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격자의 진술 "돈봉투, 명품 넥타이 받은 김학의가 '전화해놨다'고 했다"

2019.04.01 06:00 입력 2019.04.01 07:58 수정

목격자의 진술 "돈봉투, 명품 넥타이 받은 김학의가 '전화해놨다'고 했다"

검찰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뇌물수수 혐의 수사에서 뇌물 공여자인 건설업자 윤중천씨가 연루된 ‘한방천하 사기·횡령 사건’을 겨누고 있다. 과거 수사 당시 윤씨가 고위 검사인 김 전 차관에게 형사 사건 관련 청탁을 하고, 김 전 차관이 편의를 봐줬다는 구체적 증언이 있었으나 묻혔기 때문이다.

31일 경향신문이 입수한 한방천하 사건 수사기록을 보면 검찰은 윤씨가 연루된 한방천하 사건 수사를 2007~2011년 3차례 진행해 모두 혐의없음 처분했다. 2007년 첫 수사는 서울북부지검이, 2008년과 2010~2011년 진행된 수사는 서울중앙지검이 맡았다. 그사이 김 전 차관은 2007년 검사장으로 승진해 법무연수원 기획부장, 춘천·울산·서울남부·인천지검장, 광주고검장을 지냈다. 김 전 차관이 직접 맡은 사건은 없었지만 검찰 고위직으로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였다. 이 사건 피해자들은 “검찰 수사가 부실했다”며 “윤씨의 수사 당국 로비가 그 배후에 있다”고 주장했다.

“윤중천이 내가 살던 (서울 강남구) 역삼동 집에 김학의를 불러서 사건 해결을 부탁했다. 김학의가 사건을 담당하는 관계자들한테 전화를 해놨다고 하면서 잘될 거라고 하는 말을 들었다.”

경찰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1차 수사를 시작했던 2013년 3~4월 성범죄 피해자인 이모씨에 대한 1·2차 조사에서 확보한 진술이다. 건설업자 윤중천씨가 시행을 맡았던 서울 동대문구 ‘한방천하’ 상가 건설 관련 사기·횡령 고소가 이어지자 김 전 차관에게 사건을 청탁하고 도움을 받은 듯한 대화를 직접 들었다는 것이다.

경향신문이 입수한 이씨의 경찰 조서를 보면 이씨는 “윤씨가 본인을 대신해 구속된 김○○을 꺼내기 위해 김 전 차관을 비롯해 여러 사람들에게 부탁하는 걸 자주 들었다”며 “김 전 차관 덕분에 잘 해결됐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역삼동 집에서 윤씨가 김 전 차관에게 사건 해결을 부탁하고 나서는 꼭 김 전 차관과 성관계를 하도록 했다”고도 했다.

이씨는 김 전 차관의 금품수수 정황들도 진술했다. 이씨는 “윤씨가 김 전 차관에게 돈이 들어 있는 흰색 봉투를 주는 것을 직접 봤다”며 “김 전 차관이 소파에 앉아 그 봉투를 받아서 양복 안주머니에 넣었다”고 밝혔다. 그는 “2006년 12월쯤 함께 차를 타고 강원도로 가면서 윤씨가 ‘형, 어떻게 됐어요’라고 하자 김 전 차관이 ‘응, 청와대 들어갔으니까 연락 올 거야’라면서 김 전 차관의 (검사장) 승진 문제 같은 것을 얘기하는 중 윤씨가 흰색 봉투를 주는 것을 직접 봤다”고도 말했다.봉투에 대해선 “수표를 넣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현금이 들어 있는 것처럼 두껍지는 않았다”고 했다.

이씨는 “윤씨는 귀한 선물 같은 것을 제일 먼저 챙겨뒀다가 김 전 차관에게 줬다. 내가 명품 넥타이, 티셔츠, 바지, 골프복들을 가져다주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이씨 진술은 김 전 차관 뇌물수수 수사를 시작한 검찰에도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씨가 목격한 사실은 2007년에 몰려 있어 공소시효를 극복해야 한다. 2013년 수사 때 검경은 자금 추적 등을 제대로 하지 않고, 성접대에 대해서만 알선수뢰 적용 여부를 검토하다 공소시효(5년)가 지났다고 판단해 수사를 본격화하지 않았다.

여환섭 청주지검장이 이끄는 수사단은 윤씨에 대한 계좌 추적, 사건 관련자 조사를 통해 김 전 차관에 대한 금품 제공을 확인한 뒤, 한방천하 사건과 같은 형사 사건을 김 전 차관이 알고 도움을 줬는지 수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단은 지난 주말 대검찰청 과거사 진상조사단에서 넘어온 조사기록과 2013~2015년 검경의 1·2차 수사기록을 검토하면서 수사관 인선을 하는 등 조사 준비 작업을 벌였다. 1일 여 단장의 기자간담회로 본격적인 활동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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