 모노레일 매표소(오른쪽)와 승차장(왼쪽)에 오가는 사람없이 썰렁한 모습이다. 백승목 기자

산림청 등이 지난해 모노레일 사후처리에 관한 연구용역을 벌인 결과 재설치 시 44억여원, 부분 보수 후 화물운송용으로만 활용하면 3억~6억여원, 완전 철거하면 4억여원의 사업비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휴양림관리소는 올해 4월 산림청 관계자·전문가들과 함께 협의회를 열었지만, 여러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마땅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후 지난 9월 열린 2차 협의회에서 결국 모노레일을 철거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휴양림관리소 관계자는 “사고 후 보수와 안전검사를 받거나 소송을 벌이는 과정에 오랜기간이 소요됐고, 모노레일 보수 또는 재설치 등의 사후처리 문제도 사업성 여부를 놓고 결정을 내리기가 만만치 않다가 결국 철거하는 쪽으로 의견이 좁혀졌다”고 말했다.

신불산 자연휴양림은 산림청이 신불산 서남쪽 산림 1300여만㎡에 조성해 1998년 6월 개장했다. 신불산을 비롯해 인근 가지산·영축산·간월산 등 해발 1000m가 넘는 9개 봉우리로 구성된 ‘영남알프스’의 기암괴석과 빼어난 자연경관때문에 연간 11만여명이 휴양림을 이용한다.

11일 신불산 자연휴양림내 모노레일이 휴양림 하단에서 상단으로 능선을 따라 길게 이어져 있다. 백승목 기자

11일 신불산 자연휴양림내 모노레일이 휴양림 하단에서 상단으로 능선을 따라 길게 이어져 있다. 백승목 기자

11일 신불산 자연휴양림내 모노레일이 2018년 7월 가동중단된 되 지금까지 5년5개월 동안 방치돼 있다. 레일 주변에 보수공사 후 남은 철구조물이 나뒹굴고 있다. 백승목 기자

11일 신불산 자연휴양림내 모노레일이 2018년 7월 가동중단된 되 지금까지 5년5개월 동안 방치돼 있다. 레일 주변에 보수공사 후 남은 철구조물이 나뒹굴고 있다. 백승목 기자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