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정부 인사 참사

‘봐주기식 검증’ 의혹에…법무부, 검증 여부조차 “확인 불가”

2023.02.27 21:28 입력 2023.02.27 23:23 수정

인사정보관리단 출범 땐 “투명한 인사”, 실제론 ‘불통’ 반복

검찰 안팎 “한동훈 등 정순신 동기들, 비위 인지 가능성 커”

“질문서 기재 안 해 몰랐다”는 대통령실 해명도 납득 어려워

<b>뒤숭숭한 국수본</b>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됐던 정순신 변호사가 자녀의 학교폭력 문제로 하루 만에 자진사퇴한 가운데 27일 한 직원이 서울 서대문구 국수본 건물로 들어가고 있다.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뒤숭숭한 국수본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됐던 정순신 변호사가 자녀의 학교폭력 문제로 하루 만에 자진사퇴한 가운데 27일 한 직원이 서울 서대문구 국수본 건물로 들어가고 있다.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법무부가 정순신 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 후보자(57·변호사)에 대한 검증을 맡은 사실이 확인되면서 법무부의 부실 검증 책임론이 커지고 있다. 검사가 주축인 인사정보관리단이 검사 출신 정 변호사를 상대로 ‘봐주기식 검증’을 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법무부가 정 변호사 아들의 학교폭력 문제를 알고도 봐준 게 아니냐는 의혹은 이 사안이 5년 전인 2018년 11월 이미 보도됐다는 데서 출발한다. KBS는 비실명으로 보도했지만 문제의 ‘고위 검사’가 정 변호사라는 것은 이후 언론에도 알려졌다. 언론에도 알려진 것을 검찰이 모를 리 있겠느냐는 것이다.

검찰 고위 간부를 지낸 한 변호사는 27일 “검찰 간부의 비위 의혹이 보도되면 법무부·대검의 감찰부나 대검 범정에서 사실관계를 확인해 법무부 장관이나 총장에게 보고한다”며 “평소 친분이 있는 경우 당사자가 지검장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더구나 당시 정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이었는데, 서울중앙지검장은 윤석열 대통령, 서울중앙지검 3차장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었다.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소속인 김현우 부부장검사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소속이었다.

또 정 변호사 아들은 2018년 7월 무렵 학폭 논란으로 강제전학 처분이 내려졌는데, 이 처분 불복 소송의 대리를 정 변호사의 사법연수원 동기(27기)가 맡았다. 한동훈 장관과 이원석 검찰총장은 정 변호사와 사법연수원 동기다. 검찰 안팎에선 “적어도 정 변호사의 사법연수원 동기들은 알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 나온다.

‘정 변호사가 질문서에 기재하지 않아 아들 학교폭력 문제를 알 수 없었다’는 대통령실 해명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한 장관도 이날 국회 본회의가 끝난 뒤 “본인 가족의 송사 문제는 본인이 직접 말하지 않는 한 확인하기 어려운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며 대통령실과 비슷한 해명을 했다.

이에 대해 전직 검찰 관계자는 “검증에 앞서 인사검증동의서를 받는 것은 검증에 필요한 개인이나 가족의 정보를 조회하기 위한 것”이라며 “국세청에서 납세 관련 자료를 받거나 출입국관리소에서 출입국 자료를 받고 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라고 말했다. 이어 “검증은 당사자의 답변이 사실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그 진위를 확인하는 작업”이라고 했다. 당사자가 답변하지 않거나 허위로 답변하더라도 진위를 밝히는 것이 검증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통령실은 정 변호사 아들 문제까지는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해명했지만, 드러난 정황을 종합하면 정 변호사가 검찰 출신이기 때문에 봐주기식 검증을 했다는 것이 더 설득력 있다고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고위공직자 인사검증 시스템에 큰 구멍이 생긴 만큼 법무부든 대통령실이든 인사 책임자들이 사과하고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장관은 이날 국회 본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저는 전혀 알지 못했다”고 했다.

법무부의 불투명한 태도도 문제로 지적된다. 법무부는 지난해 5월 인사정보관리단을 출범하면서 ‘투명한 인사’를 명분으로 들었다. 당시 법무부는 “인사검증의 투명성을 획기적으로 제고하기 위해 인사정보단을 신설한다”고 했다. “인사검증 업무를 질문할 수 있는 영역으로 재배치한다”고도 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이번 사태가 발생한 뒤 정 변호사를 검증했는지에 대해서조차 “확인해줄 수 없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이날도 “인사검증 이후의 상황을 고려해 어떤 건 인사 대상이라 말하고, 어떤 건 말 안 하고 할 수는 없다”고 했다.

법무부는 지난해 7월 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 지명자가 성희롱 논란으로 사퇴할 때도 똑같은 태도를 취했다. 인사정보관리단 신설 이후 인사검증 대상을 밝힌 적도, 업무와 관련한 내용을 공개한 적도 없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법무부는 정 변호사가 규정상 검증의 대상이냐 아니냐를 밝혀야지, 이것 자체를 확인 안 해준다는 태도는 어폐가 있다”면서 “인사검증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법무부부터 명확한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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