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딸 부정채용’ 이석채, 징역 1년형

2019.10.30 21:51 입력 2019.10.31 14:18 수정

1심, ‘KT 채용 방해’ 모두 유죄

‘김성태 딸 부정채용’ 이석채, 징역 1년형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 딸 등의 부정채용을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석채 전 KT 회장(74·사진)이 1심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재판장 신혁재 부장판사)는 30일 유력인사 친·인척과 지인의 부정채용을 지시해 KT의 정상적 채용절차 진행을 방해했다는 이 전 회장의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서유열 전 홈고객부문 사장과 김상효 전 인재경영실장에게는 각각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김기택 전 인사담당 상무보에게는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한 부정채용 행위는 공정한 경쟁을 가로막는 행위로 비난 가능성이 크다”며 “이들은 투명하고 공정한 평가를 기대하고 2012년 신입사원 공채에 응시한 수많은 지원자들에게 깊은 배신감과 좌절감을 안겨줬다”고 밝혔다.

이 전 회장은 일부 지원자 명단을 부하 직원에게 ‘전달’했을 뿐 부정채용을 ‘지시’한 적은 없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청탁이 부정채용의 시발점이 된 경우가 적지 않다”며 이 전 회장 측 주장을 기각했다.

재판 쟁점은 부정채용 지시가 이 전 회장 ‘재량권’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이 전 회장 측은 KT가 영리를 추구하는 민간기업이고 신입사원 채용은 각 기업 자율에 맡겨져 있다고 주장했다. 이 전 회장은 KT 대표이사는 채용에 최종적이고 포괄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고, 자신은 KT의 이익을 위해 그 권한을 행사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재판부는 대표이사 재량권에도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신입사원 면접전형 업무는 KT 내부의 의사결정과정을 거쳐 면접위원들에게 위임됐으며, 이는 타인의 방해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가치가 있는 업무”라며 “대표이사라고 해도 아무런 제한 없이 이에 간섭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KT는 다른 사기업과 달리 기간통신사업자로서 한정된 공공재인 주파수를 할당받아 사업을 영위한다는 특성이 있다”며 “이를 고려하면 KT 대표이사가 행사할 수 있는 채용 재량권의 범위가 무한정 허용된다고 할 수 없다”고도 했다.

이 전 회장 측은 부정채용의 ‘실제 피해자’가 없다는 점도 무죄 근거로 들었다. 특정 지원자를 부정하게 합격시키려고 점수를 조작해 다른 이들을 탈락시킨 것은 아니라는 취지의 논리다. 재판부는 “면접위원으로 하여금 지원자의 ‘응당한 자격’에 관해 오인이나 착각을 하게 했다”며 이 전 회장이 위계를 이용해 면접 업무의 공정성을 해쳤다고 판단했다.재판부는 이날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 딸의 부정채용이 이 전 회장 지시로 이루어졌다는 점을 사실로 인정했다.

이 전 회장은 김 의원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별도 재판을 받고 있다. 2012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 증인 채택을 저지해주는 대가로 김 의원에게 ‘딸 부정채용’이라는 뇌물을 준 혐의다.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김 의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이다. 재판부가 서유열 전 홈고객부문 사장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앞선 재판에서 서 전 사장은 김 의원이 2011년 이 전 회장과의 저녁식사 자리에서 ‘딸을 잘 부탁한다’고 말했고, 이후 계약직 직원이던 김 의원 딸의 정규직 전환이 이루어졌다고 진술했다.

이 전 회장과 김 의원은 서 전 사장이 자신의 양형을 줄이려고 이 전 회장에게 책임을 떠넘긴다고 했다. 재판부는 “서 전 사장이 인재경영실장에게 ‘회장님 지시사항’이라고 둘러대기까지 하면서 김 의원 딸을 무리하게 채용할 이유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 전 회장 측 변호인은 “판단이 확실히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며 항소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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