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교과서 ‘초고·개고본’ 파쇄

2016.11.30 21:36 입력 2016.11.30 21:40 수정

교육부, 무엇을 숨기려고…

‘국사편찬위 직원 대필’ 의혹 속 ‘증거인멸’ 시도 정황

PDF 파일도 삭제…국정화저지특위 “법적 조치 검토”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이 30일 경기 과천 국사편찬위원회에서 현장조사를 나온 국회 교문위 소속 야당 의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정지윤 기자 color@kyunghyang.com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이 30일 경기 과천 국사편찬위원회에서 현장조사를 나온 국회 교문위 소속 야당 의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정지윤 기자 color@kyunghyang.com

국사편찬위원회(국편)가 “국정 역사교과서 개고본을 교육부에서 파쇄했다”고 30일 밝혔다. 교과서 대필 의혹까지 불거지는 상황에서 컴퓨터 PDF파일 등 근거자료도 남아 있지 않아 교육당국의 증거인멸 의혹까지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 역사교과서국정화저지특별위원회(특위)는 이날 편찬 책임기관인 국편을 방문해 역사교과서 논란에 대한 긴급 현장조사에 나섰다. 유은혜 특위 위원장은 “집필진 인원 축소, 현대사 집필 교수 중 전공자 부재, 집필진 편향성 등 여러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면서 “원고를 국편 직원 20여명이 다시 썼다는 의혹까지 나오고 있기 때문에 개고본을 확인해 문제를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의원들은 역사왜곡 논란이 일고 있는 교과서 집필과정을 살펴보기 위해 초고본과 개고본 제출을 요구했다. 초고본은 처음으로 만들어진 교과서 원고이며 개고본은 심의위원회를 거쳐 수정 내용을 반영한 원고이다. 그러나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은 “현재 누가 본다고 가져가서 완성본도 없다”고 말했다. 박덕호 국편 역사교과서 편수실장도 “(개고본과 초고본 모두) 없다”면서 “편찬 심의본은 심의를 위해 교육부에 송부한다. 넘긴 책자는 교육부에서 파쇄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신동근 의원은 “국편이 오탈자 수정 정도가 아니라 내용 자체를 바꿨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개고본을 없앴다는 것은 증거인멸로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질의 과정에서 교육부, 국편, 출판사(지학사) 어디에도 국가 편찬작업인 역사교과서 인쇄물과 PDF파일이 남아 있지 않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집필진과 오고간 e메일 기록도 삭제된 사실이 밝혀졌다. 박덕호 실장은 “인쇄물은 심의를 위해 살펴보고 파쇄했다”면서 “파일은 용량이 크고, 보안 유지를 위해 삭제했다”고 말했다.

현재 국정 역사교과서를 둘러싸고 전문성이 부족한 집필진이 졸속으로 교과서를 쓰면서 내용상 오류가 다수 나오자 국편이 원고를 다시 썼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편이 자료가 남아 있지 않다고 주장하면서 이런 의혹에 대한 추가적인 조사는 이뤄지지 못했다. 유은혜 위원장은 “국정교과서 파일과 인쇄물이 대한민국 어디에도 없다니 유령 책자냐”면서 “절차상 필요 자료를 남기지 않았다는 건 문제의 심각성을 방증한다”고 말했다.

특위는 초고본·개고본 파일 복원을 요구하고, ‘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 여부를 검토해 법적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신광수 교육부 역사교육정상화추진단 기획팀장은 “교육부는 책자 형태로 받아서 검토를 한 뒤 보안을 위해서 파쇄했다”면서 “초고본·개고본은 최종 교과서를 만들기 위한 과정이기 때문에 완성물로 보기 어려워 공공기록물 해당 여부는 검토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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