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뇌물 뿌리 뽑기’…전자법정에 ‘최저가 입찰’ 도입

2021.09.01 21:24
이범준 사회에디터

‘입찰 비리’ 본보 보도 뒤

문제 해결 위한 극약처방

관련 업계도 긍정적 반응

전자법정(스마트법원) 사업에서 법원행정처 공무원의 뇌물비리가 거듭되자 대법원이 사업자 선정 시 전자장비 성능을 고려하지 않는 최저가 입찰 방식을 채택했다. 최저가 입찰은 보통 복사지, 법전, 냉동기처럼 품질 차이가 없는 물품을 구매할 때 쓰는 방식이다. 예산 3000억원 규모의 스마트법원 사업을 추진 중인 대법원이 거듭된 입찰비리를 막기 위해 극약 처방을 한 것이라고 대법원은 설명했다.

1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대법원의 전자법정 사업에서 법원 공무원의 뇌물수수 가능성을 만들어준다고 지적돼온 납품 사업자 선정 시 자체 기술평가 방식이 지난 5월부터 최저가 방식으로 바뀐 것으로 확인됐다. 대법원 관계자는 “대법원이 1293억5175만원 규모의 입찰비리로 유죄를 선고받은 업체 출신에게 여전히 전자법정 사업을 몰아주고 있다는 지적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2000년 전자법정 사업을 시작하면서 자의로 업자를 선정하는 수의계약을 했다. 대법원은 2009년부터 법원행정처 공무원 출신인 업자의 부인 명의로 된 위장 회사와 10년 넘게 거래하면서 뇌물을 받고 부실한 물건을 사들였다. 이런 사실이 2018년 경향신문 보도로 드러나 검찰 수사가 시작됐고, 법원 공무원 등 14명이 지난해 징역 8년 등 유죄를 확정받았다. 하지만 이 업체 출신들은 2019년 이후에도 전자법정 사업 9건 중 7건을 수주했다.

당초 대법원은 직원들의 입찰비리를 차단하는 3대 고강도 대책을 마련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박주민 의원실에 따르면, 사업자 선정 절차를 조달청에 전부 위임하고, 조달청 쇼핑몰에 없는 제품을 선택하는 경우 비슷한 제품이 2개 이상 있어야 하며, 정보화사업 연간 발주계획을 법원 홈페이지에 사전 공지한다는 것 등이다.

그러나 이 같은 대책으로도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자 대법원이 최저가 입찰 방식이라는 강수를 둔 것으로 보인다.

바뀐 방식에 따라 지난 5월 공고된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전자법정 사업에는 1251개사가 참여해 낙찰 하한선을 넘긴 900개 업체 가운데 예정가의 87.745%를 쓴 업체가 사업을 수주했다. 이와 달리 이 사업 직전 수원가정법원 전자법정 사업에는 뇌물로 유죄를 받은 업체 출신이 만든 회사가 단독 응찰해 예정가의 99.863%로 선정됐다.

대법원의 결정에 업계도 긍정적이다. 전자법정 사업 참여 경험이 있는 한 관계자는 “대법원이 이렇게라도 해서 법원행정처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주고 사업을 따내는 관행을 근절시키려는 의도 아니겠냐”고 말했다. 전자법정 사업이 속한 대법원 정보화사업 예산은 2019년 1335억원, 2020년 1485억원, 2021년 1564억원이다.

추천기사

기사 읽으면 전시회 초대권을 드려요!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