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마다 시험’ 가위눌리는 아이들

2009.10.01 03:07 입력 2009.10.01 09:43 수정

정기고사에 일제·모의고사 1년새 21% 증가

학생들 “시험 보기 위해 학교 다니는 기분”

서울 ㅎ고교 1학년 김모군(16)은 지난 1학기에만 시험을 6번이나 치렀다. 3월 반 배치고사와 전국연합학력평가, 4월 사설 수능 모의고사, 5월 중간고사, 6월 전국연합학력평가, 7월 기말고사 등 한달에 한차례 이상 시험을 본 셈이다.

‘달마다 시험’ 가위눌리는 아이들

2학기에도 각종 모의고사와 일제고사라 불리는 전국학업성취도평가가 예정돼 있고 수행평가 과제물도 제출해야 한다. 김군은 “시험을 보기 위해 학교를 다니는 기분”이라며 “학년이 올라갈수록 시험이 더 많아질 텐데 눈앞이 캄캄하다”고 말했다.

서울·경기·인천 지역 초·중·고교 학생들이 치르는 시험 횟수가 크게 증가했다. 30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이 서울·경기·인천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학교별 평균 시험 횟수(정기고사 제외)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07년 3.3회이던 시험횟수가 2008년 4회로 21% 늘어났다.

올해의 경우 1학기 평균 시험횟수는 2.6회인 것으로 나타나 2학기에도 같은 횟수만큼 시험을 치른다면 5.2회로 지난해보다 30%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간·기말고사 등 연 4회 치르는 정기고사 횟수를 더하면 지난해 수도권 학생들이 본 시험은 평균 8회에 이른다. 방학을 뺀 1년 수업월수를 9개월로 볼 때 정기고사를 제외하더라도 학생들은 매달 시험을 치른 셈이다. 시험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한 초등학생도 중간·기말고사를 제외하더라도 지난해 4번가량 시험을 치른 것으로 나타났다.

고등학생도 2007년 8.6회, 2008년 9.2회, 2009년 1학기 5.6회 등으로 갈수록 정기고사를 포함한 시험 횟수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시험 횟수가 늘어난 것은 현정부의 ‘경쟁제일주의식’ 교육정책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현재 고교 1·2학년은 1년에 4차례, 3학년은 1년에 6차례에 걸쳐 수능대비 모의고사에 해당하는 전국연합학력평가를 치르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실시된 ‘4·15 학교 자율화조치’에 따라 ‘사설모의고사 금지 지침’이 폐지되면서 고교단위에서 모의고사 응시횟수가 늘어났다. 여기에 10월에 치르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와 학년초 진단평가도 추가됐다.

권 의원은 “초등학생과 중학생, 고등학생 등 대한민국 모든 학생들이 1년 내내 시험 준비에 골몰하고 있다”며 “시험에만 매달리는 학교에서 창의적인 교육이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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