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기기 힘든 청바지 입어 성폭행 피해 입증 어렵다”

2008.04.23 00:04
박영흠기자 heum38@kyunghyang.

피해자가 벗기기 힘든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면 성폭행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형사3부(심상철 부장판사)는 강간치상 혐의로 구속 기소돼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은 ㄱ씨(35)에 대해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22일 밝혔다.

ㄱ씨는 2006년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피해자 ㄴ씨와 모텔방에 함께 들어갔다. 약 3시간 뒤 ㄴ씨는 6층 모텔방 창문에서 뛰어내려 전치 20주의 상해를 입었지만 그 사이에 벌어진 일에 대해 ㄱ씨와 ㄴ씨의 주장은 엇갈렸다.

ㄴ씨는 ㄱ씨가 자신을 때리고 협박하며 성폭행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ㄱ씨는 “술에 취한 ㄴ씨와 성관계를 맺다 화장실에 가려던 찰나 ㄴ씨가 창문을 통해 밖으로 뛰어내렸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여러 정황을 살펴보면 ㄱ씨가 ㄴ씨에게 성폭행을 저지르지 않았는가 하는 강한 의심이 들기는 하지만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증거에 의해 뒷받침돼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ㄴ씨는 아래로 갈수록 폭이 좁아지는 벗기기 힘든 청바지를 입고 있었고, 이 청바지와 속옷이 가지런히 말려 놓여 있었던 점을 볼 때 강제로 벗겼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밑단이 넓어지는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는 ㄴ씨의 진술이 사실과 다르거나 바뀌고 있고 ㄴ씨가 우울증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는 점, ㄱ씨가 화장실에 간 사이에도 ㄴ씨가 도망가지 않았던 점을 들어 ㄱ씨를 유죄로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1심 재판부는 반대로 ㄴ씨의 진술이 일관되고 ㄱ씨의 진술이 엇갈리고 있다며 ㄱ씨에 대해 유죄 판단을 내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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