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침’ 반영될 9월 모의평가…‘물수능’ 지표 되나

2023.06.18 21:12 입력 2023.06.18 21:16 수정

평가원, 시행계획 발표…전문가 “변별력 없고 문과침공 심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 관해 언급한 뒤 오는 9월 실시될 모의평가에 이목이 쏠린다. 윤 대통령 발언이 실제 수능 문제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살필 수 있는 유일한 시험이기 때문이다. 당장 9월 모의평가부터 쉬워질 것이라는 분석이 많은 가운데 ‘문과침공’ 등 문제가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오는 9월6일 2024학년도 수능 9월 모의평가를 시행한다고 18일 밝혔다. 평가원은 전 과목 문제를 2015 개정 교육과정에 근거해 출제하고, EBS 수능교재 및 강의를 50% 수준으로 간접 연계하겠다고 했다.

9월 모의평가는 올해 수능의 경향을 살필 수 있는 결정적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수능 출제기관인 평가원은 매년 6월과 9월 모의평가를 시행한다. 이들 모의평가는 사설 모의고사와 달리 공신력이 커 ‘예비 수능’으로 불린다. 수험생들은 매년 두 차례 모의평가를 통해 실제 수능의 난이도와 출제 경향을 예상했다. 올해는 6월 모의평가를 참고하기 어렵다. 6월 모의평가에 정부 방침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교육부 담당 국장이 경질되면서 9월 모의평가는 ‘방향 전환’이 불가피해졌다.

올해 9월 모의평가는 6월 모의평가보다 쉽게 출제될 가능성이 크다. 윤 대통령은 ‘공교육 교과과정에서 다루지 않은 비문학 국어 문제’와 ‘과목 융합형 문제’를 콕 집어 문제 삼았다. 이에 따라 국어 비문학 문항에서 과학·경제·윤리 등 타 교과 내용이 담긴 지문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대통령 지시사항이니 9월에는 의도적으로 난도를 낮출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이과 통합수능 체제에서 비문학 문항이 쉬워지면 수험생 간 격차를 더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통합수능에서는 국어와 수학의 표준점수 최고점 차이에 따라 문·이과 간 유불리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표준점수는 시험이 어려울수록 높은데, 지난해 수능에서 국어의 표준점수 최고점은 134점, 수학은 145점이었다. 수학에 강한 이과생들이 높은 표준점수를 갖고 인문계열 학과에 지원하는 이른바 ‘문과침공’이 문제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국어가 쉽게 출제되면 국어의 표준점수 최고점은 더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국어가 더 쉽게 나와버리면 문과생들은 또 어려움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수능이 쉬워질 것이란 예상에 반수생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 6월 모의평가에서 졸업생 비율은 19%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쉬운 수능으로 부담이 줄어 반수생이 늘면 수험생들은 자신의 위치를 예상하기 더 어려워진다. 이 소장은 “9월 모의평가가 쉬운 와중에 반수생이 많이 응시하고 학생들의 성적이 잘 나오면 또 변별력 문제 등이 제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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