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 국정 역사교과서만 오류 400~500건”

2016.11.30 22:02 입력 2016.11.30 22:57 수정
장은교 기자

교학사 수준 능가…임정 건국강령 등 변조·왜곡도

학계 “국정홍보물로도 쓰기 어려워…당장 폐기를”

“중학 국정 역사교과서만 오류 400~500건”

역사학자들과 교사들이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에 대해 “(무더기 오류 논란을 빚었던) 교학사 교과서 이상의 오류가 발견됐다”며 “국정교과서는 아예 폐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역사교육연대회의와 한국서양사학회, 고고학고대사협의회는 30일 서울 역사문제연구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28일 공개된 국정 역사교과서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오류를 다 셀 수가 없다. 국정교과서라는 점을 떠나 오류와 왜곡이 너무 많아 도저히 교과서로 쓸 수 없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강성호 한국서양사학회장(순천대 교수)은 “중학교 역사교과서는 페이지당 1.5건 정도의 오류가 나왔다. 1·2권을 합하면 400~500건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신철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 공동위원장도 “교학사 교과서의 오류 수준을 능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역사학자들은 우선 역사적 사실이 틀리게 기술된 부분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근래 연구를 통해 오류가 수정됐거나, 최근 학회에선 쓰이지 않는 과거 사료가 버젓이 들어가 있다는 것이다. 인류 최초의 금속도구는 청동기가 아니라 순동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지 오래됐으나 <한국사>에는 청동기라고 기재됐다. <역사2>에는 인류 최초의 법전이 ‘우르남무 법전’이 아닌 ‘함무라비 법전’으로 나와 있다. <한국사>엔 1919년 통합 임시정부에서의 안창호의 직책을 노동국 총판 대신 내무총장으로 잘못 표기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건국강령도 문항 일부가 달라졌다. 이준식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변조된 강령을 가져다 썼다”며 “일제강점기 부분에서 찾아낸 오류만 100개가 넘는다”고 말했다.

의도적으로 왜곡한 부분도 발견됐다. 이승만 전 대통령이 1946년 전북 정읍을 방문한 자리에서 “우리는 남방만이라도 임시정부 혹은 임시위원회 같은 것을 조직해 38선 이북에서 소련을 철퇴하도록”이라고 말한 부분은 <한국사>에서 “38선 이남에서도…(이하 동문)”로 바뀌었다. 배경식 역사문제연구소 교수는 “남한단독정부수립론을 의미하는 ‘남방만이라도’라는 문장을 빼고 원문에 없는 문장을 새로 창안 서술했다”며 “이승만의 분단책임론을 회피하기 위한 의도적 서술이 분명하다”고 비판했다. 또한 친일파 범위를 지식인, 예술인, 종교인, 경제인, 친일단체에만 국한하고 군인, 경찰, 사법관료(판검사)와 동아일보사 김성수, 조선일보사 방응모 등 언론사주 등은 뺐다. 현대사 영역에서 박정희 정권 시절 서술은 크게 늘리는 대신 6월항쟁 이후 30년 세월은 줄였다. 역사학자들은 박정희는 23회나 언급됐고, 경제개발계획 성과를 강조했으며 독재 등 ‘과오’는 계속되는 안보위기 때문인 것으로 미화했다고 비판했다.

김태우 전국역사교사모임 회장은 “가장 심각한 문제는 중·고생 모두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실을 나열식으로 욱여넣은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신철 위원장은 “60년 전으로 후퇴한 교과서로 국정홍보물로도 쓰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당장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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