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속놀이는 좋은 경제교육’

2002.10.01 18:23

“윷놀이는 합리적 투자와 기회비용을, 땅따먹기 놀이는 자원의 희소성과 사유재산의 중요성을 자연스럽게 체득할 수 있는 최고의 경제교육 프로그램이다”

1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간한 ‘경제교육지’ 가을호에서 대구교육대 김상규 교수는 “생활의 지혜가 담긴 민속놀이로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경제를 가르치자”고 제안했다. 이러한 주장은 최근 20대 청년층이 무절제한 신용카드 사용 등으로 ‘조기 경제교육’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윷놀이와 주식투자=김교수는 먼저 “윷놀이는 도·개·걸·윷·모에 따라 가장 유리한 길을 택해 말을 놓는 것”이라며 “어떤 하나를 선택함으로써 다른 것을 포기하지 않으면 안되는 기회비용(opportunity cost)의 생생한 사례”라고 제시했다. 선택의 연속인 삶에서 ‘비용과 이익의 관점’으로 어떤 것이 중요한가를 신중히 판단해 고르는 경제학적 사고방식을 연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자기편 말을 한개씩 가게 할 것인가, 아니면 다른 말과 함께 가게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는 합리적 투자의 중요성을 알게 된다. 그는 “몇개씩 짝을 지을 경우 속도는 빠르지만 잘못하면 상대편 말에 잡혀 모두 죽을 수 있다”면서 “달걀을 한바구니에 담지 않는 분산투자가 수익성 위주의 집중투자보다 안전하다는 주식투자 원칙이 바로 그것”이라고 말했다.

◇고무줄 놀이와 압축 성장=‘목카’를 퉁겨 세번만에 자신의 집에 돌아오면 그 땅을 차지하는 땅 따먹기 놀이에는 경제학의 핵심 과제인 희소성 문제가 담겨 있다. ‘땅’을 더 많이 가지려는 경쟁을 통해 인간의 끝없는 욕망과 제한된 자원의 관계를 배우게 된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내 땅’을 넓혀가는 것은 정말 신나는 일”임을 깨닫는 경험속에 경제 발전의 원동력인 사유재산과 소유에 관한 의식이 싹트게 된다.

고무줄 놀이의 경우 한 줄로 하는 개인전과 두 줄로 하는 단체전을 하다보면 개별적·집단적 경쟁의식이 저절로 몸에 밴다. 또한 엄격한 경쟁 규칙은 합리적인 행동을 유도한다.

김교수는 “1960년대 이후의 압축 성장도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한, 강렬한 경쟁 의식의 성과”라고 지적했다.

◇“경제는 상호의존 놀이”=어른들의 민속놀이인 줄다리기와 두레일놀이 역시 상생과 생산성의 원리를 품고 있다. 줄다리기는 “자신의 욕망을 충족하기 위해 필요한 재화·용역을 철저히 다른 생산자에게 기대야 한다”는 협동·상호의존의 필요성을 가르쳐준다.

두레풍물이나 농요 가락에 맞춰 춤을 추면서 모내기와 논매기를 하는 두레일의 경우 ‘즐거운 노동’이 생산성을 높인다는 농경문화의 지혜와 맞물려 있다.

김교수는 “요즘 어린이들의 놀거리인 컴퓨터게임이나 지능개발놀이는 폭력적·반자연적·반환경적인 내용이 대부분”이라며 “암기 위주의 경제이론 교육보다는 민속놀이가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석천기자 miladk@kyunghyang.com〉

추천기사

기사 읽으면 전시회 초대권을 드려요!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