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성 발달 위해 친구와 놀 시간 줘야

2013.02.25 20:40 입력 2013.02.26 04:11 수정
신철희 | 신철희 아동청소년상담센터 소장

7살 영민이는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한다. 놀다가 별것 아닌 것으로 삐치거나 우는 일이 잦다. 얼마 전에는 친구와 놀이터에서 모래놀이를 하다가 친구가 개미잡기에 빠져버리자 화를 내더니 할 수 없이 자기도 친구를 따라 개미잡기를 했다. 그런데 친구가 개미를 더 잘 잡자 화를 내며 친구에게 잡은 개미를 달라고 어린애처럼 떼를 썼다. 두어 번 친구가 줬는데도 친구의 개미가 많자 결국은 울어 버렸다. 올해 학교에 가야 하는데 아직도 어린애처럼 구는 모습에 영민이 엄마는 걱정이 많다.

영민이는 아기 때부터 잘 안 먹고 잔병치레가 많아 엄마가 집에서 데리고 있는 시간이 많았다. 아이가 너무 힘들게 하면 심하게 혼내는 일도 자주 있었다. 그러자 영민이가 ‘엄마, 내가 없어졌으면 좋겠어요?’라고 엄마한테 편지를 보낸 적도 있다.

[아이 마음 읽기]사회성 발달 위해 친구와 놀 시간 줘야

중학교 2학년인 민수는 최근 친구들 사이에서 잠시 따돌림을 당했다. 친구들은 민수가 말을 세게 해서 상처를 받는다고 하지만, 그냥 장난으로 한 것인데 왜 친구들이 화를 내는지 민수는 모르겠다고 한다.

지능이 상당히 높은 민수는 유독 사회성 관련 영역에서만 낮은 점수를 받았다. 원인은 어릴 때부터 친구와 논 경험이 적었던 데 있다. 민수는 친구들과 노는 것을 좋아했지만 학교가 끝나고는 집에서만 지냈다. 민수가 밖에 나가는 걸 좋아하지 않기도 했지만 엄마가 초등학교 선생님인 게 동네 엄마들에게 부담이 되었는지 민수를 팀에 끼워주지 않았다. 그래서 초등학교 시절 민수는 친구와 논 시간이 별로 없었다. 지금까지 단짝은 한 명도 없다.

예로 든 영민이와 민수의 공통점은 친구와 놀 시간이 적었다는 점이다. 이 문제는 어릴 때뿐 아니라 나이가 들어도 생활에 강한 영향력을 준다.

고등학교 2학년인 정규는 중학교 내내 우울한 시절을 보냈다. 중학교 시절에 친한 친구는 있었지만 단짝은 없었고 지금도 또래가 어색하고 불편하다고 한다. 정규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지방에 살다가 서울로 이사왔다. 정규 엄마는 정규를 공부시키는 것에 몰두하는 분이라 서울에 오자마자 밤 11시까지 학원에 보냈다. 친구와 놀 시간은 거의 없었고, 같이 공부하는 그룹의 아이들과만 지냈다. 정규가 엄마의 기대에 잘 부응해 전학오자마자 1등을 하고, 올림피아드·과학창의력대회 등에서 1등을 하니 엄마는 아이의 공부에만 더 매달렸다. 그런데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정규는 공부가 하기 싫어졌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 우울증 상태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친구와의 놀이시간은 사회성 발달 다지기를 도와줄 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겐 가장 행복한 시간이기도 하다. 어릴 때부터 친구 사귀기가 서툴어 원만한 친구관계를 못 맺으면 마음이 편치 않고, 편찮은 마음상태로는 공부에 집중할 수 없게 된다.

아이들은 만 3세부터 친구와 노는 것을 좋아한다. 두 돌 무렵에는 친구와 함께 놀면 더 즐거워한다. 만 4세부터 6세까지는 사회성 발달에 아주 중요한 시기다. 초등학교 시절은 친구관계가 더욱 단단해지는 시기다. 하루의 생활에서 공부도 중요하지만 균형있는 발달을 위해 아이들과 함께 노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사회성 발달은 아이들과 놀면서 다져지는 것이므로 부모가 해 줄 수 없는 부분이다. 요즘은 아이들의 과외활동이 많다보니 함께 놀 친구가 없다고 한다.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엄마 친구의 아이가 아이의 친구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다른 엄마들과 함께 아이를 같은 학원에 보내며 친구처럼 지낼 기회를 만들어주면서 친구 집에 놀러가고 집으로 초청하는 것도 적극 해야 한다. 현재 내 아이의 하루 스케줄이 균형있는 발달을 위해 잘 짜여져 있는지 한번쯤 점검해 보자.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