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내곡동 땅’ 이명박 전 대통령 조사 한 번 없이 ‘불기소’ 처분

2014.06.02 21:29 입력 2014.06.04 20:35 수정

퇴임 후 시민단체가 고발… 14개월간 미적대다 무혐의 결론

검찰 “특검 수사 때 검토 충분… 국세청 고발도 없어” 해명

검찰이 이명박 전 대통령(73)의 서울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과정 개입 의혹 사건에 대해 이 전 대통령을 한 차례의 서면조사도 없이 무혐의 처분했다. 이 사건은 2011년 10월 검찰이, 2012년 10월에는 이광범 특별검사팀이 각각 수사를 벌였지만 당시는 이 전 대통령이 현직으로 형사소추 대상이 되지 않기 때문에 수사 자체가 이뤄지지 못했다. 이에 지난해 이 전 대통령이 퇴임한 이후 수사의 제약이 사라지면서 참여연대가 이 전 대통령을 고발해 검찰 수사가 다시 진행됐다. 그러나 검찰은 퇴임해서 ‘자연인’이 된 이 전 대통령을 단 한 차례도 조사하지 않고 14개월 동안 법리검토만 하다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서봉규 부장검사)는 참여연대가 이 전 대통령 일가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의 혐의로 고발한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의혹 사건을 불기소 처분했다고 2일 밝혔다.

이 사건은 2011년 5월 서울 서초구 내곡동에 대통령이 퇴임 후 지낼 사저와 경호시설 부지를 동시 매입하는 과정에서 국비가 지원되는 경호시설 부지 매입가는 높게 책정하고, 이 전 대통령 일가가 지불해야 하는 사저 부지 매입가는 낮게 책정해 국가에 9억7200만원의 손해를 끼쳤다는 의혹이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배임 혐의와 부동산실권리자명의 등기법 위반 혐의는 증거불충분으로 판단하고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는 ‘범죄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검찰 관계자는 “특검 수사에서 상당 부분 들여다봤고, 무혐의 처분한 것들”이라며 “내부적인 보고 체계에서 해당 사안에 대해 이 전 대통령이 잘 몰랐던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이 내곡동 부지 매입에 관여했다는 정황은 사건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여러 차례 드러났다. 특검팀은 2012년 11월 수사결과 발표에서 이 전 대통령의 부인인 김윤옥씨와 아들 시형씨에 대해서는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했지만 이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공소권 없음’ 결정을 내렸다. 이 전 대통령의 혐의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 아닌 셈이다.

특검팀에 의해 기소돼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김인종 전 청와대 경호처장에 대한 1심 재판에서도 재판부는 “이 사건은 당초 대통령의 퇴임 후를 대비한 경호 부지 매입 업무만 맡아오던 경호처가 ‘대통령의 특별 지시’에 따라 전례 없이 사저 부지 매입이라는 사적 업무까지 맡아 양 부지를 일괄 매입하는 바람에 생긴 일”이라고 판단하며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음을 인정했다.

김 전 경호처장도 2011년 11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돈을 투자하는데 제 마음대로 했겠어요. 다 보고를 드렸죠”라며 이 전 대통령이 매입 과정에 일정 부분 개입했음을 인정하기도 했다.

검찰은 시형씨가 사저 매입대금 12억원을 대출받는 과정에서 증여세를 포탈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이 전 대통령 측에서 지난해 1월 증여세를 자진 납부했고, 국세청의 별도 고발이 없어 수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참여연대는 “김 전 경호처장 등이 모든 것을 알아서 했을 뿐, 이 전 대통령은 전혀 몰랐다는 주장을 검찰이 그대로 수용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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