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수능등급제…교육평가원 “자격시험 취지 무색”

2008.01.01 22:56

수능등급제를 둘러싼 논란이 재차 가열될 조짐이다. 수능시험 주관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내부에서 등급제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는가 하면, 대통령직 인수위에서는 수능등급제를 보완하는 방법을 논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수능비중 약화와 내신비중 강화’라는 등급제의 취지가 정권 교체 이후 크게 흔들릴 것으로 우려된다.

1일 평가원 학술지인 ‘교육과정평가연구’ 최근호에 따르면 양길석 평가원 선임연구위원 등 4명의 연구진은 ‘대학입학시험 점수체제 국외 사례연구’라는 글에서 수능등급제에 대해 “대입전형에서 (수능을) 자격시험과 같은 성격으로 활용하도록 권장한 정책취지와 달라 현 상황에서는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대입정책의 추진방향과는 달리, 대학에서는 각 영역별 점수를 합산하는 총점제 방식을 여전히 취하고 있다”면서 “이론적으로 수능의 9등급제는 문항수와 응시자수가 적은 선택과목의 경우에는 목표비율과 실제비율 사이에 일정한 차이가 나타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시험의 문항수와 응시자 특성 등은 고려하지 않고 시험체제는 그대로 둔 채 점수체제만 바꿨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라고 연구진은 주장했다.

연구진은 또 등급제에 대해 “점수 1점 차이가 과연 정확한 능력의 변별인가 하는 문제제기이자 학생의 실제 능력을 함양하려는 교육 방향이 반영된 것”이라며 “그러나 대입의 주체인 정부, 고교, 대학 간의 숙의와 사전준비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으면 정책에 따른 부작용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는 최근 수능등급제의 변별력을 둘러싼 논란에 대한 언급으로 풀이된다.

연구를 담당한 양길석 위원은 “등급제의 원래 취지를 살려 대학들이 수능을 자격고사로만 활용하면 문제가 없지만, 지금처럼 수능 영향력을 크게 유지하려 한다면 과거 표준점수제 방식으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평가원 측은 “글이 실린 학술지는 평가원의 기관지가 아니며, 연구진 4명 중 3명이 평가원 소속이기는 하지만 이번 연구결과는 평가원의 입장과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일각에서는 교육부가 2일 인수위 업무보고에서 수능등급제 보완대책으로 표준점수와 백분위를 함께 제공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는 설이 제기됐다. 이 경우 대학들은 등급이 아닌 표준점수 등을 근거로 학생을 선발할 가능성이 커 등급제는 사실상 폐기된다. 이에 대해 서명범 교육부 대변인은 “교육부는 이같은 방안을 논의한 적이 없으며 등급제가 당장 폐지된다면 학생들의 혼란이 엄청날 것”이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그러나 평소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수능등급제는 학생·학부모·학교의 혼란만 일으켰다”고 비판해온 점을 감안하면 수능제도에 어떤 방식으로든 변화가 있을 것으로 교육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교육부는 또 인수위에 대입전형 지원업무 일부를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추가로 넘기는 내용을 보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민영기자 m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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