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사법- 수사권 충돌 왜

2010.02.01 18:20 입력 2010.02.01 18:22 수정
조현철 기자

검찰, 공판중심주의 ‘열린 재판’에 끊임없는 반발

참여정부때 추진한 사법개혁 핵심… 이용훈 대법원장 취임이후 더 강화

전문가 “검찰권 약화 해석은 잘못”

최근 사법부를 향한 검찰과 보수층의 공세 배경에는 ‘공판중심주의’가 있다. 참여정부 이후 사법개혁의 핵심인 공판중심주의는 법정에서 다양한 의견이 오갈 수 있게 피고인의 방어권을 넓혀주고 ‘열린 재판’을 가능케 한다는 평가다.

[흔들리는 사법부 독립](中) 사법- 수사권 충돌 왜

그러나 자신들이 만든 조서의 가치가 떨어지면서 상대적으로 힘을 잃게 된 검찰은 끊임없이 반발해왔다.

2003년 대법원에 사법개혁위원회가 만들어지고, 공판중심주의 등 사법제도 개혁이 추진됐다. 대법원은 2004년 12월 “검찰이 강압적으로 수사를 해 조서를 작성하고 날인하도록 했을 경우 조서의 진실성을 믿을 수 없다. 조서 내용이 자신의 진술대로 기재됐음을 피고인이 법정에서 시인해야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과거 형사재판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해오던 검찰 조서의 가치가 떨어지고, 법정 진술이 유무죄를 판단하는 핵심 변수가 된 것이다.

대법원 판결 이후 법원은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한 피고인의 검찰 조서는 배척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05년 2월 법원의 공판중심주의에 대한 검찰의 첫 반발이 표면화됐다. 아파트재건축 비리사건을 수사하던 서울중앙지검은 뇌물수수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이 3차례 기각되자 “어차피 재판에서도 혐의를 부인할 테니 검찰 조서는 증거능력이 없게 될 것”이라며 재판부에 수사기록을 제출하지 않았다.

갈등은 2005년 9월 이용훈 대법원장 취임 이후 더욱 커졌다. 이 대법원장은 2006년 9월 지방법원 순시 도중 “밀실에서 작성한 조서와 수사기록은 던져버려라”며 공판중심주의 강화를 독려했다.

이에 검찰은 법원이 검찰 조서를 인정치 않기로 했으니 증거분리원칙에 따라 공소장만 법원에 제출할 것을 일선 검찰청에 지시하며 반발했다.

쌓여오던 불만은 검찰의 자존심인 대검 중수부가 벌인 ‘론스타 사건’에서 폭발했다. 검찰은 외환은행이 헐값에 매각되는 과정에 론스타 임원 등의 사전기획이 있었다고 보고 수사를 벌였다.

하지만 영장청구 단계부터 갈등이 벌어졌다. 검찰은 이 사건을 수사하면서 12차례에 걸쳐 관련자들에 대한 구속영장과 체포영장을 청구했지만 모두 기각당했다. 검찰이 반발하자 당시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검사들은 민법·상법 공부나 더 하라. 기각 사유에 대한 토론회라도 열 수 있다”고 응수했다.

[흔들리는 사법부 독립](中) 사법- 수사권 충돌 왜

재판의 마무리도 마찬가지였다. 검찰은 선고를 얼마 남겨두지 않고 “정상거래였다”는 피고인 주장을 뒤집을 만한 핵심증거를 찾았으니 결심을 미뤄달라고 요청했지만 법원은 “86번의 재판을 진행하는 등 검찰 주장을 입증하기에 충분한 심리를 했다”며 예정대로 재판을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사건은 결국 무죄가 선고됐고 수사팀 검사는 재판부에 e메일까지 보내 항의했다.

공판중심주의를 둘러싼 양측의 갈등은 이번 사법파동의 계기가 된 남부지법의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 사건에서도 재현됐다. 법원은 검찰이 제출한 증거자료와 공소사항만으로는 유죄로 판결할 수 없다며 수사미진을 지적했다.

검찰이 국회 사무총장 등 피해 당사자의 증언을 확보하지 않았고, 질서유지권을 발동한 국회의장에 대해서도 조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에 대해 법정에서 유무죄를 다투기 위해서라면 판사가 증인신청을 해서 직접 조사하면 되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나타냈다.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근 무죄율이나 영장기각률이 높아진 것은 과거 조서 중심 재판에서 보장받지 못하던 피고인의 권리가 제대로 보장되는 등 사법수요자의 권리가 신장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검찰은 공판중심주의의 도입을 검찰권의 약화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것은 공판중심주의의 철학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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