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법’ 불발에 “이런법이 어딨나”

2007.05.01 18:28

법안 통과 무산으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2009년 3월 개교할지 여부마저 불투명해지자 관련 대학들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6월 임시국회에서라도 처리한다는 방침이지만 한나라당의 사학법 재개정 요구에 발목이 잡힌 상태라 쉽지 않다.

전국법대학장협의회 김영철 회장(건국대 법대학장)은 1일 “변호사 숫자를 늘리는 로스쿨법은 사법개혁안 핵심”이라며 “40여개 대학이 총 2020여억원을 투자해왔는데 정치권의 이해 때문에 자칫 개교를 또 1년 미뤄야 할지 모르니 학생이나 학교나 답답할 뿐”이라고 하소연했다. 2년간 처리가 연기돼온 로스쿨법안은 로스쿨 전체 정원이나 설치 학교 등 민감한 문제에 대한 합의도 내놓지 못한 상태다. 여기다가 일정에 따라 내년 8월 실시될 법학적성시험(LEET)을 1년 앞두고 올해 7월 말까지 선수과목과 시험요강 등을 공지해야 한다. 갈 길이 구만리다.

로스쿨을 준비해온 대학들은 빈 건물만 보며 속을 태울 뿐이다. 가장 많은 비용을 투자한 조선대는 “법안 처리가 지연될 수록 대학이 지속적으로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며 걱정했다. 조선대는 지금까지 건축비 79억원, 기타 352억원을 더해 총 433억여원을 들인데다 앞으로 123억여원을 추가로 투입할 계획이다.

건국대는 로스쿨 용도로 100억원 상당의 지상 5층 건물을 새로 지었지만, 사실상 빈 건물로 놀리고 있다. 김영철 법대학장은 “다른 용도로 썼다가 로스쿨 되면 나가라고 할 수도 없으니 비워둘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남 양산의 영산대도 사정은 비슷하다. 2005년 로스쿨을 위한 법학관을 짓고 오는 15일 28억원짜리 기숙사 완공까지 앞두고 있지만 자칫 학생을 맞기 위해 1년을 더 기다려야 할 상황이다.

영남대도 50억원을 들여 로스쿨용 건물을 새로 짓고 기존 건물을 리모델링했지만, 어떻게 사용해야 할 지 몰라 엉거주춤한 상태다.

각 대학들이 로스쿨 도입 경쟁을 앞두고 대거 영입한 교수진 역시 학생을 기다려야 할 판이다. 조선대는 이전 14명에서 판·검·변호사 7명을 포함해 25명으로 교수진을 늘린 상태. 한양대도 전체 법대교수 39명 중 12명 가량을 로스쿨에 대비해서 새로 채용했다. 하지만 법안통과가 불투명해지면서 커리큘럼 개편 등 ‘구조개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양대 관계자는 “로스쿨을 할 거면 빨리 하고, 안할 거면 안하던지 해서 불투명성을 덜어줘야지, 현 상태로는 에너지 낭비”라며 고개를 저었다.

학생들도 혼란을 겪고 있다. 김정오 연대 법대 학과장은 “1학년생의 경우 로스쿨법안 결과에 따라 현 체제대로 사법고시를 볼 것인지, 졸업 후에 로스쿨을 갈 것인지, 아니면 일단 군대를 갔다오든지 결정을 해야하는데 유동적인 상황이다 보니 학생들이 고민이 많다”고 전했다.

서울대 법대 관계자 역시 “현재 사법시험 제도와 법학교육이 법률지식을 암기하는 데 그치는 등 문제가 많아 판을 통째로 갈아야 하는 시점 아니냐”며 로스쿨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했다.

〈최민영기자·전국부 경찰종합 m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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