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면접 가이드]복권 공화국

2003.02.02 18:35

우리 사회의 여러 병리적 현상과 현실을 빗대 ‘사고 공화국’이나 ‘부패 공화국’ 등의 조어가 나오더니 최근에는 ‘복권 공화국’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먼 나라 이야기로만 여겨졌던 4백억원대의 복권 당첨금이 현실화되자 판매대에 줄을 서 복권을 사는가 하면 판매용 복권을 절취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특정 복권에 관한 책이 시판되는가 하면, 인터넷에서는 복권의 구입과 정보 교환을 위한 카페까지 개설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요즘 화폐 가치로 보아 일반 성인에게 1만원의 가치는 그다지 크지 않다. 만약 1,000명에게 1만원씩 내게 하고 낸 사람들을 대상으로 1명을 추첨해서 그 중 절반, 즉 5백만원을 몰아주기로 하고, 나머지는 모두를 위한 사업(공익사업)에 쓰기로 한다고 하자. 당첨되면 1만원의 500배라는 큰 돈을 얻을 수 있고, 당첨되지 않더라도 낸 돈의 일부가 공익을 위해 쓰이기 때문에 나쁠 것도 없다.

현행 복권은 모두 이런 논리로 발행되고 있다. 실제로는 1만원도 안되는 복권을 사서 그 몇백만배의 당첨금을 노릴 수 있으니 구미가 당길 만도 하다. 또 당첨금이 크면 클수록 공익을 위해 쓸 돈도 많아지는 셈이니 언뜻 생각하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다. 그런데 왜 ‘복권 공화국’이라는 부정적 신조어가 생겼을까?

우선 고답적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고전적인 인간의 가치를 들 수 있다. 인간을 포함하여 모든 생명체는 삶을 유지하고 가꾸기 위해서 나름의 일(노동)을 해야 하고, 그럴 때만이 삶의 가치를 정당하게 누릴 수 있다. 복권은 이런 기본가치를 망각케 하는 사회적 최음제가 될 수 있다.

한 개인으로 볼 때도 대가를 기대할 수 없는 기회비용이 너무 크다는 점이다. 얼마전 65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금액에 당첨된 사람은 10년째 복권을 샀다고 한다. 65억원에 비추어 10년 동안 복권을 산 것이 무슨 대수냐 하겠지만, 그런 행운을 차지하는 사람은 100년이라는 기간을 계산해 보아도 미미한 수에 불과하다.

복권을 산 절대 다수는 허황된 신기루를 좇을 뿐이다. 푼돈으로 복권을 사는 것에 불과하고 그런 정도밖에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변명할 수도 있지만, 복권 절취 사건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복권에 대한 기대는 정신을 황량하게 만들기 십상이다.

위와 같은 부정적인 측면이 있음에도 복권 판매 수익금으로 좋은 일을 한다는 명목 아래 복권 발행을 정부가 조장 내지는 방치했기 때문에 ‘복권 공화국’이라는 말이 만들어졌을 것이다. 특히 정부 각 부처마다 자기 영역의 ‘공익사업’을 추진한다는 취지로 복권 발행을 남발하고 있다.

누구든지 사행심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부정할 수는 없다. 사행심을 적절한 방법으로 해소시키는 것도 사회적으로 중요하다. 그러나 사행심을 조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아무리 사회적으로 필요한 공익사업이라 할지라도 사행심을 자극하면서까지 추진해서는 안 될 것이다. 현재의 복권사업은 사행심을 해소시키면서 사회적으로 유용하게 활용하기보다는 사행심을 적극적으로 자극하고 조장하고 있다.

1. 복권구입 열풍은 극심한 빈부격차를 반영하고 있다는 견해에 대해 말해 보라.

2. 전문 도박꾼들이 도박 수익금 중의 일부를 공익에 쓴다면 그들의 도박 행위는 정당화되는가?(목적과 수단의 관계)

〈최윤재/한국논리·논술연구소장 klogic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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