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성적‘만’ 좋으면, 서울대 프리패스?

2023.02.26 21:00 입력 2023.02.26 22:57 수정

정순신 아들 2020년 합격
‘징계내역 확인’ 명시됐지만
전문가들 “결격사유 안 돼”
처분 취소·변경 행정심판서
청구 건수의 28.8% 인용

아들의 학교폭력 논란으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을 그만둔 정순신 변호사의 아들 정모씨(22)는 2020학년도 정시모집으로 서울대에 합격했다. 학교폭력 전력이 대입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돼 이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서울대는 2020학년도 정시모집에서 체육교육과를 제외한 모든 모집 단위의 신입생을 수능 100%로 선발했다. 단, 모집요강에는 학내·외 징계 내역을 확인하기 위해 추가 서류를 요청할 수 있고 감점 요소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명시돼 있었다.

입시 전문가들은 당시 서울대가 정씨의 학교폭력 전력을 확인했다 하더라도 입시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 것이라고 본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26일 기자와 통화하며 “정시에서 학교폭력은 전혀 (합격에) 지장이 없다”며 “정시전형은 성적에 기초해서 뽑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인성보다는 수능 성적을 중시하는 구조”라고 했다. 이어 “대학이 모집요강에 평가 요소로 넣어야 하는 부분이긴 하지만, 학생부까지 살펴봐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안 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천 교원대 교수도 “기본적으로 정시는 정량 평가라는 인식이 강하다”며 “정성 요소를 보겠다는 곳들이 있긴 하지만 결격 사유가 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생부 종합전형에도 학교폭력 처분이 가벼운 경우에는 정성 요소로 보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했다.

반면 학생부에 기재된 학교폭력 처분 내용은 수시전형에서는 큰 불이익으로 작용한다. 이에 입시를 앞둔 학생들은 행정심판을 통해 학교폭력 처분 내용 취소나 변경을 시도한다.

법무법인 오현 소속 나현경 변호사는 “학폭 처분 변경 시도는 충분히 가능하다”며 “집행정지를 신청하면 중한 처분의 경우 인용이 많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2016~2020년 학교폭력 가해 학생이 청구한 행정심판 처리 건수는 총 2783건으로 이 중 28.8%인 804건이 인용됐다.

이는 같은 기간 피해 학생이 청구한 행정심판 인용 비율(21.4%)보다 높았다.

정순신 변호사도 2018년 아들의 학교폭력위원회 처분에 불복해 전학 취소 행정소송 및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정씨는 2017년 강원도의 유명 자율형사립고에 입학한 후 1년 동안 동급생에게 언어폭력을 가했다. 이에 학폭위는 가해유형 8호에 해당하는 강제전학 처분을 내렸다. 1심과 2심, 대법원 모두 소송을 기각해 정씨는 2019년 2월 전학 조치됐다.

전문가들은 학교폭력 전력이 정시전형에서 어떠한 제동도 되지 않는 상황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김성천 교수는 “정시전형 모집요강에 특정 수준 이상의 학폭 처분은 지원 자격을 주지 않는다는 식으로 차단하는 등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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