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전공의가 낸 사고, 무조건 주치의에게 책임 물을 수 없어”

2022.12.01 13:16 입력 2022.12.01 13:59 수정

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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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가 낸 의료사고에 대해 무조건 주치의의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주치의가 전공의에게 정당하게 업무를 위임했다면 ‘지휘·감독자’라는 이유만으로 주치의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천대엽)는 1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A씨와 B씨의 상고심에서 각각 금고 1년에 집행유예 3년, 금고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강남세브란스 병원에서 근무하던 전문의 A씨와 전공의 B씨는 2016년 한 환자의 대장암 진단과 치료를 맡았다. A씨가 환자의 주치의로 배정됐고, B씨는 A씨를 도와 함께 진료를 맡았다.

B씨는 환자가 대장내시경 시술을 받을 수 있는 지 진단한 뒤 시술이 가능하다고 판단해 가족의 동의를 받았다. 이어 이를 A씨에게 보고했다. A씨는 이 보고를 믿고 대장내시경 시술을 위한 장정결제 투입을 승인하는 처방을 내렸다. 이에 시술팀은 환자에게 장정결제를 투여했다. 그러나 장정결제는 부분 장폐색 증상이 있던 환자의 장 내에 정체됐고, 환자는 장파열 등이 발생해 사망했다.

검찰은 B씨가 진단을 통해 환자에게 부분 장폐색 증상이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도 간과했고, 장폐색 증상이 있을 때 장정결제가 투입하면 장파열 위험이 있다는 점 등을 환자 가족들에게 설명할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A씨도 지휘· 감독을 소홀히 한 잘못이 있다고 봤다.

1심은 환자를 직접 진단한 B씨에게 금고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B씨의 보고를 받고 승인한 A씨에게는 금고 1년을 선고했다. 2심은 B씨에게 금고 10월에 집행유예 2년, A씨에게 금고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1·2심 모두 직접 진료한 의사뿐 아니라 그 의사를 지휘·감독할 지위에 있는 의사도 함께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2007년 “주된 의사(주치의)는 자신이 주로 담당하는 환자에 대해 다른 의사가 하는 의료행위의 내용이 적절한 것인지를 확인하고 감독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고, 그 다른 의사가 업무상 주의의무를 소홀히 해 환자에게 위해가 발생했다면 주된 의사는 그에 대한 과실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그러나 이날 대법원은 주치의가 업무를 전적으로 전공의에게 위임했고, 그 위임에 부당함이 없었다면 단지 지휘·감독자라는 이유만으로 주치의의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원심은 부분 장폐색 환자에 대한 장정결 시행의 빈도와 처방의 의학적 난이도, B씨가 내과 2년차 전공의임에도 소화기내과 위장관 부분 업무를 담당한 경험이 미흡했거나 적절한 업무수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었는지를 구체적으로 심리해 A씨가 B씨에게 장정결 처방 및 설명을 위임한 것이 합리적이지 않았다는 사실이 입증됐는지를 따졌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료행위가 위임을 통해 분담 가능한 것이고 실제로도 그에 관한 위임이 있었다면, 위임의 합리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사정이 없는 한, 위임한 의사는 위임받은 의사의 과실로 환자에게 발생한 결과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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