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을 대하는 법

2013.08.12 21:03
신철희 | 신철희아동청소년상담센터 소장

강연회에서 한 어머니가 초등 2학년인 아이의 거짓말이 늘고 있다고 걱정했다. 1학년 때까지는 순진한 아이였고, 지금도 순진하기는 한데, 거짓말을 자주 한다는 것이다.

강사가 세 번이나 아이가 거짓말하는 이유를 물어봤는데, 엄마는 대답을 못했다. 아이가 거짓말했다는 사실에 놀라 정말 중요한 내용을 알아보지 못한 것이다.

초등학교 2학년이고 순진한 아이라면, 큰 돈도 아닌, 문방구나 또래 아이들이 관심있어 하는 지우개나 게임, 작은 인형에 관한 것일 테다. 강연에서 만난 엄마도 아이가 거짓말을 해 사용한 액수나 내용 자체는 별 것이 아닌데도 ‘거짓말’이라는 단어에 놀랐던 것이다.

[아이 마음 읽기]거짓말을 대하는 법

주영이 엄마는 초등학교 2학년인 주영이를 일곱 살 때까지 지방에 있는 외가에서 키우다 학교에 입학하면서 서울로 데려왔다. 엄마가 직장에 다니고 방과후 보호자가 없기에 엄마는 아이가 학교에서 왔는지 여부도 아이가 거짓말을 하면 모를 수밖에 없다.

이렇게 방치되다 보니, 다른 아이들처럼 게임을 한 후에 주영이가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조금 놀다 왔다면 믿을 수밖에 없다. 주영이 엄마는 아들을 크게 혼내지만 여전히 주영이는 놀다가 집에 늦게 오는 버릇이 안 고쳐지고 있다.

부모는 직장을 다니고 주영이는 갓난아기 때부터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께 귀여움을 많이 받았다.

외조부모는 주영이가 하고 싶은 대로 해줬고, 일곱 살까지 아기처럼 밥도 먹여주고 옷도 입혀줬다. 그런데 학교에 입학하니 유치원과 달리 학교생활이 딱딱해졌고, 부모는 함께 생활한 지 얼마 안돼서 아직 낯설다. 부모라는 이름은 듣지만, 아직 친하지 않다. 주영이에게 “씻어라!” “숙제해라!” 등 요구 사항이 많다.

시골에서 신나게 놀던 주영이가 지루한 공부를 조금 하다가 재미나는 게임을 하든지 나가 놀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더욱이 친하지 않은 부모에게 혼나는 것만 많고 학교도 재미 없으니 틈만 나면 더욱더 재미를 찾게 되는데, 결국 거짓말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부모가 아이를 예뻐하고 재밌게 해주지 않으니 아이는 속이 허전해지면서 결국 부모가 싫어하는 짓을 자꾸 하게 되는 것이다.

아이의 발달단계는 먼저 학교공부나 버릇 길들이기가 아니다. 외조부모처럼 아이를 예뻐하는 애착이 먼저이다. 그 다음 단계로 자율감 형성과 사회성이 길러진 후 공부를 하는 것이다. 주영이 부모가 발달단계를 안 지켜 주영이의 거짓말이 고쳐지지 않는 면이 있다.

오래 전 개인적으로 아는 동화작가가 있었는데 그 당시 초등학교 고학년과 중학생의 아빠였다. 수입이 확실치 않아 동화작가로 살기에는 무척 고민이 많은 집이었다. 그러나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동화작가를 선택해서 훗날 두세 권의 잘나가는 작품을 썼다.

이 동화작가는 자기가 중학교 때부터 담배를 피웠는데, 어머니가 알고 있었지만 언급한 적이 없단다. 지금도 그 작가는 어머니를 떠올리면 태산도 밀어버릴 것 같은 믿음이 가슴 속에 차 있다고 한다. 어머니가 자식을 믿는 마음이 지금 동화작가의 마음 같아야 자식이 클 수 있다.

‘거짓말’이라는 단어는 ‘신뢰’에 반대되는 단어이다. 아이는 부모의 사랑과 신뢰를 받아야 기가 산다. 잠시 동안만 재미를 찾고 다시 돌아오게 된다.

아직 초등학교 2학년 어린이가 거짓말을 할 때에는, 별 것 아닌 문제가 있을 것이다. 거짓말이 별 것이 없는데 아주 큰 별일이 있는 것처럼 자식을 대하면 실제로 아이도 부모의 생각대로 말썽쟁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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