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축소 시도 ‘숨은 뇌관’

2000.10.01 18:58

신용보증기금 대출보증 외압의혹사건에 대한 검찰수사가 이운영 전 영동지점장의 사표제출 종용을 둘러싸고 혼선을 거듭하자 검찰주변에서는 ‘옷로비사건’의 악몽을 얘기하는 사람들이 나오고 있다.

이미 이씨측에서는 ‘사표제출 종용=청와대 외압’의 등식을 갖고 검찰수사를 압박할 태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최수병 전이사장이 지난해 4월22일 사직동팀 내사 이후 이씨의 신병처리 문제에 대해 비교적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는 데도 ‘모르쇠’ 진술로 버티고 있어 의혹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최 전이사장이 사직동팀 내사사실을 4월27, 28일쯤 인사담당이사로부터 처음 들었다고 주장하며 사표제출문제를 사전에 상의한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검찰은 이미 대체적인 윤곽을 잡은 상태다.

검찰은 그러나 최 전이사장이 이씨의 신병처리 문제를 상의했다는 것은 청와대의 외압보다는 오히려 이씨의 구명운동 노력의 일환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즉 기관장 입장에서 부하직원의 개인비리가 상부에 보고되기 전 에 사표를 제출하는 선에서 사건을 축소하려다 4월30일 사직동팀의 내사결과가 공식 보고되자 손을 뗀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최 전이사장이 손용문 전이사에게 “이씨 문제를 알아보라”고 지시한 뒤 1주일 후인 4월29일 “형편없는 친구라 어쩔 수 없다”고 얘기했다는 사실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에 따라 최 전이사장이 이 과정에서 동향후배인 박주선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이나 제3의 인물로부터 내사 진행상황을 사전에 알아낸 뒤 이씨의 신병처리문제를 서로 협의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 경우 이번 사건은 권력층 외압의혹사건에서 사직동팀의 ‘내사사실 사전 유출’ 또는 최 전이사장의 ‘사건 축소은폐 시도’ 의혹이라는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15억원의 대출보증을 거절하니까 사직동팀의 보복수사가 시작됐다’는 이씨의 핵심적 주장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고 있음에도 검찰이 옷로비사건의 악몽을 떠올리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검찰의 한 고위관계자는 “옷로비사건도 처음에는 ‘옷값 대납을 거절하니까 보복수사가 시작됐다’는 이형자씨의 허위주장에서 시작됐지만 결국 본말이 전도돼 사직동팀 문건유출로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된 것 아니냐”며 심각한 우려를 표시했다.

〈강진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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