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장 비공개’에…참여연대도 “국민 알권리보다 중요한가”

2020.02.05 21:28 입력 2020.02.05 22:03 수정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5일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5일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공소장 공개는 잘못된 관행”
추미애 법무, 훈령 근거 들어
청 인사 연루 사건에 첫 적용
언론에 유출 경위 확인 뜻

한국당 “정권 범죄 은폐 꼼수”
서울중앙지법에 열람 신청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사건’의 공소장 비공개를 결정한 것을 두고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검찰개혁을 큰 틀에서 지지해온 참여연대도 논평을 내고 시민 알권리를 근거로 비공개 결정을 납득하기 힘들다고 했다. 법무부는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무죄추정 원칙’을 위해 그간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조치라며 앞으로도 비공개를 원칙으로 하겠다고 했다.

추 장관은 참여정부 때인 2005년부터 이뤄진 국회를 통한 공소장 공개를 “잘못된 관행”이라고 규정했다. 추 장관은 5일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그동안 의원실에서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곧바로 언론에 공소장 전문이 공개되는 잘못된 관행이 있어왔다”며 “여러 차례 숙의를 거쳐 더 이상 이런 잘못된 관행이 반복돼서는 안된다는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비공개 결정’ 다음날 동아일보가 공소장 내용을 보도한 것을 두고선 “어떻게 유출됐는지 앞으로 확인해봐야 할 일”이라고도 했다.

추 장관은 전임인 조국 전 장관 재임 때 추진해 지난해 12월부터 시행된 공보 규칙인 ‘형사사건 공개 금지 등에 관한 규정’(법무부 훈령)을 들며 “법무부가 만들어놓고 지키지 않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했다.

추 장관이 ‘공소장 비공개’ 근거 규정으로 든 법무부 훈령은 수사 중 피의사실 공표를 막기 위한 것이다. 수사가 끝난 뒤 피의자를 재판에 넘기며 작성한 공소장 공개는 훈령이 금지하는 피의사실 공표에 해당하지 않는다. 법무부 내부 지침인 훈령보다 상위 규정인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은 국가기밀 등을 빼고는 국가기관의 자료 제출을 거부할 수 없도록 한다.

법무부는 이에 대해 “유감스럽게도 의원실에 제출된 공소장 전문이 그 직후 언론을 통해 여과 없이 공개되는 일이 반복돼왔다”며 “이는 헌법상 보장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무죄추정 원칙을 비롯한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공소장은 소송절차상 서류로서 공개 여부는 법원의 고유 권한에 해당한다”며 “법원행정처도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에도 소송절차상 서류라는 이유로 피고인과 변호인에게 그 부본을 송달하는 이외에는 제출이 곤란하다는 입장을 견지해왔고 이러한 법원의 입장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등 삼성 관련 수사, 세월호 참사 재수사 등 현재 진행 중인 수사도 기소 후 공소장이 공개되지 않는다. 법무부 관계자는 이들 사건도 동일한 원칙을 적용하겠다고 했다. 국회 요구가 있으면 공소사실 요지만 제출하겠다는 것이다.

‘비공개 결정’이 처음 적용된 사건과 시점을 봤을 때 법무부 측의 ‘피고인 인권보호’라는 명분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변호사는 “공소장 제출은 피의사실 공표와도 무관하고 법률에 근거한 국회의 요청을 훈령으로 거부하는 것은 체계상 맞지 않는다”며 “훈령 시행 이후에도 제출해온 공소장을 왜 유독 이 사건부터 비공개하는지에 대해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해야 한다”고 했다.

참여연대는 논평에서 “법무부가 내놓은 ‘개인의 명예나 사생활 보호’라는 비공개 사유는 궁색하기 그지없다”며 “국민의 알권리와 이 사건에 대해 판단할 기회를 제약하는 것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이라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청와대 전직 주요 공직자가 민주주의 핵심인 선거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라는 점에서 사건 관계인의 명예 및 사생활 보호나 피의사실 공표 우려가 국민의 알권리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없다”며 “설령 충분한 이유가 있다 해도 구태여 이 사건부터 이 규정을 적용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야권은 “정권 범죄를 숨기려는 추악한 꼼수(자유한국당 김도읍 의원)” “선거개입 의혹이 사실이란 고백(안철수 전 의원)”이라고 했다. 자유한국당은 서울중앙지법에 고발인 자격으로 공소장 열람·등사 신청을 냈다. 열람·등사 대상은 피고인과 변호인 등으로 한정돼 법원이 받아들일 가능성은 없다.

청와대 측은 “법무부가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칙에 따라서 (비공개를) 결정했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논평 등을 내놓지 않았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