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감염 국내산 혈액응고제 탓일수도

2004.09.01 18:37

국내산 혈액응고제제에 의해 혈우병 환자가 에이즈 바이러스(HIV)에 감염됐을 가능성을 완전 배제할 수는 없다는 보건당국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보건복지부는 1일 “1990~93년 혈우병 환자에게서 발생한 HIV 감염에 대한 역학 및 분자 생물학적 연구조사를 벌인 결과 일부 혈우병 환자가 국내 혈액응고제제에 의해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의심된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이는 94년 국립보건원이 혈액응고제제를 맞은 10여명의 혈우병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HIV 감염조사 결과와는 다른 것이다. 보건원은 당시 감염원인이 혈액응고제제에 의한 것으로 판단은 되지만 감염원이 외국 제품인지 국내산인지에 관한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조사가 의무기록에 의한 역학조사 등에만 의존했을 뿐 당시 환자들이 투여받은 혈액응고제제가 남아있지 않아 바이러스 존재에 대한 증명이 불가능해 조사 결과를 놓고 논란이 일 전망이다.

오대규 질병관리본부장은 이날 “이번 조사 대상인 20명의 HIV 감염자 가운데 10명은 90년 9월에서 93년 3월 사이에 감염됐을 것으로 추정되며 이 가운데 5명은 감염 추정기간에 국내 혈액응고제제 이외의 다른 외국산 혈액응고제나 수혈을 받은 기록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혈액제제를 맞고 에이즈 바이러스에 감염된 국내 혈우병 환자의 HIV 유전자 특성과 염기서열 등이 혈액을 제공한 매혈 감염자의 그것과 동일 그룹에 속해 있었다”면서 “이는 국내 감염자(매혈자)를 통해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음을 나타내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덧붙였다. 오본부장은 그러나 “당시 사용됐던 혈액응고제제가 없어 바이러스 증명이 불가능하고 개인이 혈액응고제제를 구입, 자가 투여했을 경우 병원 등에 의무기록이 남아있지 않아 조사가 제한적으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혈액응고제제를 생산한 국내 모 제약사는 “이번 발표는 94년 조사결과와 비교해 새롭게 입증된 사실이 없다”면서 “국산 혈우병 치료제의 경우 전세계적으로 공인된 멸균공정을 거쳐 제조되고 있고 이를 통해 제작한 혈액제제에서 단 한건의 감염 사례도 보고된 바 없다”고 반박했다.

〈김준기자 j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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