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북귀환어부 재심 청구한다더니…법원에 떠넘긴 검찰

2024.04.30 21:22 입력 2024.04.30 22:07 수정

52년 전 ‘유죄’ 해성호 사건

불법수사 인정, 대검 “재심”

경주지청, 법원에 판단 미뤄

“검찰 사과는커녕 직무유기”

검찰이 법원에 납북귀환어부 사건 재심 청구 여부의 판단을 미룬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대검찰청이 납북귀환어부 사건과 관련해 “적극적으로 재심 청구를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스스로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대구지검 경주지청 A검사는 지난 11일 해성호 납북귀환어부와 유족이 재심 청구를 한 것에 대해 “적의 판단함이 상당하다”는 의견서를 대구지법 경주지원에 제출했다. 해성호 납북귀환어부 측이 법원에 재심 청구를 하자 법원이 검찰의 의견을 물었고 검찰이 이에 답변한 것이다. ‘적의(適宜) 판단’은 검찰이 구형이나 재심 청구를 스스로 하지 않고 법원의 재량과 판단에 맡기는 것이다.

재심을 청구한 해성호 납북귀환어부들은 1972년 8월24일 동해상에서 어로 작업을 하던 중 납북됐다가 같은 해 9월15일 속초항으로 귀환했다. 이들은 입항한 뒤 속초경찰서 수사관에 의해 불법구금돼 허위 자백을 강요받고 구타, 물고문 등 가혹 행위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반공법·수산업법 위반으로 기소돼 유죄를 확정받았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수사에 관여한 검사나 경찰이 저지른 직무 관련 범죄가 증명됐지만 이에 대한 확정 판결을 얻을 수 없을 때 재심을 할 수 있다.

해성호 어부들과 같은 날 속초항으로 귀환했던 무진호·삼창호 어부들도 최근 재심을 통해 무죄를 확정받았다. 이들도 해성호 어부들처럼 속초서 수사관들에 의해 강제연행돼 구금 등 불법 수사를 받은 사실이 인정됐다.

A검사의 의견서는 납북귀환어부 사건에 대해 적극적인 재심 청구와 신속한 명예회복을 지시한 대검 방침에 어긋난다.

앞서 대검은 지난해 5월 납북귀환어부 사건에 대해 처음 대규모로 직권 재심 청구를 했다.

최정규 법무법인 원곡 변호사는 “검찰이 이런 의견서를 낸 것은 직무유기”라며 “앞서 검찰은 납북귀환어부들이 요청한 검찰총장 사과문 게재를 두고 ‘직권 재심 청구 등 모든 노력을 다했는데 추가 사과는 왜 필요하냐’고 주장했는데, 이번 사태를 보니 검찰의 공식적인 사과가 더욱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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